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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김규완] 장원준은 2015년 환경의 변화를 겪었다. 작년 스토브리그 때 팀을 옮긴 FA 선수 중 최대액인 84억으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하였다. 그는 당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온 것이었다."고 밝혔다.
2015년 상반기 시즌을 마친 장원준은 현재 아래와 같은 성적을 올렸다.
장원준은 이미 두자리 승수를 달성하며 유희관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또한 낮아진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피장타율, 개선된 삼진/볼넷 비율(K/BB%) 등 작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수의 성적에 있어 주변 환경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렇다면 장원준에게 주어진 새로운 환경은 무엇이 좋아졌을까?
첫 번째 장원준의 환경 변화 : 잠실구장을 등에 업다
"잠실구장은 큰 구장이다 보니 장타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던질 때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잠실구장이 투수 친화적 구장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장원준이 입단 인터뷰에서 밝혔 듯, 잠실구장은 두산을 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좌)100 ? (중)125 ? (우)100m 규격의 그라운드는 그 숫자만으로도 투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최근 5년간의 홈런 파크 팩터에서도 그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잠실구장은 매년 홈런 파크 팩터 하위권을 차지하며 투수 친화적 구장임이 드러났다. 이와는 반대로 사직구장은 매해 상위권에 올랐다. 4.8미터나 되는 펜스 높이가 있지만, (좌)95 - (중)118 - (우)95m 크기는 잠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좁다. 펜스 높이를 제쳐놓고 절대적인 크기만 따진다면 작년 홈런 파크 팩터가 가장 높았던(1.159) 목동구장(98 ? 118 - 98m)보다도 좁다.
이러한 구장 환경 변화의 결과는 홈/원정별 기록에서 나타난다. 아래는 2015년 장원준의 홈/원정별 기록이다.
위 표를 살펴보면, 홈/원정 평균자책점에서 차이가 난다. 홈에서의 평균 자책점은 원정에서보다 1.37 정도 낮다. 또한 홈에서 피안타를 더 많이 내주지만, 피홈런은 단 1개만을 허용했다. 입단 당시의 말처럼, 광활한 잠실의 펜스를 믿고, 맞더라도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2014년 장원준의 전체시즌 피홈런은 15개인데 2015년 시즌의 절반이 넘은 시점에서 단 5개만을 내주었다. 이는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이다. 9이닝당 0.44개의 홈런만을 허용했다. 40이닝으로 국한시켜도(규정이닝/2) 장원준보다 낮은 HR/9 를 기록한 선수는 정우람(0.18), 박종훈(0.30), 니퍼트(0.33), 손민한(0.40) 4명 뿐이다.
두 번째 장원준의 환경 변화 : 내일도 나올 수 있는 주전외야수
장원준의 환경 변화에는 수비진의 변화도 있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 시 “두산에 가득염 코치, 홍성흔, 민병헌, 최재훈 등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하였다. 팀플레이 스포츠인 야구에서 수비가 좋은 야수는 팀 선택의 이유로 충분하다. 타구를 안전하게 잡아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수비에 관련된 지표로써 수비율 (Fielding Percentage; FPct)을 사용하고자 한다. 수비율 공식은 아래와 같다.
프로야구 원년시절 골든글러브 선정기준으로도 사용됐던 수비율은 수비범위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잡지 못할 타구도 끝까지 쫓아가는 허슬플레이가 실책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정면 타구만을 잡고, 빠져나가는 타구를 지켜만 본다면 수비율은 지표상 100%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율을 활용한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째, KBO 리그 공개 기록실에서 활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공개 데이터에는 수비포지션, 수비이닝, 자살, 보살, 병살가담, 실책 등의 수비에 관한 기본적인 데이터만 주어진다. (포수의 경우에는 포일, 도루 저지율)
둘째, 내야수비와 외야수비의 구분을 지어 비교하기 위해서이다. 수비효율성(DER) 지표도 팀의 수비를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지표이나, 투수와 포수를 포함한 팀 수비 전체의 수비효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내/외야를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2014년도 각 구단의 수비율 지표이다.
