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역 메아리/ 김기수
오늘은
이천전철역 정식 개통일
늦은 오후 차를 타기 위해 역에 왔다
차를 기다리며 살펴보니 하늘을 닮은 옷을 입은
머리 짧은 사내 무엇을 그리는 걸까 집중하는 그 모습
이내 차가 도착하고 신둔역 곤지암역을 거쳐 초월역을 떠날 때
사내는 소리친다 신문 보지 마! 네! 병신아 보고 있잖아!
혼줄 놓은 2인 1역의 연극을 한다 주변의 고함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함성은 차내를 맴돌고
이 전차는
초월을 지나 판교를 가고 있다
2016년 9월 24일
해가지기 전
학원증 / 김기수
- 상실의 아픔은 조침문을 남기고, 획득의 기쁨은 학원증을 쓰게 되노라
내 이제 10대를 돌아 20대를 바라보는 이즈음.
학원증, 너를 마주하고 술 한 잔 네게 가득 부어, 벗 삼아 이 글을 남기노라.
주변 대입단과 학원비가 팔천 원, 만 원하는 작금, 만육천 원 거금을 들여 너를 얻으니 이 아니 귀중하랴?
비록,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 휑해졌지만, 오백 원 담배 빨간 솔 세 보루가 이 기쁨을 넘을 수 있으랴?
네 내게 오는 날, 코팅을 칼로 살짝 들어낸 후, 뉘신지 모를 그분의 사진을 띠어내고, 빌려 쓴 가발에 몰래들고 나온 와이셔츠입고 찍은 내 사진 떡 부쳐놓으니, 땅이 흔들림을 느끼고 심장이 터질까보아 겁이 더럭 나, 가슴을 꼭 잡게 되었노라.
전두환 대통령께서 학생의 학원출입금지 엄단의 덕분에 네 공신력은 하늘을 넘었도다.
너를 들고 당구장에 가 알바 누이를 살피고, 계란라면에 동무들과 소주를 나누니, 너는 진정 미래를 여는 패스포드라 함이 지나치진 아니하리오.
먼 옛날 조선규방의 여인 가슴에 가시로 남은 뿌려진 바늘이 아니라, 내 가슴에 박동을 같이 느끼며 함께 하는 너는 나의 하나라.
산길 / 윤언영
키득키득
킬킬킬
서로서로
터덕
터덕
터덕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중년에 내리는 낙엽 / 송금자
사구락 사구락
가을을 흔들어
구르는 바람
동동동
떨고 있는
가지가지
툭탁
툭
탁
계절 먹은 단풍은
하루의 빛깔이어라
어미사랑 / 권경자
강물
잔잔히 흐르고
바위섬 물새 한 마리
팔랑 팔랑
순간
잠수하여
낚아 챈 물고기
행여 놓칠까
애틋한
엄마의 사랑
기다리는 보금자리
아기 있는 곳으로
호숫가의 두 여인/ 권경자
송글송글 맺힌 땀
더위를 벗하여
걷고 있었네
물바람에 빼앗긴 마음
누군가의 시선이
머문 줄 모르고
웃음 속에 빠져드니
어디선가 찰칵찰칵
속마음 들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