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퇴직직원 잡지에 게재한 글입니다..
앞으로 도고통신을 보다 자주 올리겠습니다.
나의 도고생활
나는 2012년 2월말 은행을 퇴직하고, 2018년 6월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신유리라는 곳으로 이사를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수도권의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 저지른 일이다. 농촌으로 이사 온 나이가 좀 늦은 편이고 이곳 도고와는 특별한 연고가 없지만 잘 적응해 살고 있다. 나는 대전에서 나고, 고등학교 때까지 살다 서울로 갔다. 도고와 대전과는 거리가 꽤 되고, 도고에서 대전 가는 것보다 서울 가는 것이 더 편하다. 내가 이곳 도고 신유리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차를 타고 근처를 지나다 아름다운 마을이 보여 찾아온 것이다. 먼저 땅을 사고 집을 지으려다, 힘들 것 같아 지어진 집을 샀다. 산 집이 나와 집사람 마음에 들어 죽을 때가지 살려고 한다.
나의 마지막 은행생활은 프랑크푸르트 근무였다. 공관이 있는 크론베르그는 독일에서도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사는 도고의 마을 분위기가 독일과 비슷하고 크론베르그 못지않게 예쁘다. 사는 집 뒤 쪽으로 높이 485미터의 도고산이 있고, 앞에는 일산 호수만한 도고저수지가 있다. 이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져 사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농촌의 혐오시설인 축사 철탑 공장 등이 없다. 또한 근처에 도고온천, 도고CC, 도고온천역이 있다. 이제 골프는 치지 않지만 온천은 수시로 간다. 도고온천역에는 2시간에 한번 정도 무궁화열차가 선다. 서울까지 1시간 40분, 수원까지 1시간 5분 정도 걸린다. 멀지 않은 곳에 전철 1호선 종점인 신창역이 있고, 조금 더 가면 KTX 천안아산역이 있다. 철도 교통은 좋은 편이다. 또한 근처에 순천향대학이 있어 평생교육원에서 이것저것 배울 수 있고, 젊은이들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아산 중심지에 가면 이마트 영화관 은행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은 다 있다. 내가 사는 도고가 특별해 보이지만, 전국을 잘 찾아보면 좋은 곳이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했지 않았을까 한다.
도고로 이사 와서 나의 일상생활은 글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많이 바뀌었다. 일산에 살 때는 퇴직 후에도 거의 매일 서울 시내로 나가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는 결혼식 침석과 골프와 테니스 모임 등으로 바쁘게 지냈다. 이 곳으로 이사 와서는 일주일에 한번 연구소일로 서울에 간다. 꼭 가야 할 일이 생기면 한번 정도는 더 가지만 가능한 도고에서 지낸다. 골프는 거의 안치고, 테니스는 한 달에 한번 분당에서 대학 동창들과 치고 있다. 신문칼럼 게재나, 방송 출연도 최소화하고, 남는 시간은 집 관리와 농사를 짓는다. 물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인근 맛 집이나 멋있는 카페도 가끔 간다. 하는 일이 적은 것은 아닌데 시간은 충분하다, 과거와 달리 매일 일산과 서울을 오가던 시간을 안 써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도고에서 사는 집은 대지 250평에 건평 50평의 목조주택이다. 2008년에 준공된 집으로 1층 30평, 2층 20평정도 된다. 집에는 잔디밭과 정원 주차장 텃밭이 있다. 텃밭 이외에 근처에 1500평 정도의 농장도 있다. 남들이 보면 집 관리와 농사일에 치어 지낼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때에는 몸을 움직여 할 일이 없어 답답할 때가 있을 정도이다. 아침에 2-3시간가량 글을 쓰고 나서는, 머리 쓰는 일 대신 햇빛 받으며 몸 쓰는 일을 해야 머리가 맑아진다. 점심 먹고 오후에도 글을 조금 쓰고, 밖에 나와 집 관리와 농사일을 한다. 저녁 식사는 간단히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잠을 잘 자고 아침에 쉽게 일어난다. 이런 루틴을 지키며 도고에서 지내는 것이 몸과 마음이 편하다.
