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중앙극장의 추억
(극장은 사라지고 쇼핑몰만 남은 자리)
그해 가을
꿈 많고 반항적이던 고등학교 학창시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야 하고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이라는 강박관념에서 긴장하면서도
자유로와지고 싶은 욕망이 내재 했던 학창시절
1학년 2학기 가을이라 생각된다.
어느날 오후에 반장이 교무실에 다녀온뒤
오후엔 자율학습이다.
와 신난다. 그런데 웬일이야.
한 이삼십분 지났나. 수근거리며 들려오는 풍문들
선생님들이 모두 교육청으로 가셔서 지금 학교는
아무도 안계셔. 이게 무슨일인가?
그러면 학교에 학생인 우리밖에 없다고. 희한한 날 일세.
수근거리면서 분위기가 술렁거린다.
벌써 뒷자리에선 가방을 챙겨 뒷문으로 빠져 나간다.
발빠른자들
다시한번 소문이 퍼진다.
의정부 극장에서 지금 닥터 지바고가 상영하고 있단다.
거길 가면 어떨까. 좋지 좋고말고. 그런데 선생님이 돌아오시면
그땐 어떻게하냐.
얼차레에 반성문에 선생님의 꾸지람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래도 이런기회가 어디있나?
자 가자 중앙극장. 닥터 지바고가 날 기다린다.
너무도 에쁜 라라와 고독에 쌓인듯한 눈을 가진 닥터유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소리없이 하나 둘 교실을 빠져나간다.
험난한 담장을 무사히 넘고 의정부행 버스에 몸을싣는다.
아 이 해방감과 자유로움.
그러나 바로 다가오는 불안감
극장에 입장하지 못하면 어쩌냐.
그래도 일단은 가봐서 상황을 보자구.
또한 단속의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움도 무릅쓰고
극장으로 돌진한다.
우리또래 까까머리와 여학생도 제법 눈에 띄고
학교에서 빠져 나온 급우들과 상봉하였다.
혹시 못들어가게 하면 하는 어떻게 하는 걱정도 잠시
입장하는데 아무문제도 없었다.
우리는 깜깜한 극장 스크린 영화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볼셰비키 혁명 초기에불안한 사회에서
사사와 결혼후 얼마안되서 전쟁터에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유리
운명처럼 전쟁터에서 다시 만난 리라와 유리.
서로사랑을 피우고 이별을 거듭하며
펼쳐지는 사건을 전개시키면서 씁쓸한혁명의 참상을 보여주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을 따라 달리는 기차,
추위로 인해 서리낀 창에 펼쳐지는 혁명전쟁의 진폐와 기근의 참상.
광활평야에 한없는 펼쳐지는 유채꽃에 흘러퍼지는 라라의 테마.
배고픔과 추위를 무릅쓰고 도보로 집을 향한 유리의 긴 여정.
버스 유리창을 통해 오랜 헤어짐에 잊혀져가는 라라를 발견한 유리.
지금은 많은멋진 장면과 배우들의연기는 기억속으로 아물거려도
라라의 사랑의테마는 여전히 가슴속으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