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기다리며
소정 하선옥
오늘도 무더운 날씨. 더위를 좋아하는 여름꽃 천지입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밖에만 나서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꽃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친근하게 다가서는 꽃이 바로 뭉쳐서 피어나는 여름꽃 수국(水菊)입니다.
수국은 다른 여름꽃과는 달리 그 꽃 색이 화려하지 않지만, 화장기 없이 수더분하게 차리고 나선 섬 색시같이 아름다운 꽃으로 그 색깔도 다양합니다. 예전에는 아녀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많이 주로 많이 심었습니다. 수국의 꽃말을 찾아보았습니다. 같은 종류의 수국이라도 꽃의 색깔에 따라서 달랐습니다.
‘사랑, 진실한 감정, 순결, 우아함, 풍요, 거절, 용서, 후회, 건강, 젊음, 번영, 행운, 영적인 사랑, 애수와 슬픔,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의 추억’ 등 토양의 산도가 높을수록 분홍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한다고 하네요. 흰색 수국을 제외하고요. 마치 시집간 처녀도 시가의 가풍이나 신랑의 사람됨에 따라 팔자가 다르게 변하듯 말입니다.
며칠 전에 마음이 답답하여 우리 고장 수국의 명소로 알려진 저구항을 다녀왔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도는 길섶에는 저마다 다른 색깔의 수국이 색감을 뽐내며 자랑질이 한창이었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야와 햇살과 바다가 만들어 내는 윤슬과 청명한 하늘가에 피어나는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해안선의 여름 풍경은 탄성을 지르게 할 만큼 절경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제주도보다 얼마 전에 다녀온 베트남 휴양지 ‘달랏’ 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거기에다 길섶을 따라 파랑·분홍·보라·흰색으로 화장하고 나온 마치 섬 색시같이 어여쁜 수국의 행렬이 늙은이의 눈길을 사로잡게 하였습니다. 쨍쨍하게 뜨거운 햇살이 둥그레한 꽃송이에 부딪히면 꽃 색은 금방 신비감을 자아내며 한층 더 찬란하게 빛나고 향기는 나의 품에 안겨들어 몽환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시간에 쫓겨 발길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꽃의 고운 생각을 읽을 수만 있어도 세상 살기가 참 편해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목과 질시로 얼룩진 세상. 세상을 움직인다고 착각하며 자기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 씌우려 편안한 날 없이 삿대질로 질척거리는 오늘날. 난장판 같은 세상은 인간의 시샘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누구라도 감동과 감화를 주는 멋진 일을 해내면 손뼉 칠 줄 알고 응원해줄 수 있는 성숙 된 시민의식을 가졌더라면, 우리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변모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는 아직도 꽃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 영웅들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장마통에 빗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을 구한 사람, 버스 안이나 길거리에서 심정지 처한 사람들에게 119 구급대가 오기 전에 심폐소생술로 사람들 살려낸 청소년, 불 속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낸 소방관, 남모르게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부녀자들.
그들은 자기의 선행을 자랑하거나 떠벌리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평소 가족과 이웃과 나라를 자신보다 더 사랑할 줄 아는 그저 평범한 내 이웃의 아들과 딸이며 아저씨 아줌마입니다. 선행의 향기를 내뿜는 이들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공이 될 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에게 영육(靈肉) 간에 수국처럼 청아하고 고운 향기가 깃들어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세상 살기 힘드신 여러분! 살다가 힘들면 요즈음 정원이나 공원의 길가에 한창 피어나는 수국의 꽃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러면 수국이 ‘수국수국’ 하면서 고운 맘을 열어 줄 것입니다.
2023년 6월 14일 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