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막만 안심밥상
김지란
동네 안심산 오르는길
엄마의 전화 한통
미역국은 끓여 묵었냐?
누가 끓여줘야 먹지 내가 하기는 싫고
그리 께을러서 어쩐다냐
해마다 오는 생일
뭐가 중요하냐며 남편에게
퉁사리를 듣고 나온 터라
순간 설움의 눈물이 핑 돈다
그래 생일이 뭐 별건가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과 눈 맞추며
산 중턱쯤 오르자
가막만 바다가 눈에 가득 들어찬다
윤슬로 반짝이는 물결무늬는
살랑살랑 유연한 미역
드문드문 박혀있는 무인도는
꼭 소고기 건더기 같아
한순간 눈앞의 풍경에서
자박자박 파도가 끓고
바다미역국 한소끔 끓어오르는데
새소리에 주위로 시선을 돌리니
동그런 봉분들이 모인 양지바른 곳
미역맛이 나는 미역취나물 꽃과 이파리
아는 맛들을 눈으로 꺾어
조물조물 무쳐
슬그머니 조촐한 생일밥상에 나를 올린다
늦가을 고독한 밥상에
산과 하늘과 바다가 얼크러진다
우화루 목어
김지란
화암사
꽃의 한 생애가 내리는 누각
매화나무 창문을 뒤로하고
머리가 용龍인 물고기 한 마리 걸려 있네
배를 가르고
온몸 가득했던 탐. 진. 치를 빼낸 텅 빈 고요
한때는 근심의 그늘이 깊어
어딘가에 숨고 싶었네
이 절寺 저 절寺 다니다가
불명산 자락에서 꽃비를 맞고 늙어가는
그대가 맘에 들어 그 속으로
세貰 들려고 하네
한동안 모든 걸 닫아걸고
안거에 들 수 있다면
새벽 숲의 새들
서늘한 바람, 알 수 없는 눈길들
허공으로 날려버린
나를 떠난 것들이 다시 돌아와
가만가만 내 몸을 두드리는 소리 듣겠네
나를 잃어 가는 것인지
찾아가는 것인지
그러다
밤낮으로 두드리는 것들의 말이 귀에 익으면
내 속의 나를 꺼내
푸른 바다로 훨훨 날아 승천하려 하네
#김지란 시인 #전남 여수 #화양면 시집 #가막만 여자 시집 #아물지 않은 상처와 한참을 놀았다
카페 게시글
시인들의 시 & 산문
가막만 안심밥상/ 우화루 목어/ 김지란
박철영
추천 0
조회 15
25.03.07 03:3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