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를 다녀와서 개념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으뜸의 조건에 대한 것이었다.
흔히 세계의 3대 미봉으로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과 마차푸차레 그리고 알프스의 마테호른을 꼽고 알프스의 3대 미봉은 융프라우, 마테호른, 몽블랑을 꼽는다.
어느 봉우리가 가장 아름답느냐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돌로미테를 다녀온 후엔 봉우리에 순번을 메기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든 낮든 어느 봉우리라 할 것 없이 전체가 미봉이었다.
Ra Gusela 2595M
안보이나 했더니 그새 인증사진 촬영중
맥주 한 모금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시원한 콜라 한 캔씩 마시기로 한다.
우리는 Forcella Zonia로 가니까 436번 트레일
이 곳은 알타비아라는 주 트레일외에 간선도로와 같이 연결해주거나 봉우리 또는 산장으로 가는 트레일엔 미국과 같이 트레일 이름이 아닌 고유의 번호가 붙여져 있다.
우리같이 처음 찾아오는 산객들에겐 낯설지만 페이퍼 지도를 보면 트레일마다 숫자로 표시되어 있어 산행시 꼭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GPS 가 있으니 무게도 줄이고 안좋은 눈으로 찌프려가며 볼 일 없어 사양했다.
그림같은 봉우리 Ra Gusela를 뒤로 초원으로 들어선다.
초원을 지나면 허천나게 올라가야하지만 지금은 좋다.
고갯마루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Torre Dusso 2,618 m
고개를 넘어서자 거대한 벽들이 기다린다.
삭막하지만 하나같이 깍아 만든 조각같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련이 있을것일까?
아직 뒤따르고 있는 Ra Gusela와 온통 푸르름 속에 핀 야생화가 오늘도 행복으로 이끌어준다.
힘든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았다.
이제라도 찾아와 걸을 수 있음에..
Monte Mondeval 2455M을 따라 너무 멋진 트레일이 펼쳐져 있다.
걷기엔 쉽지 않지만 바라보는 트레일은 환상적이다.
더 힘들게 오르자.
힘들어도 좋다.
힘이들수록 아름다움은 커지는 법
걸으며 바라보는 풍광도 압권이다.
Torrione Marcella
Forcella de Col Piombin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좋아도 힘들 때가 분명 있는 법.
힘들 때면 스스로 와서 이렇게 좋은 트레일을 걸으며 인상 쓸 이유가 없기에 숫자를 세거나 오기 전 걷고싶어 게획하며 상상할 때를 번갈아 생각했고 틈틈히 뒤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를 있게 해 준 트레일이 있고
함께 걸어 줄 사람이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힘들어 빨리 오르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지만 돌아와 앨범을 보면 다시 걷고 지는 것은 무엇일까.
Monte Mondeval
그 시간이 어쨋든 다시 걷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나요?
그 시간 속에 있었던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패스가 점점 가까워 온다.
먼저 오른 주몽 세자는 틈만 나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느라 바쁘다.
"와~~~~~~~~"
고개를 넘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니 세체다를 왜 갔데?
그것도 쌍으로 있는데..
멍 때리기 좋은 초원에 자리를 잡았다.
흔히 알고 있는 세체다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유명해지지 않은 이유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만약 케이블카가 오르락거리고 예쁜 산장 하나 있다면 조용한 트레일이 불난 호떡집 버금가리라.
산장이 있다면 세체다 대신 하루 머물고 싶은 곳이다.
첫번 째 봉우리를 다녀오려면 1마일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대신 서너명이 오르는 모습을 대리만족 하고 말았다.
보통 주 트레일에서 벗어나는 걸음을 대체로 하지 않으니 이런 길은 정식 루트에 포함을 하면 어떨까 싶다.
얼마나 쉬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비로소 걸으며 느꼈다.
첫 날 그리 진을 빼더니 완전 회복이 되었나 보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되는 바위를 성큼 올라선다.
에고고.. 그러게 왜 올라가
스냅 사진이 좋은 이유는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에서 선호하고 있다.
누군가 군침을..
아니나다를까 꾸역꾸억 올라가고 있다.
약 7,500년 전의 사냥꾼의 유골이 1987년 해발 2,150m의 Mondeval de Sora에서 발견되어 고고학적으로 알려진 곳으로 큰 바위로 보호되어 있었고 부유한 사람의 부장품도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나 안내문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 같다.
고로 이 근방에도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그 사람들도 아름다움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신선하게 다가오는 Becco di Mezzodi 2603M
미봉이 따로 없다.
야생화가 휘들어지게 피어있는 천상의 길
그 길은 Forcella di Col Duro까지 이어진다.
Sito archeologico sepolcrale Uomo di Mondeval를 지나자 마침 흐르는 계곡을 만났는데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Malga Prendera 산군.
마침 구름이 햇살을 가리며 시원한 그늘을 만드니 쉬어 가는 분위기다.
Torre Dusso를 등지고 우리가 걸어온 길
Spiz de Mondeval
Becco di Mezzodi
보는 시각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는 거대한 봉우리는 요세미티의 하프 돔과 같이 거대한 하나의 암봉으로 이루어졌다.
마음같아서는 아담한 산장 하나 지어 놓고 더 부릴 욕심없이 오가는 하이커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기야 그런 곳이 어디 한 두군데인가.
닭 튀겨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