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는, 전직 정신과 의사였던 분께서 정신과 의사 시절 출간한 책에서 자신이 정신과 의사가 된 계기에 대해 의대 시절 인체 해부학 실험 실습을 하는데 시체의 배를 갈라 놓고 오장육부 장기를 들여다 보는 일이 끔찍했다고 한다
두 번 정도 실습에 참여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정신과 쪽으로 옮겨 공부하게 되었다는 그의 글을 20 년 전 즈음 읽었던 것 같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으니 장기를 들여다 보는 일이 그의 시선으로 느끼기에 끔찍한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 번 두 번 보다 보니 그는 그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사람의 몸을 치료할 메스를 쥔 의사 대신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고 정신을 치료해주는 의사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그랬다 이미 온라인 인터넷으로 수 없이 반복되는 개에 관한 기사들 익히 보아 왔던 개식용 개농장 개도살 같은 사실들을 더 섬세히 들여다 봐야 할것 같아 펼쳐보기가 두려워 지는 느낌
마치 인체의 장기를 한 번은 보아 알겠는데 두 번 들여다 보기가 망설여지는 느낌
생각에 또다른 생각이 토를 단다 그래서 지금 대한 민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개에 관한 여러가지 사실 불편한 진실들을 모르고 살면 덜 불편하고 더 행복할까?? 그것도 아닌데 말이다
수잔 잭슨의 Ever green이 울려퍼진다는 개농장의 현장부터 이 책을 읽기 전엔 몰랐던 번식장의 모습 번식장의 번식견을 미용 모델로 써야 하는 애견 미용학원생의 애환과 눈물을 내 눈물로 읽어가다가 한 사진 작가의 도살장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글에서 나는 책을 덮고 말았다 책에 사진은 없고 글로 묘사되어 있다
인형 쟁탈전을 벌이던 아루와 아미가 이빨에 힘을 빼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아미는 귀를 쫑긋 세우고 눈빛도 쫑긋하게 갸웃 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아루는 눈을 치켜뜨고 내리깔고의 반복으로 나를보았다
나의 미세한 흐느낌이 두 아이의 인형쟁탈전에 잠시 휴전을 준 모양이다 휴전까진 좋았는데 엄마의 흐느낌에서 두 아이는 또 다른 긴장감을 느끼는 거 같아 나 역시 이래저래 편치 못했다
말은 두뇌의 작용이 입이라는 도구로 파열음을 발생시켜 소통의 수단이 되지만 글은 두뇌의 작용이 손이라는 도구로 마음까지 더해 전달하기에 그 감정이 더욱 극대화 되는 것 같다
공중에 매달려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아이들 옆에서 친구의 고통을 고스란히 목격하는 남은 아이들 언제일지 모르는 자신의 시한부 생을 고통속에서 미리 지켜보아야 할 아이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는 한 아이에게서 난 아주 자연스럽게 어린 나를 보았다
유년시절 나의 친구이자 전부였던 멍멍이를 잡아 먹겠다고 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이 우리 집 마당에 한데 모여 가마니로 개를 뒤집어 씌워 놓고 몽둥이로 패던 과거의 기억 깨갱하던 내 친구의 고통스런 비명에 무방비 상태인 나는 자지러지게 경기를 일으키며 울었고 아버지는 나를 뒷마당으로 데려가 왕사탕 한 개를 입에 물려주고 앞마당으로 가셨다 얼른 앞마당으로 가 보니 나의 친구 멍멍이는 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에 의해 다른 아저씨네 집으로 장소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쓰러지며 울었던거 같다 느릿느릿 고통속에서 힘겨운 움직임을 보이던 내 친구 멍이가 울고 있던 나를 한 번 힐끗 돌아보더니 아저씨들 몽둥이에 의한 강제적인 움직임으로 가고 있었다 그 친구의 마지막 인사였다
아주 잔인했던 기억은 내 보는 앞에서 또 다른 친구가 비명을 지르다 더 이상 신음을 내지 않았다는 거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던 더운 여름 날 전축 턴테이블에서 알쏭달쏭 말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 나왔고 마당 그늘 밑에 있던 멍이와 그 리듬에 맞춰 토끼처럼 깡총깡총 춤을 추고 있었다
며칠 후 나와 춤을 추던 개는 없어져 버렸다 이제 나는 엉엉 우는 대신 속으로 울어야 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난방 하던 시절 어느 추운 겨울 날 마당에 있던 멍이 친구를 아궁이 옆 부엌 한 켠에 데려다 놓고 재를 퍼 낼때 쓰던 삼태기에 낡은 담요 한 장을 깔아 멍이의 공간을 마련해 주며 돌봤는데 그 멍이도 어느 날 없어졌다
