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늘 움직여야 한다.
몸도 움직여야 하고 머리도 움직여야 하며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역시 뭄이 움직이는 것이다.
몸이 움직여 줘야 걷는 걸음 따라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우리는 삶과 일상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란 묵은 때를 지우고 새로운 생각과 생활을
내 하루에 덧입히는 일이다.
오늘 아침 날씨도 꽤 좋은 편이다.
약간의 너울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하늘이 개였다 흐렸다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여행이나 산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우산이나 양산을 챙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피부가 예민하거나 중요시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여할 지도 모르겠지만.
집을 나서니
꽤 이른 시간임에도 나드리 나온 사람들이 많다.
연인들 끼리 혹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약간 눈부신 듯
햇살을 살짝 가려 가며 봄햇살과 잔잔한 바다를 즐기고 있다.
한 켠에는 늘 그 자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중늙은이가
시커먼 얼굴로 오늘도 신나는 음악을 연주 하고 있다.
처음 온 듯한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다 보고
늘 오는 노인들은 무심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며 앉아 있다.
자갈치시장앞.
이상하게도 이 곳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거의 없이 따사하다.
그래서 허수름한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자갈치에서 조금만 걸어 가면 유라리광장이 나온다.
유라리.
유럽과 아시아를 있는 마을이란 뜻을 품고 있다.
이 곳이 좋은 이유는 차도가 돌로 깔려 있어 색다른 풍경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마치 마차가 달리던 시절의 거리같은 기분을 주기도 하고
약간만 더 걸어 들어 가면 오래된 뒷골목 풍경을 주기도 하다.
자동차가 통행을 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계단을 타고 올라 가면 영도 다리가 나오고
영도로 넘어 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무심코 올라탄 버스.
태종대 행이다.
나로서는 버스가 태종대로 가든 산복도로로 가든
동삼중리로 가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아무 곳에서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만에 올라 탄 태종대행 버스.
그냥 종점까지 가기로 했다.
새로 생겼다는 오션플라잉 테마파크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짚와이어도 체험 할 수 있다고 한다.
오션뷰 카페도 함께 있다.
태종대의 짚와이어는 태종대자갈마당을 가로질러 달린다.
젊은이들은 무척이도 재미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마침 한 여성이 가다가 되돌아 간다.
무언가 절못된 모양이다.
안전요원이 조심스레 와이어를 출발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이번이야 별일이 없겠지만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지 늘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 60대 여성도 점프체험 하다가 사고가 나지 않았던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년이 가까와 옴에 따라 우리는 더욱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자갈마당에서 보이는 남항의 경치가 참 좋다.
태종대 자갈마당에서 옛 해양대학이 있던 동삼중리마을 가는 길.
얼마 전에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개통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이 길을 따라 사람만 다닐 수가 있었다.
숲이 우거지고 길도 너무 협소했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은 유감이다.
사람이 다니던 길은 그대로 두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따로 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다.
카페 안에서 바라다 봐도 바다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 온다.
봄날씨가 꽤 덥다. 제법 걸은 팃일까.
그래서 오늘은 아이스 커피로 간만에 주문해 봤다.
여름철에도 거의 주문하지 않는 아이스 커피다.
시원하고 맛있다. 역시 많이 걷고 따뜻한 날씨 덕분이다.
새로 생긴 카페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다.
이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짚라인을 타기도 하겠지만.
그런데 올 겨울은 날씨가 좋은 탓인 지, 아니면 내가 운이 좋은 덕인 지
거의 매번 영도로 올 때마다 대마도를 볼 수 있다.
시원하고 뻥뚫린 바다를 바라보며 버스 종점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못되어 동삼중리에 도착 했다.
제법 걸은 탓일까 때가 되어서 그런 가
영도에 오면 내 입 맛을 다시게 하는 제주 복국이 그리운 탓일까
아니면 그저 배가 출출한 탓일까
암튼 복국이 먹고 싶다.
시원한 복국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더위도 피곤도 다 물러간 기분이다.
삶이 뭐 별건가
이렇게 사지가 멀쩡할 때 걸을 수 있는 한 걷고
먹을 이빨 튼튼할 때 맛난 것 먹고
그러다가 더 늙어 꼬부랑 영감탱이가 되면
동네 마실이나 다니면 될 것을.
자식들도 늙은 부모 모시고 여기 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으 터.
희노애락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때
즐기다가 저승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