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향수백리길 다녀오다.
이제 10여일쯤 지났다 보다. 지난해 9월초 충주~구미구간 여행중 이화령을 오르며 저질 체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고 열심히 잔치 타서 힘을 길러야겠다.... 고 하는 생각보단 어떻게 하면 쉽게 오를 수 있을까 궁리에 단번에 떠올린 생각이 전기 자전거였다. 어떻게 해서든 하나 마련해야 겠다 다짐한지 딱 6개월 드디어 꿈은 이루어졌고, 나는 나에게 언제나 쿠오바디스를 외치는 내 애마 쿠오부스트에 당당히 올라타 있다. 한번 꽂히면 일단 저지르고 나서 생각해보는 동키호테의 DNA를 어떻게 물려받게 되었는진 모르지만 일단 애마를 들이는 일을 저질렀고 몇일을 지하 창고에 숨겨뒀다가 앤한테 이실직고 했더니 잘했다고... 감사,셰셰, 알가토, 그라시아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나와는 참으로 궁합이 잘 맞는 사랑스럽고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솔직히는 얘랑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최소 10년이상은 같이 가고 싶다. 한번 밥주면 100키로 이상을 달려주니 먹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체력이 좋아 짐을 많이 싣고도 오르막길도 잘 오른다. 신통방통.. 바로 이런 걸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덕분에 내 생활이 크게 바뀐게 하나 생겼다. 아침 9시이전에는 침대에서 뒤척이는 버릇이 날씨만 괜찮으면 7시에 일어나게 된다. 걔가 보고 싶어서...
어제는 올해 첫 잔차여행.. 항수백리길.. 내가 대장이다. 뭐 대장이라 해봐야 걍 그리 정했을 뿐 황대장이 전체 길을 다 리드하고 하키장군이 살림하고, 나는 도해 두 구루분을 모시고 간다. 긍께 말인즉슨 난 아무것도 아니다. 걍 따라 댕기는 것 외엔... 근데 그렇게 대장시킨 이유는 있었다.
향수란 시를 지은 정지용시인의 시인의 생가인 옥천 대청댐, 금강변의 일부를 도는 코스다. 황사가 심하고 잔차길이 아직 다 준비되지않았으며 힘든 오르막 길을 차가 고속으로 쌩쌩 달리는 좁은 갓길을 위태위태하게 가야하는 다소 어려운 길이지만 그런대로 난 재미 있었다. 바로 쿠오부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황도해하장군들은 오르막길, 비포장도로 등을 묵묵히 잘도 올라갔다. 아마 내가 둘째와 함께 갔더라면 무척이나 고생했을 것이건만 오르막길이 그리도 즐겁고 좋았다.
항상 그랬듯이 구루메 잔차여행은 시간을 정확히 맞춘다.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숙소나 집에 들어오면 12시다. 당연히 잔차탄 거리가 50키로던 110키로던 상관없이 거의 정확하다. 이번 길은 50키로 남짓... 옥천에 도착해서 10여키로를 달려 금강휴게소, 도리뱅뱅이로 유명한 금강휴게소 굴다리 지나 음식점 마을.. 나도 몇번 가본 적 있지만 하장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부산식당에 들러 11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도리뱅뱅이, 쏘가리매운탕을 먹고 닭백숙 한마리를 해치우고 1시가 훨씬 넘에 본격 잔차 타기에 나섰다. 집에서 가족들이 딸기먹을 때 별로 당겨하지않던 딸기를 황장군이 갖고 왔다. 딱 정확히 30개, 5명이 2개씩 3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하나라도 누가 더 먹으면 큰 사태가 발생할수도 있다. 역시 부족한 건 것은 맛이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안 먹던 딸기가 너무 그립다. 중간에 둔주봉이란 곳을 올랐다. 강을 둘러 흘러가는 가운데 섬 같은 것이 우리나라 지도를 닮았다 하여 잔차를 묶어놓고 30여분을 올라 둔주봉에 올랐다. 정말 펼쳐진 강과 그 휘어 굽이치는 가운데 우리나라 지도 모양의 땅이 보였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해장군이 갖고온 오징어도 참 맛있다. 목이 말라 도달이한테 물 좀 달랬더니 가방에 있다고 마시라고... 근데 조그만 생수통에 물이 1/3쯤 들어있었는데 목도 마르고 양도 얼마 안 되고 하여 걍 입에 다 털어 넣었다. 그때 도다리가 와서 물 다 마셨다고 난리다. 세상에나 쥐꼬리만한 물병에 1/3정도 들어 있었는데 반이나 들어있었다고 하질않나 그거 다 마셨다고 방방 뛴다. 아이고 더러버라 내 안 묵고 말낀데 남아 있던 물 쬐끔 다 마셨다고 저 난리를 치다니. 내 내리가믄 물 됫병 하나 사주고 말지 했는데 내리와서 아이스크림 사묵느라 이자뿌고 말았다. 언젠가는 생수 됫병을 하나 안겨 주고 말리라... 오르막길에서 쬐끔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째진다. ㅋㅋㅋ 난 이녀석을 끝까지 홍보해 주고 싶다. 즐겁게 사는 게 좋지 죽자사자 오르막길 기어 올라가는 ... 물론 더 가치있고 보람된 일이지만... 그런 건 이제 고만하고 적당히 좀 즐겁고 편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육영수생가 근처 주차장에 도착했다가 육영수여사 생가를 둘러봤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이놈들 밥먹고 살만하니 고마움 모르는 인종들은 인간도 아닌듯 하다. 박정희도 육여사가 있기에 그래도 정신 차리고 뭔가를 할수 있었을 것이다. 점심밥을 묵으면서 생각이 떠올랐다. 아.. 내가 여기서 밥을 사지않으면 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으~ 대원들에게 점심을 배부르게 먹이는 일... 그거였구나. 날 생뚱 대장을 시킨 게... 그런 깊은 뜻이 구루들에게.. 역시 빠져나갈수 없는 함정?이었어. 야튼 덕분에 모아둔 돈이 남아 저녁을 수원에 가서 갈비를 먹기로.. 너무도 많이 맛있게 먹었다. 호장군이 불어터진 찐빵이라고 놀리댄다. 그래도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맛있고 푸짐하게 먹었다. 팁 만원의 효과도 적중했다. 배불러 지친 몸을 이끌고 아록에서 회포를 잠시 풀고서야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수동이믄 어떻고 전동이면 어떠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질수 있음 됐지. 고생 많았데이 잘자레이. 참 향수 백리길은 잔차길이 아직 조금 숙성되지 않아 당분간은 잔차여행에서 빼는 게 좋겠단다. ㅎㅎ 앞으로 얼마나 더 탈끼라꼬.... 구루메들아 한번이라도 더 참가하거레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고 맛있게 떠들고 돌아댕길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이 안남았단다. 힘딸리믄 내처럼 전기 잔차 하나 사고.. 운동 걱정 마라. 전동차도 정말 운동 잘 된다. 이나이에 죽기살기로 운동해야 하는 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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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에 니 한테 물 주나 봐라...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에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에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에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두 번째 가는 옥천 잔차길이었지만 코스자체로는 별로드라.그나마 같이 동행하며 추억을 같이 한 친구들이 있어 감사.한 명도 낙오하지않고 둔주봉 산행을 같이 즐겨 더 감사.
도다리 후회할껄.. ㅎ
둔주봉이 압권. 그라고 뭘 후회?
옥천 향수길 꼭 가보고싶었는데 놓쳤네 ㅠㅠ
도황해팽하장군 수고 많았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