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이 중고로 거래되는 시대, N차 신상이라고 하죠.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중고차의 가치가 매우 높게 여겨지는 시장이었어요. 같은 급이라도 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중고차의 아주 큰 장점인데, 중고차 시장에도 오랜만에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여서 흥미로운 상황이에요. 신선한 바람, 흥밋거리는 뭐냐 바로 전기차에요.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출시되어 보급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전기차도 중고차 매물로 하나둘씩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이에요. 매물이 하나 둘 나오는 것에 맞춰 중고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또한 서서히 올라가고 있어요. 오늘은 전기 중고차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혹시.. 당근이세요?" 전기차도 당근하는 시대
세상 모든 것이 중고로 거래되는 요즘이에요. 구매한지 얼마 안 돼서 중고로 다시 팔리는 물건들도 많고, 애지중지 사용하다가 중고로 판매되는 것들도 많이 있어요.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중고 시장이 매우 크게 형성된 물건으로 시장 규모만 봐도 신차보다 중고차의 규모가 더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만큼 중고차 시장은 자동차 시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시장이고 생각해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시장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중고차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저렴하다는 거예요. 물론 사용감이 있기 때문에 저렴해지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비율적으로 봤을 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차의 출고가, 그리고 어느 정도 사용감이 있으면서 감가가 일어난 가격을 함께 비교해서 본다면 상대적으로 중고차가 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특히 예산에 민감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중고차라는 선택지는 굉장히 훌륭한 선택지에요. 그래서 보통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분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곳이 중고차이죠.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에 서울 장안평에 중고차 매매 단지 등이 생기면서 약 40여 년이 넘은 중고차 시장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지난 40년 동안 중고차 시장은 많이 성숙하고 다듬어졌지만 바뀌지 않은 한 가지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내연기관(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 차량들을 거래해왔다는 거예요. 차종은 여러 가지 시대에 따라 바뀌는 모델들이 나타났지만, 그 본질은 모두 다 내연기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자동차를 살펴보는 다른 시선이 있을 필요가 없었어요. 현재 중고차 매매 단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차량을 선택하고 구매하려고 할 때, 성능점검기록부를 살펴보는데 차량의 성능점검을 하는 것도 내연기관 차량에 맞춰져 있어요.
지금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것은 단연코 전기차에요. 하지만 중고 전기차는 신차만큼의 핫이슈를 지니고 있지는 않아요. 일반적인 중고차 시장이 신차 출시 주기에 맞춰서 연동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고 전기차가 핫이슈가 아니라는 것은 조금 신기한 현상이에요. 주된 이유는 바로 전기차가 아직 중고차 시장을 형성할 만큼 많이 보급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거예요. 우리나라에 전기차가 처음 제주도에서 2013년에 등록된 이래로 현재 총 20만 대가 등록이 됐는데 이 정도의 숫자로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의 중고차 시장에 비중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죠.
앞으로 결국 자동차는 전기차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실제로 전기차 보급을 위해 많은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을 보자면 걸음마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비중이 매우 적죠.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차도 중고차 시장에서 비중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여요. 지난 2-3년 사이에 전기차 보급량이 그전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에요.
전기차 보급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도 앞으로의 중고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차의 성능 또한 매우 향상되었다는 것이 중고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소에요. 전기차 기술이 많이 부족하던 시절에 출시한 전기차는 장거리로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차량의 성능 자체가 메리트가 없어서 중고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주목을 받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 중고차 시장에 등장하는 전기차는 이전의 전기차에 비해서 굉장한 성능 향상이 있기 때문에 중고로 구입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특히 테슬라 같은 차량들이 중고시장에 나온다면 OTA와 같은 기술을 통해 중고이지만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중고 전기차를 살 땐,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들이 많이 등장하고 전기 중고차를 구매하는 일도 많이 늘어날 텐데, 어떤 전기 중고차를 골라야 할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것은 이전 내연기관 차량의 중고차를 구매할 때와 똑같아요. 차량의 외관 점검부터 실내에 정도 이상의 하자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구동 계통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거예요. 여기서 보다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 바로 구동 계통이에요. 엔진과 미션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차량들과 다르게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동된다는 특징을 이해하면 보다 더 쉽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전기차는 배터리의 힘으로 전기모터를 돌려서 움직이는 기계에요. 그래서 배터리, 전기모터를 잘 살펴보면 어떤 차량이 좋은 상태의 중고 전기차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브레이크를 확인한다면 좋은 중고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어요.