이 모든게 1970년대 멍이 친구와 함께한 내 유년시절의 황금빛 추억임과 동시에 잿빛 추억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어느 새 무디어져 가고 있었다
오래 전 TV 채널을 돌리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어린 아이가 쇼크상태가 오면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정신 상태가 재빨리 어른이 된다는 거였다 그래야 쇼크를 거두고 제 정신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정신체계의 메커니즘 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일종의 어른 아이 신체는 어린인데 정신은 어른이 되어버린 불균형의 아이
내가 아버지로 인해 어른 아이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1년 전 아루를 반려견으로 맞이하기 전 까진 몰랐다 40여 년을 모르고 살았다 이 집 저 집 농촌의 동네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로 치부해 버리고 내 안의 상처를 모르고 살았다 너무나 무디어져 그게 상처인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아버지는 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고 관습대로 살았을 뿐이었을테니...
감정에 몹시 치우쳤다 유년 시절의 내 친구 멍이들의 후손인 지금의 견공들 그 때의 나는 나이를 먹어 가는데 그 시절 아픔은 늙을 줄 모르고 오히려 더 생생하게 아프다
내 슬픔은 나만의 것이라고 억지 위안으로 나를 달래고 있었다
붙박이장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고통의 기억들이 만년설 빙하같은데 반려견 아루와 아미를 보면서 서서히 녹여내고 있다
한 여름 햇살을 받으며 멍이와 춤을 출때 턴 테이블 위에서 흘러나왔던 알쏭달쏭 노래는
아바의Dancing queen이었다 그 흥겨운 리듬이 여름과 결부되어 더 이상 흥겨움이 되지 못하고 기억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우리 나라의 동물 복지법이 강화되고 개식용 금지가 법제화 되어
동물에 대한 단 한 번 사랑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은 다른 채널로 주파수를 맞춘다
자신의 자녀를 아파트 베란다 추락사고로 잃은 에릭 클랩튼이 먼저 간 자녀를 위해 만들었다는 Tears in heaven
노랫가사 중에 beyond the door There's peace I'm sure and I know There will be no more tears in heaven
천국의 문 뒤로는 평화가 있으리라고 그리고 더 이상의 눈물은 없을거라고 확실해
작가의 글대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인간의 먹잇감이 되어야 할 사형수 멍이들에게 이것도 위로라고 전해준다 사실은 내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거겠지
첫댓글 저도 번식견 미용모델부분 읽다가
책을덮고 계속 미루고있네요.ㅠ
저도 같은맘으로 계속 숙제처럼 미루고 있어요
몇날을 꿈속에 나올까봐 솔직히 읽을 자신이 없어서 핑게대고있습니다.
저 역시 손도 못대고 있어여 ㅠㅠ 보구 싶은 것만 보구 ,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저의 편협함과 비겁함에 야유를 보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를 믹스견/품종견 분별하는 것이 육견업자들이 식용견/ 반려견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까...
개는 다 똑 같은 개다
사람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육견업자 개백정들 있지만 개는 다 똑같은 개다
사람이 개를 사랑으로 거두면 반려견이 되고 그 반려견을 버리면 유기견이 되고 그 유기견을 개장수가 잡아가면 식용견이 되는 것이다
사람 손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마주할기 힘든 현실들...이제 한걸음 나아갔을 뿐인데요...끝까지 싸워요 티어하임을 만들때까지
드라마대사중에, 보통사람들의 대화중에 개에 관한 막되먹은 표현들..요즘 느끼는 저의 불편함입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미친개는 치료해줘야한다 개패듯이 팬다..이런말은 금지되길...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