작년 롯데 내야진의 수비율은 97.6%로 뒤에서 두 번째인 8위를 기록했고, 외야 수비진은 9위에 오르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대로 두산 내야수비진의 수비율은 97.8%로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외야 수비진의 수비율은 99.4%를 기록하였다. 또한 두산의 외야진은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 모두 합쳐 단 5개의 실책만을 범했다.
앞서 말했듯 수비율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지표이다. 아쉽게도 KBO 기록실에서는 MLB와 다르게 수비 범위를 나타내는 UZR 지표를 구할 수가 없다. 따라서 타격 지표와 같은 객관적 지표가 없기 때문에 수비범위를 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롯데와 두산 외야 수비진의 차이는 극명하게 보이는데, 이러한 두 외야진의 비교우위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아래는 2014년 각 구단의 주전 외야수들의 출전 이닝이다.
작년 롯데는 1년 내내 '좌익수 경연대회'를 열었다. 전준우와 손아섭을 제외하고는 ‘주전’이라고 불릴 만한 고정된 외야수가 없었다. 롯데의 최다 수비이닝 Best 3을 살펴보면 손아섭(1040.3), 전준우(878), 김문호(466.6) 3명이 전체 수비이닝의 70.1%만 책임졌을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두산의 Best 3는 정수빈(1043.6), 김현수(1007.3), 민병헌(947.6) 이었다. 이들은 두산 외야 수비이닝의 89%를 책임지며 주전 외야수의 책임 수비이닝비율 1위를 차지했다.
백업 외야수(4번째로 이닝을 많이 책임진 외야수)로 확장시킨다면 롯데 외야 4인방(기존 3인, 김민하 244이닝)의 수비책임이닝은 77.3%, 두산 외야 4인방(기존 3인, 장민석 157.6이닝)은 93.6%였다.
수비이닝비율이 많다는 것은 공-수 밸런스가 좋은 주전급 선수가 한 시즌 내내 건강했다는 것이다. 타격만으로는 많은 수비이닝을 책임질 수 없다. 경기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대수비가 투입 된다면 수비이닝이 적어진다. 반대로, 타격이 약한 경우에는 대타 투입을 통해 교체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풀시즌을 뛸만한 건강함과 벤치의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산의 외야수는 공-수로 인정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주전급의 수비이닝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와 반대로 작년 롯데의 경우 좌익수 발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누가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두산은 2014시즌 후 정수빈의 군입대가 미뤄진데다, 정진호의 제대라는 호재도 있었다. 이렇게 두산이 주전 전력을 보존한 데 반해, 롯데는 붙박이 좌익수도 찾지 못한 상태에다 전준우의 군입대로 까지 겹치며 외야진의 안정감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결국 스토브리그 때 롯데의 선택은 외국인 외야수인 짐 아두치의 영입이었다.
아두치가 전준우의 공백을 지워주고 있지만, 2015년 두산과 롯데의 수비율 차이는 여전하다.
롯데 외야수들은 KBO 리그 최다인 13개의 실책을 기록하였고, 주전 외야수들의 출장률도 리그 평균에 못 미친다. 또한 손아섭의 부상으로 인해 주전 외야수들의 수비출장이닝 비율은 68.4%로 작년보다 하락하였다. 두산은 김현수의 1루수 출전이 많아지면서 주전들의 수비출장이닝 비율이 81.4%로 하락하였지만, 백업 외야수인 정진호가 작년의 장민석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4인 기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93%의 수비출장이닝 비율을 기록하였다.
