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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6년 전 처음으로 비타민-C를 다량으로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나타났던 현상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가스(?)가 자주 배출되어서 곤혹스러웠던 일입니다. 사실 다량의 비타민-C를 계속 복용하고 있는 현재에도 그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거의 매주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서울과 진주를 오르내렸는데 진주까지는 천리 길 고속버스로도 5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길이었습니다. 중간에 한두 번 휴게소에 들른다 해도 계속해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보통이나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속버스가 달리는 중간에 가스를 발사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바로 옆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냄새가 즉시 탐지될 터인즉 얼마나 창피한 일이었겠습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되는 고통 가운데 모험은 시작되었습니다. 고속버스가 달리는 가운데 그것도 옆의 승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발사를 시도해 봤습니다. 물론 평상시에 비타민-C 때문에 나오는 가스는 냄새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모험을 감행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소리만 나지 않는다면 옆의 승객조차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행한 모험의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곁눈질로 힐끗 확인한 바로는 결코 옆자리의 승객조차 전혀 가스 누출의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젠 소리만 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달리는 고속버스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스를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라도 갈라치면 더 심각한데 왜냐하면 비행기는 전혀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창기에는 10시간 이상 가스 발사를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렸지만 요즈음에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즉 앉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해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가 시카고 의대에서 2년 간 공부할 때에 필자를 지도하시던 김윤범 교수는 70년 가까운 인생을 독실한 기독교적 신앙으로 학문에 전념해 오신 분으로 한국인으로서는 학문적으로 성공한 분이십니다. 백인이 판치는 미국사회에서 시카고의대의 미생물학/면역학교실의 주임교수로서 백인교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계시니 말입니다. 하루는 필자가 김윤범 교수께 같은 자동차 안에서 가스를 발사하면서 냄새가 있는가를 확인하시라고 말씀드리며 시험을 해 본 일이 있습니다. 그 결과 결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그러한 가스 냄새는 감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 교수는 즉각 이러한 기이한 현상에 대해 학문적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발사된 가스의 냄새가 없다면 분명 대변도 냄새가 없거나 적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필자뿐 아니라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하는 주위의 친구들에게서도 종종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아침에 대변을 보고 났을 때 그 지독한 냄새가 화장실에 전혀 없었다는 증언입니다. 필자는 매일 그러한 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은 꾸며낸 현상이 아님을 지금도 확증할 수 있습니다. 평생을 미생물학분야의 학문 세계에 몸담아 오신 노교수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비타민-C의 다량 복용은 사람의 대장(大腸) 속에 존재하는 정상 미생물군집(normal flora)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 틀림없다는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몸 속에는, 특히 대장 속에는 병원균이 아닌 여러 종류의 균들이 엄청나게 많은 수가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가 약 1014 즉 수백조에 이르지만 대장 속에 살고 있는 균의 수는 그것의 10배 가까이 되는 수천조에 이른다고 하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우리는 균의 바다에 살고 있다고 어느 유명한 미생물학자는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유산균(Lactobacilli)과 같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균이 있는가 하면 좋지 않은 발효를 유도함으로 나쁜 냄새가 그 결과로 남는 균도 살고 있습니다.
냄새가 적은 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만으로 대장내의 정상 군집 중 독한 냄새를 만드는 균들이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실험의 여지를 남기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장수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대변이 노랗고 냄새가 거의 없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 한 가지만으로 장수와 관련해서 비타민-C의 효능을 직접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 식사 후에 비타민-C를 착실하게 다량으로 복용할 때 냄새나지 않는 대변이 나온다는 사실이고 볼 때 이는 분명 비타민-C에 의해서 생긴 변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 이러한 현상이 장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머리를 떠나지 않음을 무엇으로 탓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