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주세혁(KT&G)이 마린(중국)에 2-4로 분패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4강 진출이 좌절되자 한 중국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한국탁구의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세계 최강 중국 탁구의 잠재적 위협세력이었던 한국탁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게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2009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한국탁구는 여자복식의 김경아(대한항공)-박미영(삼성생명) 조만 4강에 올라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중국탁구의 위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탁구가 너무 무력하게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선수권이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
세계선수권의 특수성이 한국 탁구의 기를 못펴게 한 이유라는 설명이 나온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국가별 출전 쿼터가 한정돼 있는 반면. 세계선수권은 남·녀 각각 최대 엔트리가 7명이나 된다. 탁구 토대가 두꺼운 중국이 우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팀 관리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프랑스 리그에 진출했다 대회 개막에 임박해 대표팀에 합류한 유승민(삼성생명)의 예는 대표선수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대표선수 선발 및 관리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만들고 이를 중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한해 수입의 대부분을 해외 리그에서 뛰는 것으로 충당하는 엘리트 선수들에게 대표팀에만 매진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한국탁구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늘리든지. 국내 자체 프로리그를 만드는 등의 방안이 여기서 나온다.
◇대표팀 지원 체계의 후진성도 문제다
협회 차원의 대표팀 지원 미비도 아쉽다. 대표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기술위원회는 사실상 가동되지 않은 채 유명무실했다. 상대 분석 또한 선수나 감독이 마련한 캠코더로 경기를 녹화한 것을 이용하는 게 전부다. 상대가 결정돼도 막연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나 중국이 상대국의 기술분석을 통해 데이터화하고. 또 선수별 스타일을 꿰뚫고 이에 대응하며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수비전형의 탁구가 위세를 떨칠 것이라며 주세혁 박미영 김경아 등을 기대주로 꼽았지만 정작 대표팀에는 수비 전형 전담코치도 없는 실정이다. 주세혁은 마린에 진 뒤 “상대가 작전을 잘 짜고 나온 것 같았다”며 한계를 적시했다.
◇체질 개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개최국으로서 성적 부담을 떨치고 과감히 10대선수들을 대거 등용해 10년 미래를 내다보는 방향을 정했다. 중국 또한 혼합복식의 경우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며 변화의 운을 뗐다. 한국탁구도 서현덕(중원고) 김동현(대흥중) 양하은(흥진고) 등을 선발해 내세우며 유망주 발굴의 노력을 보였다. 세계선수권의 방향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위한 유망주 발굴로 설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세대교체가 시도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다.
요코하마(일본) | 스포츠서울 / 오광춘기자 okc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