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국물이 당기는 날이 있다.
국물이 얼큰 면발은 쫄깃 해산물도 듬뿍. 답은 짬뽕이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봄이 왔으나 사무실이 시베리아 같은 날, 추운 봄날에도.
스트레스를 날리고 썰렁한 공기를 덥혀줄 화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속이 확 풀어지게 짬뽕 먹으러 가자.
“또 떨어졌어요.” “또 차였어요.” “어제 술을 많이 마셨어요.”
울컥하는 속을 무엇으로 위로할까. 구수한 국물과 보들보들한 면, 짬뽕 한 그릇 해야겠다.
짬뽕, 하니까 ‘웃기는 짬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짬뽕을 먹으면 즐겁다.
짬뽕에는 ‘사랑’이 있다.
중국 복건성 출신 화교 진헤이준(陳平順 1873∼1939)이 1899년 일본 나가사키에 사해루(四海樓)라는 음식점을 차렸다. 그는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식당에서 쓰다 남은 야채·고기·어패류 등을 볶아 중화면을 넣고 끓인, 양 많고 영양 넉넉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짬뽕’이다.
짬뽕(초마면·炒馬麵)은 해물·고기·채소를 기름에 볶고 소·닭·돼지로 만든 육수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 국물을 만들고 거기에 면을 넣어 먹는 중국요리이다.
짬뽕은 일본어 ‘잔폰(ちゃんぽん·한데 섞음)’에서 유래했다. 나가사키 ‘잔폰’은 진한 육수 맛을 내 ‘라멘’과 비슷한 음식이며, ‘짬뽕’은 한국식 변형을 거쳐 고춧가루나 고추기름을 써서 매콤한 맛을 낸다.
여기 도내 7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강원도민일보 기자들이 맛있는 짬뽕을 선정했다. 기자들은 직업 특성상 외식이 많고 술 마신 다음날엔 제대로 속 푸는 매운 맛을 즐긴다.
각 지역 기자들이 짬뽕 맛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속 쓰리고 마음 허전한 여러분, 얼큰한 맛이 문득 그리운 여러분, 오늘 웃기는 짬뽕과 함께 ‘즐점’하세요.
이동명 sunshine@kado.net
>> 춘천 이비가 짬뽕
한우·닭·돼지뼈로 푹고아 낸 국물 일품
| | |
▲ 춘천 이비가 짬뽕 |
춘천에 도내 유일 이비가짬뽕 체인점이 있다. MSG를 넣지 않는다. 그런데도 입이 즐거워 자꾸 젓가락이 간다. 중독성 맛의 일등공신은 청양 농업인들이 즐거운 땀으로 재배해 지역 방앗간을 거친 청양고추 고춧가루다. 이곳은 좋은 재료를 쓴다. 통영 굴 등 해산물이 듬뿍 들었다. 이비가짬뽕은 한우와 닭·돼지뼈로 사골을 내 국물이 진국이다. 짬뽕 옆에 ‘밥’이 있다. 몸에 좋은 국물을 깨끗이 비우라는 배려다. 주메뉴는 붉은 국물 이비가짬뽕(8000원)과 하얀 국물의 순한맛 짬뽕(8000원)이다. △이비가짬뽕=근화동 당간지주 인근. 문의 242-9888. 춘천/이동명
>> 원주 낙원루
졸업식 날 부모님과 즐기던 ‘추억의 맛’
| | |
▲ 원주 낙원루 |
풍성한 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 대형 중국집의 ‘퓨전짬뽕’과 34년 동안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원주 ‘낙원루’는 졸업식 날 부모님과 즐기던 오리지널(?) 짬뽕을 맛볼 수 있다. 국물이 압권이다. 묻지 마 매운맛과 인공조미료가 선사하는 칼칼함을 철저히 배제한 옛 입맛으로 유혹하고 있다. 오징어와 새우, 양파, 양배추 등 5가지가 넘지 않는 재료를 30년을 넘게 이어온 육수에 즉석에서 볶은 후 바로 삶은 면 위에 투박하게 담아 낸다. 가격은 5500원. 푸짐한 곱빼기도 6500원이면 맛 볼 수 있다. △낙원루=원주시 우산동 신일유토빌아파트 정문 앞. 문의 742-2118. 원주/윤수용
>> 강릉 신짬
매운 맛·깔끔한 맛·시원한 맛 ‘삼위일체’
| | |
▲ 강릉 신짬 |