이곳 도고에서 달라진 생활을 조금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농사일이다. 1500평 농장의 대부분 과수원으로 웬만한 과일나무는 다 있다. 현재 매실과 감이 주 작물이고, 앞으로 많이 심으려는 것은 개암나무이다. 텃밭에는 상추 배추 부추 무 오이 쪽파 양파 콩 등을 기른다. 농사방법은 주변 농민들이 하는 관행농법과는 많이 다르다. 노동투입과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농법을 찾아가고 있다. 자연농법에 가깝다. 1300평 정도인 과수원의 경우 가지치기와 풀베기만 해준다. 해 걸이를 하지만 가끔은 잘되기도 한다. 올해는 매실농사가 풍년이다. 5월말 6월초가 청매실 수확 철이다. 얼마 전까지 주변에 매실 나눔을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마을사람들이 나처럼 농사지으면 하나도 못 먹는다고 싫은 소리를 했지만, 이제는 우리 집 농산물을 얻으려 한다. 먹어보면 다르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보니 과일 중에서는 매실 감 무화과 앵두 블랙베리 개암 등은 농약 없이도 수확이 가능하다. 무 배추 등 채소는 벌레를 좀 잡아주면 된다. 특히 잡초랑 같이 키우면 벌레들이 찾지 못해서인지 잘 자란다. 산에서는 농약 비료 없이 온갖 나무와 풀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고 농사도 그렇게 지으려 한다. 수확은 적지만, 품질이 좋고 힘이 덜 든다.
다음은 집 관리이다. 집이 20년 쯤 되어가는 목조주택이라 신경 쓸 일이 늘어난다. 나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요즘은 유튜브에 온갖 정보가 다 있어 천천히 생각해서 결정하면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간단한 것은 직접하고, 어려운 것은 전문 업자에게 맡기면 된다. 요즘 인건비가 많이 올랐지만, 집수리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특히 골프나 서울 고급식당에서의 식사비용 등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간단한 집수리나 농기계 고치는 일을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내 방식대로 잘 고쳐지면 아주 뿌듯하다. 잠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실패하면 업자에게 맡기거나 새 기계를 사면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스트레스도 없다.
여기서 냉난방 등 집 유틸리티비용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자. 전원주택의 경우 난방비 폭탄을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주 날림으로 지어진 집의 경우일 것이다. 2010년 이후 강화된 단열규제를 지키고 지어진 집은 아파트보다 난방비가 적게 든다. 우리 집은 그 이전에 지어진 집이지만 괜찮게 지어서인지 난방비가 일산에서 살던 48평 아파트와 비슷하게 든다. 냉방 비용은 거의 안 든다.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아무리 더워도 밤에는 에어콘을 끄고 자야하기 때문이다. 유틸리티 비용은 겨울 난방비, 전기와 수도 요금을 제외하면 내는 돈이 없어 아파트 관리비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차액을 저축하면 가끔 해야 하는 집수리 비용을 대부분 충당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수리를 잘 해주면, 집을 재건축 필요 없이 아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여기에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고, 겨울에 전기로 보조난방을 할 수 있어 난방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농촌에 사는 것은 개인적으로 호 불호가 크게 갈리는 일이다. 몸 움직이고 생산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 조용히 자연의 변화를 관조하는 사람에게는 농촌 사는 것이 괜찮지만, 반대인 경우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농촌에 사는 것만으로도 엄청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쇠퇴와 소멸을 늦추고, 과밀한 수도권을 좀 비워주고, 농업생산을 늘리고 환경을 지키는데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농촌에 살면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좀 있다. 첫째 읍면지역에 살면 요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30% 감면해 준다. 여기에다 300평 이상 농사짓는 농민자격을 취득하면 20% 더 감면한다. 둘째는 농민자격을 취득하고 3년 이상 거주 등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직불금과 농어민수당 등 현금지원도 받을 수 있다.
7년을 도고에서 살아보니 농촌에 사는 것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살만하다. 특히 한 번 사는 짧은 인생에서,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에게 좋을 듯하다. 올해 나는 벌통 1개를 구입해 양봉을 배우고 있다. 꿀도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벌에 몇 번 쏘였지만 어렵지 않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농촌이다. 관심 있는 분은 언제든 도고에 한번 오시길 바란다. (아산시 도고면 도고산로 489번길 34, 010 9323 5375, 정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