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5시부터 야구중계가 있다. 이름하여 세계야구대회다. 미국 뉴욕 양키와 엘에이 다저스가 하는데 왜 세계야구 시합이란 명칭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미국사람의 교만이라고 남편은 비난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며칠 전부터그 게임을 보려고 벼르고 있었다. 나는 덩달아서 기다려지면서 흥분 해졌다. 중앙일보에 보니 곽현수라는 한국선수가 뛴다고 하니 더욱 보고 싶어졌다. 그 기자는 신문 칼럼에 현수가 잘해서 꼭 이기고 또 다시 MVP 가 되면 좋겠다고 썼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한국인이라 더 한국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계 사회가 맞나 보다. 우리 손자는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엄마가 미국인이라서인지 한국에 대해서는 모를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세살도 안 된 아이한테 다 큰 애 취급 하는 내가 웃습다.
6회 말에서 다저스가 먼저 한 꼴 냈다. 너무 신났다. 근데 곧 이어 양키도 두 꼴을 한 번에 냈다. 이제 1대2다. 7회 말에 오타니가 넣어서 2대 2 동점이 되고 진전 없이 9회를 맞혔다. 연장전으로 들어가서 양키가 먼저 1점을 냈다. 스코어는 2대 3이다. 10회 말이었다. 곽현수가 2번째 선수로 나왔다. 현수가 스트라이크 당하면 희망이 없었는데 현수가 친 볼이 안타로 살았다. 멀리는 못 갔지만 오타니가 칠 기회를 주었다. 오타니는 홈런에 가까이 쳤지만 양키 편에서 뛰어가서 점프해서 받아 탈락되었다. 두 명이 나갔기에 다음 타자가 홈런을 못 치면 게임은 우리가 지는 상황이었다. 2명의 선수 들이 필드에 나가 있었지만 무효가 될 판이었다. 양키 코치는 피쳐를 몇 번이나 바꾸었다. 히스패닉 이름을 가진 건장한 선수가양키 편 투수로 나왔다. 다저스는 마지막 선수가 나왔다. 그는 한 번에 홈런을 쳤다. 야구장은 기쁨의 환호성으로 야단 났다. 그렇게 비싼 티켓을 사서 보러 가더니 비싼 값을 받은 것 같아 나도 그들과 같이 기분이 좋았다. 야구도 다른 운동도 인생과 똑같다. 될 듯 될 듯하다가도 안되고 또 엉뚱하게 좋은 일도 생긴다.
오늘 저녁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곽현수가 마지막까지 안타를 치기 시작하여 자기 몫을 잘한 덧에 이겼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나도 아들을 7년 동안 야구를 시켜 데리고 다니면서 얼마난 즐겼는지 모른다. 올스타도 되고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아들 본인이 싫다고 해서 고만두었다. 그러나 우리 큰 사위는 자기의 꿈이 야구 선수였는데 못했다고 손자가 세살 때부터 야구를 가르쳤다. 마침 손자도 야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3학년 졸업 때까지 했으나 저 보다 훨씬 큰 사람한테는 당해 내지 못 했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인데 공부하는 게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자랄 때 부모님한테 효자 노릇 다 했고 이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몇 명이나 운동으로 성공할까 싶다. 그 조마조마한 순간을 어찌 견뎌낼까 걱정이 앞선다. 손자가 야구 포기 한 결정을 내렸을 때 나는 은근히 기뻤다.
오늘 야구 시합을 다시 보니 홈런 친 선수는 영웅이 되었지만 반대로 양키의 투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영광은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닌걸 우린 잘 아니깐.
오늘 저녁은 남편하고 손바닥을 치면서 내일 같이 좋아했다. 내 아들도 아니고 손자도 아니었지만 엘에이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나는 게임이었다. 다음 주 애들과 만나면 할 얘기도 생겼고 모두 즐거워할 생각 하니 나도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