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앞에 꼭 자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민주주의라고 하면 불순해 보이고 자유민주주의라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자칭 보수 우파라는 사람들이 그런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분명히 배웠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은 자유와 평등이라고.
그런데 굳이 자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함께 있는 평등이라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리라.
그럼 자유는 뭐고 평등은 무엇인가?
자유는 말 그대로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지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섭이나 속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것이 조폭이 휘두르는 폭력이든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이라는 돈이든
또는 춘향전에 등장하는 변사또가 행사하던 권력이든.
다시 말해 자유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무기다.
자유는 약육강식이라는 자연 상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걸 보고 사자의 자유라고 하면 누가 거기에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
그러면 사슴의 자유는 어찌 될까?
사자의 먹이감이 되지 않을 자유말이다.
안타깝지만 사자의 자유 앞에서 사슴의 자유는 유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란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라면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은 뭐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유란
그저 굶주릴 수 있는 자유, 빼앗길 수 있는 자유, 헐벗고 추위에 떨 수 있는 자유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는 부당한 강자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규제가 있다. 흔히 말하는 법과 제도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법은 힘없는 약자를 보호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평등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평등은 정의라는 개념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자유가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라면
평등은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이다.
힘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평등이다.
이렇게 보면 힘있는 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자유와
힘 없는 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평등의 이념은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게 사실이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서로 대립되고 충돌하는 것이라면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할텐데
그게 민주주의에서는 바로 휴머니즘, 인본주의라는 것이다.
그걸 실현주는 수단이 입헌주의고 법치주의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법이란 것도 사람들이 만들고, 법을 해석하고 적용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게 국가의 권력이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인위적인 평등보다는
권력을 가지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런걸 막기 위해 권력을 나눠놓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권력자를 새로 선출하기도 한다.
허지만 그런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독재자들도 나름대로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해석되고 적용되는 법과 제도.
그걸 비판하는 자들은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불순 세력이라고 매도당하고 처벌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언제나 지배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다수결이라는 선거 제도에서도 항상 그들은 승리를 만끽한다.
왜일까?
돈없고 권력도 없는 사람들이 덩달아 자유를 좋아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