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님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라 하는가"
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8주기 추모제 개최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23.04.10 18:03
"서도원 열사여, 도예종 열사여, 우홍선 열사여, 송상진 열사여, 이수병 열사여, 김용원 열사여, 하재완 열사여, 여정남 열사여"
추도사를 하는 헌쇠 박중기 4.9통일평화재단 고문의 목소리는 유난히 떨렸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 4.9통일평화재단이 주관한 4.9통일열사 48주기 추모제가 4년만에 공식 거행됐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19년 44주기 추모제가 열린 뒤, 2021년 46주기 추모제는 대구칠곡현대공원 민족민주열사희생자묘역에서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소략해서 진행됐다.
한쪽 지팡이로는 지탱이 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힘겹게 무대에 오른 박중기 고문은 "해마다 4월 9일 그날이 오면 가신 님들의 영면에 회환에 찬 가슴을 친다. 조국의 자주통일과 민주사회 건설의 길에 함께 하자던 젊은 날의 명령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48년전인 1975년 4월 9일 박정희의 사법살인으로 한날 불귀의 길을 떠난 인혁 8열사를 추모했다.
"반공 독재의 사슬을 깨뜨린 1960년 4월 혁명의 폭풍속에 우리는 처음 만났다"며,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땅이 뉘땅인데 오도가도 못하느냐. 더 높은 함성으로 민주·자주·통일의 깃발을 추켜 세우고 투옥과 처형, 갖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끌어 왔다"고 열사들의 투쟁을 회고했다.
"님들은 그 역사의 격량속에 목숨을 던짐으로써 후진들에게 불굴의 투혼을 심어주었다. 누가 님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라 하는가. 누가 님들의 죽음을 억울한 죽음이라 하는가"라며 "님들의 붉은 혼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영원히 불타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인민이 진정한 자유 평등을 향유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열사들이여, 열사들이여...'를 외쳤다.
추모제 자료집에는 인혁 8열사와 함께 복역중 옥사한 장석구, 이재문 선생,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나 복역 후유증으로 운명한 전재권, 유진곤, 조만호, 정만진, 이태환, 이재형, 나경일 선생, 2016년 5월 24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성재 선생, 그리고 최근 3년간 숙환과 병고로 별세한 김한덕 선생(2020.11.8), 강창덕 선생(2021.9.3), 김종대 선생(2022.9.8)의 영정이 추가되어 4.9통일열사로 수록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와 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 이수병 선생의 아내 이정숙 여사, 김용원 선생의 장남 김민환씨를 비롯한 유가족들, 인혁 열사의 동지인 임구호 선생, 그리고 유가협 장남수 회장,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와 임방규 선생,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장영달 대표와 김학민·이철 선생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혁당 사법살인을 세계에 고발한 조지 오글 목사(2020.11.15)와 1964년 1차인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2022.10.25)이 별세하고 생존하는 선생들의 건강도 여의치 않아, 날이 갈수록 추모제에는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다.
김형태 재단 상임이사는 "돌아가신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자료집 형식으로 최근 발간 준비를 하고 있으며, 과거사 정리가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이제 새롭게 미래를 향해서 통일과 평화쪽에 좀 더 힘을 실으려고 한다"고 재단의 향후 활동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인혁당 사건 피해자인 이창복 선생의 아들인 이송우 시인은 법무부가 지난해 부친을 비롯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당이득금 지연이자를 원금분할납부 조건으로 면제하라는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였으나 이후 원금 납부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경기도 양평 소재 자택을 내놓았으니 의향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 선생은 이날 추모제 장소로 오던 중 사고를 당해 얼굴 부위를 다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이수병 선생의 장남인 이동우 시인이 '용서를 강요받을 때'를 낭송해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진심어린 사과없이 용서를 강요받았던 참담함을 이야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무브먼트 당당의 김현아, 최철욱, 최정현, 원채리씨가 열사들의 부인이 쓴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한 '꽃 필 사원의,'를 무대에 올려 추모제의 의의를 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소선합창단 대표인 테너 임정현씨가 '진달래'와 '먼 훗날'을 불러 유가족들,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헌화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출처;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