장원준의 몸값이 높아졌던 것은 한 시즌이 계산되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부침이 있을지언정 선발 로테이션을 심하게 거르지 않고, 시즌이 끝나면 10승은 올려주는 투수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매년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수비수들과 뎁스는 팀으로 보았을 때 시즌을 계산할 중요 요소다. 두산 외야진은 이종욱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장원준처럼 꾸준했다. 또한 현재 주전을 제외하고도, 백업외야수인 정진호나, 박건우, 군 복무 중인 김인태 등 깊은 외야 뎁스를 가지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장원준 등 뒤의 환경, 특히 외야 환경은 안정감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다 : 뜬공 유도형 투수로의 변화
환경에 따른 장원준의 변화를 KBO 리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2015 시즌 KBO 리그 공식 기록실은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다. 눈 여겨볼 점은 일명 '땅뜬비'라고 불리는 땅볼 아웃(Ground Out; GO)/뜬공아웃(Air Out; AO)을 나타내는 GO/AO 에 관한 사항이다.
우리는 GO/AO를 다루기 이전에, GO/AO가 GB/FB(땅볼/뜬공 비율)과 동일한 관계를 갖는다 전제를 하기로 한다. GO/AO는 아웃만을 나타내지만, GB(Ground Ball)는 순수 땅볼, FB(Fly Ball)는 순수 플라이볼로써 안타와 아웃 모두를 포함한다.
2015 시즌 KBO 리그 투수들의 GO/AO와 GB/FB의 상관관계
2015년 KBO 리그에서 투수들의 평균 GO/AO는 1.22이고, GB/FB는 1.01이다. 40이닝 이상 던진 선수들로 국한시킨다면 GO/AO는 1.13, GB/FB는 0.97이다. 40이닝 이하의 선수들은 표본이 부족하여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으나 40이닝 이상 던진 선수들의 GO/AO와 GB/FB와의 관계는 상관계수(Corr)= 0.8965로 정방향을 띄고 있다. 따라서 표본이 확보되는 투수는 GO/AO와 GB/FB를 동일시 해도 될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GO/AO(이하 땅뜬비)는 투수의 성향만을 나타낸다. 땅뜬비의 높고 낮음으로 투수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2009년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로페즈(당시 KIA)는 1.53의 땅볼 유도형 투수였고, 2015년 평균자책점 1위인 양현종은 0.86으로 뜬볼 유도형 투수이다.
장원준의 올해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땅뜬비의 변화이다. 아래는 군복무 2년 전후의 기록이다.
장원준은 땅볼을 많이 유도하던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장원준의 땅볼 비율은 롯데 시절에 비해 낮아졌다. 장원준의 2015년 GO/AO는 1.03, GB/FB는 0.99를 기록했다. 2015년 리그 평균 GO/AO보다 낮은 값이다. 땅볼 위주로 아웃카운트를 주로 잡던 패턴에서, 뜬공으로 아웃을 잡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즉, 롯데 시절에는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였다면, 두산에 와서는 뜬공 위주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투수로 탈바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홈런 파크 팩터가 낮은 잠실구장과, 주전외야수들의 안정적인 출장이 보장된 두산 베어스라는 환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피홈런 걱정이 줄어들고, 거기에 넓은 외야를 그물망처럼 받쳐주는 외야수비진을 등에 업는다면 뜬공 유도에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장원준은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환경의 긍정적 변화를 토대로 던지고 있는 셈이다.
장원준의 환경 변화는 4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 이후 변화된 환경을 이용해서 던지고 있다. 두산에서의 공식적인 FA 총액은 롯데에서 제시받았다고 알려진 금액보다 4억이 적다. 하지만 같은 환경 속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4년 뒤에는 겨우 만 33세에 불과하다. 상반기와 같은 퍼포먼스를 4년 내내 유지한다면 두 번째 FA에서도 '대박'이 가능할 것이다.
장원준은 변화된 환경에 최적화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2015 시즌을 시작하며 새로운 변화구 장착 없이, 투구 패턴 만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 뜬공 유도형 투수로 변모했다. 여기에 안정적으로 출장하는 주전 외야수들의 수비를 업고 호성적을 내고 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장원준이 얼마나 더 변화할지 남은 시즌이 주목되는 바이다.
기록 출처
KBO 리그 홈페이지 기록실
KBREPORT.COM 프로야구 기록실 케이비리포트
Baseball-lab.com 베이스볼랩
Casspoint.com 카스포인트 홈페이지
일러스트 = 이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