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순택 시집 『드뷔시를 듣다』(시선사.2021.2.17)

[권영세]

[신간]

            오순택 시집 『드뷔시를 듣다』(시선사.2021.2.17)

[저자 소개]

저자 오순택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 1966년 월간 『시문학』과 『현대시학』에 전봉건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그 겨울 이후』, 『탱자꽃 필 무렵』, 『남도사』를 펴냈으며, 60년대 『시문학』 출신 7인 시집 『평생 시를 쓰고 말았다』도 함께하였다. 동시집 『풀꽃과 악기』, 『꽃 발걸음 소리』, 『작은 별의 소원』, 『풀벌레 소리 바구니에 담다』 등 20여 권과 기행시집 『그곳에 가면 느낌표가 있다』, 육아 이야기책『시인 할아버지의 사진 이야기』를 펴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회장, 계몽아동문학회 회장으로 있다.

[시인의 산문 중에서]

나의 주민등록표 원본 맨 첫 자리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22번지로 되어 있다. 1970년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직장이 전봉건 선생님이 창간한 『현대시학』사이다. 그곳에서 여러 시인들을 만나며 나의 문학은 꽃이 핀다.

부모님은 나를 지구라는 별에 내려놓았고 전봉건 선생님은 오순택을 문단이라는 또 하나의 별에 보내 주었다.

목수는 집을 지을 때 나무로 지을 것인지, 벽돌집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흙담집을 지을 것인지 생각을 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 집 속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시는 언어를 가지고 인생을 모방하는 예술이라고 한다. 시인의 언어는 자기 삶의 색깔을 캔버스에 색칠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나만의 언어로 악보를 연주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다.

[표제시 소개]

드뷔시를 듣다 / 오순택

그녀는 등의자에 앉아

드뷔시를 듣고 있었다.

반쯤은 귀를 잠재우고

생각은 먼 바다 기슭의

모래알을 세고 있었다.

프랑시스 잠의 시구(詩句)같이

그리움이 가슴을 적시는

어느 오후,

그녀의 귀는

연둣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느릅나무 어린잎이 피어나면

한지(韓紙)에 수묵(水墨)이 번지듯

열브스름한 고요가 깔리고 있었다.

그녀의 귀는

반쯤은 음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