내 생의 버킷 리스트 ! (The Bucket List )
이제 바쁜 것도 내려놓을 시간
숨가쁘게 달려온 올해도 벌써 연말 12월이다. 갑작스레 부모님께서 몹시 편찮으셔서 1월에 고국에 들른 일. 아들 여자 친구 부모를 예상치 못한 채 만나 보며 엉겁결에 상견례를 갖고. 번갯불에 콩 튀겨 먹는 준비 속에 5월달 서울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르기까지. 다시 일터로 돌아와 조용히 묵묵하게 일에 매진하다 보니 벌써 골인 지점 12월이다.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럭비 월드컵, 총선으로 뉴질랜드도 분주한 한 해로 이어지고 있다. 아침나절, 택시 점검을 위해 정비소에 맡겨두고 두어 시간 근처 시내를 돌아 다니고 있다. 다소 한가한 마음이다. 나만의 자유시간. 아점 브런치도 사먹으며 커피 한잔도 곁들여 마신다. 지나는 사람과 차량들을 바라보니 평화로운 딴 세상이다.
멀리 지방으로 이사가 살고 있는 선배 생각에 전화를 걸어본다. 데어리샵을 십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세븐데이 일이라 가계 비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형님! 생각나서 전화 했어요.”
“동생! 반갑네. 난 생각나도 전화를 못 했는데.”
반가운 목소리 확인만으로도 정겨운 마음이다.
“형님! 건강하세요. 그게 대세예요”
“그려, 고마워. 동생도 건강 잘 챙기고.”
마음이 바쁘지 않으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법인데 그게 잘 안 된다. 바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지 알면서도 일상에 휩쓸리고 만다. 이제 바쁜 것에서 좀 비켜나 여유를 갖고자 마음이라도 써 봐야지. 달리다가 걷기도 해야지. 걷다가 잠깐 쉬어가기도 해야지. 쉬다가 하늘도 바라보고 웃어야지. 나를 몰아치는 바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쉬엄쉬엄 가야지. 오늘이 가기 전에 생각나는 사람 한 명에게라도 전화를 꼭 해야지.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급작스레 늙어버리는 병 ‘베르너 증후군’에 걸린 몸무게 23kg 조로증 환자 장인철씨(57세) 이야기. 한 많은 인생과 마지막 소원인 버킷리스트 방영에 안방극장이 그만 울음바다다. 그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리스트! 그가 살아오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한 것을 불편한 몸으로 하나씩 수행해 나간다. 그의 모습은 가을 녁 해 지는 울타리 탱자나무 마른 가지처럼 앙상한 몰골이다. 피골이 상접 하다는 표현은 저런 모습을 두고 쓰였겠다.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아리다.
꼭 팔순을 넘긴 노인 같다. 의지할 사람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다. 머리는 백발이고 피부도 주름투성이다. 목소리도 쉬었다. 걸음도 성치 못해 전동카를 타고 다닌다. 귀에는 보청기를 꽂았다. 한쪽 눈은 시력을 잃었다. 나머지 한쪽마저도 실명위기에 놓여 있다. 초등 학생 체구에 몸무게 겨우 23kg 이다. 남들보다 세배나 빨리 노화되어가는 ‘베르너 증후군’ 환자다.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생을 앞두고 그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죽기 전에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그의 전 재산 79만원을 은행에서 찾아 나선다. 먼저 작은 세탁기를 한대 산다. 불편한 자신의 생활에 꼭 갖고 싶었던 것을 자신에게 사준다. 다음 자신의 손발이 되어준 친구들을 불러 모아 근사한(?)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음식값을 몰래 낸다. 그 동안 얻어 먹으면서 신세 진 빚을 언제 한번 갚나 고대해 온 터라고. 평생 처음으로 신사복 정장을 맞춰 입는다. 세상 끝날 입고 갈 수의로도 생각한 듯싶다.
마지막 소원, 7살 때 자신을 버리고 가출, 재혼한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10살 무렵 배고픔을 못 이겨 할머니 집을 뛰쳐나온 인생 역정. 평생 만나지 못한 어머니를 죽기 전에 꼭 만나 보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다. 어머니께 드릴 선물로 꽃다발을 산다. 처음이다. 원망스럽고 실망에 전 생애가 슬펐던 세월. 가슴 저미며 50년간 소식이 끊겼던 어머니를 수소문해 찾아 만난다.
치매 상태로 휠체어를 탄 채 양로원에서 겨우 근근이 생활하는 노모다. 정장차림으로 큰절을 올린다. 노모가 훌쩍이며 용서를 청해온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잘못했다. 어린 너를 두고 도망가서 평생 후회하고 지냈다. 엄마를 용서해다오”
그런 엄마를 붙들어 안고 50년 원망을 모두 거두는 장인철씨의 모습.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은 전 재산 23만원을 하얀 봉투에 넣어 어머니 손에 꼭 쥐어주고 나서는데 손이 떨린다. 마지막 하직 인사다. 평생의 한이 화해로 풀리는 순간, 비로소 얼굴에 해맑은 평화가 번진다.
어떤 기쁨을 주는가
인생에 진정한 속도를 내기 위해선, 때로는 데드라인이 필요한 것도 같다. 2008년 영화로 선을 보여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린 <버킷리스트>! 나이든 자동차 정비공과 사업가가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면서 만난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둘이 함께 병원을 탈출해 하나씩 시행해가면서 좌충우돌 속에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눈물겨운 이야기다. 모건프리먼(흑인 명배우)의 명대사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어떤 기쁨을 가져다 주었는가?”
“결국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 인데….”
2011년 한 해의 막바지 달 12월이다. 지난날을 되돌아 보며 우리도 올해가 다 지나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자신과의 약속, 우리생의 버킷리스트를 한번 정해보면 어떨까. 머지않아 밝아오는 2012년!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