우선 브레이크부터 살펴보면 전기차는 전기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인 회생제동 시스템이 있는데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를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 적게 쓰는 경우가 많아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이라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아지죠. 그래서 오랜 기간 브레이크 패드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 녹이 슬거나 괜찮은 컨디션이 아닐 수 있으니 브레이크 상태를 점검해야 해요.
다음으로는 전기모터인데요, 이는 내연기관의 엔진과 비슷한 역할을 맡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에요. 전기차는 전기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엔진 떨림으로 인한 소음이 느껴진다거나, 미션과의 조합이 좋지 못해서 울컥거림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조용하면서도 별문제 없이 주행이 되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전기 모터가 엔진에 비하면 거의 무소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전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음이 무언가 이상하게 들린다면 반드시 전기모터의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해요. 특히 고주파 음은 고속 주행 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시운전을 통해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아요.
사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라고 볼 수 있어요. 전기차 대부분의 기술은 배터리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에요. 스마트폰을 중고거래해 보셨다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되실 거예요. 스마트폰 중고거래를 할 때 처음 출고했을 때에 비해서 현재의 배터리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데, 전기 중고차를 구매할 때에도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예를 들어 A라는 전기차가 제원상 1회 충전에 300km를 간다고 해도 현재의 배터리 상황이 새 배터리에 비해 50% 밖에 성능을 내지 못한다면 그 차량은 실질적으로 100% 충전되어 있어도 150km 밖에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현재의 배터리가 출고됐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전기 중고차를 살 때에 하나 더 알아봐야 하는 부분은 실제 오너들이 겪는 고충을 확인하는 것이에요.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경우 공통적으로 특정 상황에서 배터리 소모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차량에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 더더욱 배터리 소모가 심해지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모든 전기차들은 겨울에 히터를 틀 때 배터리 소모가 심해서 전비가 떨어지는데, 특히 A라는 전기차는 히터를 작동시켰을 대 배터리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모델이라는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이 특성이 추위를 잘 버티는 분께서 구매를 한다면 열선 시트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날 수 있지만, 추위를 힘들어하시는 분이라면 A 전기차와 함께하는 겨울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전기차는 현재 신차로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받는데, 보조금을 지급받는 조건에 따라 중고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조금과 관련된 사항도 확인해 보셔야 해요. 일반적으로 신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의 두 가지 보조금을 합쳐서 구매하게 돼요. 예를 들어서 C라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국고 보조금 500만 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500만 원으로 책정됐다면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C 전기차 가격에서 1,000만 원을 할인받는 효과가 생겨요. 근데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이 1,000만 원을 지급받는 데에 따른 조건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 조건이 어떠한지를 확인해서 구매하셔야 해요.
전기 중고차를 사야 한다면 그 이유를 고민하자!
중고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라고 한 것처럼, 전기 중고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거예요. 게다가 전기차는 연료비(충전비)도 저렴하고 자동차세도 저렴하다 보니 유지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많이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전기차를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어요. 물론 저렴하게 차량을 구하고, 저렴한 유지비로 운용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선택지가 되겠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에요.
전기차는 충전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나의 상황이 전기차를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고려해야 해요. 만약에 내가 위치하는 상황이 집 밥과 회삿 밥을 먹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전기차를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해요. 만약에 충전 고민을 하지 않고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유지비는 적게 들 수 있지만 나의 시간이 많이 할애되어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실질적인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맞게 될 수 있으니 나의 상황이 전기차를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해요.
저렴한 차 값, 저렴한 운용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내연기관 차량이 훨씬 더 경제적일 수도 있어요. 전기차의 경우 출고가부터가 같은 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싸기 때문에 똑같은 감가율로 중고차 가격이 형성됐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높을 수 있어요. 그래서 차 값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내연기관 차량을 구매하여 운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출을 줄이고 충전의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의 자동차는 친환경차로 모두 대체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만큼 자동차 시장은 변화하고 있고,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보다 더 빨라질 거예요. 자연스레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보급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중고 전기차 구매 건수도 늘어나겠지만 지금 이슈가 전기차라고 해서 반드시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반드시 현명한 판단인 것은 아니에요. 아직까지 전기 중고차의 구매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 과정에서 체크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이 있을 수 있고, 내 생각과는 다른 충전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나에게 전기차가 필요한지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전기차를 운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을 때, 그 이후 중고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친환경적이면서도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