강릉시 옥천동에 위치한 짬뽕전문점 ‘신짬’은 쫄깃한 면발과 얼큰하고 깊은 맛의 국물로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직접 개발한 육수에 농사 지은 고춧가루를 강한 불에 볶아 넣고, 면을 숙성시켜 오징어,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을 더했기에 매운맛, 깔끔한 맛, 시원한 맛이 한데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홍합 등 해산물은 껍질을 모두 제거해 면발 및 국물과 섞이는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적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얼큰한 국물을 그릇째 들고 마시면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짬 짬뽕의 가격은 6000원. △신짬=강릉시 옥천동 366. 문의 642-8264. 강릉/김우열
>> 속초 오징어짬뽕
그날잡은 10여가지 해물 푸짐하게 한 그릇
| | |
▲ 속초 오징어짬뽕 |
속초지역의 중국집들은 동해안의 신선한 해물이 듬뿍 들어가 어딜가도 깊은 맛을 낸다. 그 중에서도 조양동에 위치한 속초 오징어짬뽕은 속초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를 통째로 집어넣은 화려한 담음새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신흥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속초 오징어짬뽕은 오징어를 비롯해 당일 공수한 가리비, 새우, 홍합 등 10여가지의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가며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 영업하지 않는다. 가격은 7000원. 배달은 안한다. △속초오징어짬뽕=속초시 조양동 삼천리주유소 뒤. 문의 635-5667. 속초/송원호
>> 홍천 일환식당
손님 맞춤 주문식… 3대째 내려온 전통 맛집
| | |
▲ 홍천 일환식당 |
홍천지역에서 유명한 짬뽕집은 홍천읍 연봉리에서 지난 84년부터 3대째 짬뽕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일환식당이다. 이 식당은 손님이 오면 손님 주문량에 맞춰 짬뽕을 만드는 주문식이다. 국물맛이 걸리지 않아 뒤끝이 깔끔하다. 야채가 많은 것도 다른식당과 다르다. 모든 재료는 하루에 소비된다. 오후 3시부터 한시간동안 물과 재료를 교환하기 위해 잠시 영업을 중단한다. 짬뽕전문점답게 메뉴는 짬뽕(7000원)과 짬뽕밥(8000원), 짜장면(5000원), 탕수육(1만5000원∼2만원) 등 4가지가 전부다. △일환식당=홍천읍 연봉리 259-6. 문의 434-2706. 홍천/권재혁
>> 영월 뽕의 전설
매운데도 시원… 애주가들 발길 줄이어
| | |
▲ 영월 뽕의 전설 |
영월읍 뽕의 전설 식당 대표 주자인 ‘삼선해물짬뽕’은 맵다. 매워도 너무 맵다. 한겨울에도 구슬땀이 맺힐 정도지만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한잔 걸친 칼칼한 애주가들의 발길을 쉽게 유인한다. 청량고춧가루에 각종 야채로 맵고 시원한 육수를 낸 뒤 쫄깃한 면발에 홍합과 게·오징어·명태의 내장인 이리 등을 듬뿍 넣어 그 맛이 일품이다. 식당이 넓지 않은 데다 정성스레 맛을 내느라 30여분 줄지어 기다리는 미덕은 기본이다. 가격은 1인분에 7000원 △뽕의전설=영월읍 하송안길 70번지로 영월중·공고동문회관 바로 옆. 문의 373-0073. 영월/방기준
>> 고성 수성반점
서울부터 전라도까지 전국서 알아주는 맛집
| | |
▲ 고성 수성반점 |
고성군 공현진 수성반점은 전형적인 시골마을 중국집으로 외양은 허름하기 그지없지만 짬뽕 만큼은 명성이 자자하다. 인근 속초시는 물론 멀리 서울이나 전라도 지방에서도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여러 미식가들의 방문기와 식음기가 떠돌아 다니고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는 면발에 오징어와 홍합, 야채가 풍성한 것이 시선을 끈다. 특히 얼큰하고 진하며 걸쭉한 국물은 혀에 착착 감긴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가격은 6500원. △수성반점=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82. 문의 631-1492. 고성/남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