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하는 것은 노동이다'라는 심지를 세우고 근 몇 년 버텨왔습니다. 저에게 노동은 농사이며 그리는 행위입니다. 물질적 궁핍함은 이미 예견 되었는지라 개의치 않습니다. 먹물이 말라 비틀어지고 습한 종이와 붓이 저를 몰아 부치지만 그 또한 저의 노동이기에 하루 하루가 기도입니다. 기도는 ‘들음’이라 했는데 그는 제 기도를 들어 주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치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하여 오늘도 기도 합니다.
가을이 온데 간데 없이 겨울이 왔습니다...나주에서 배움터로 오는 길에 가을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주. 남평. 능주. 조성. 벌교 순천. 해룡을 들러 오는 길섶에 저에게 가을이 없습니다.
벚나무의 말라비틀어진 가지와 추수가 끝난 들녘의 을씨년스러움이 수상한 시절만큼 황량합니다. 너무 추워서...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질 못했습니다. ‘봄은 겨울의 긴 침묵으로부터 온다’는 격언을 마음에 새기며 또 견뎌야 합니다.
가을 분위기에 맞추어 가을에 피는 조화꽃을 가져와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멈출 수 없는 가을을 붙잡아 두고자 어느 장인이 날밤 새워 만들었을 조화꽃을 보면서... 이이들과 쓸쓸함을 함께 했습니다만...아이들은 제법 진지하게 가을을 맞이합니다.
태율의 컨디션이 참 좋은 날입니다. 사랑으로 함께 했던 태율이 2025년 새로운 공간으로 간다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태율의 창의력과 천방지축의 주체성을 새로운 공간이 우리 배움터만큼 지켜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3장의 종이를 쓰면서 그가 보인 행동은 일반적인 과정이랄 수 없지만 늘 배려와 이해로 함께 해준 우리 아이들이 대견스럽습니다.
상식적 관점으로 태율에게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태율의 강점을 살리고, 동시에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지요. 태율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되집어 보면. 태율은 느리고 더디지만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배움터의 놀이가 태율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놀이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태율이 어떤 방식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 역시 그의 몫이겠지요.
태율 부모님께 추천합니다. 부모님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어 카운던트’ 태율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것만이 내 세상’ 그리고 일반적 상식을 뒤집는 ‘마더’라는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의미 깊은 복선이 깔려있습니다. 물론 ‘레인맨’ ‘머큐리’라는 영화도 추천하지만 태율하고는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환갑 지나 돌이켜 보니 세상은 깨어있는 의식보다 무의식이 세상을 이끌어 갑니다.
장애가 아니라 태율이 우리와는 좀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겠지요.
태율이 저에게 이마를 맞대고 안아줍니다.
이 가을이 하! 쓸쓸하여 한잔합니다.
‘한사코 사랑하자 사랑이 답이다’.
몽피-주절 주절 합니다.
첫댓글 ㅎㅎㅎ 역시 재미나게 예리하신 몽피!
추천해주신 영화 모두 챙겨 보겠습니다!
영화보는거 좋아해요~
이미 본 영화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한사코 사랑하자 사랑이 답이다’.
배움터에 오면
보이진 않지만 보이는 민들레 꽃빛 노란 사랑에너지 층 위를 걷고 다니는 느낌.
몽피께서는 그 층을 보시기도 만들어 주시기도 ~~
고맙습니다. 몽피.. 건강히 지내시다 반갑게 뵙겠습니다. 꼭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