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만드는 농부, 돈 버는 농부
당신의 스토리를 팔아라
한국사회는 그동안 농부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라고 기회를 준 적이 없다. 오히려 농민을 주인공 자리에서 내몰고는 변방의 시혜나 받는 존재로 만들었다. 농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혜택 대부분을 일부 세력이 합법적으로 가져가버리는 구조로 고착화해놓고 60년을 지내온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등장은 생명력을 잃어가는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최고 가치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된 시점에서,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신뢰 구축은 고착화된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농민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 자신만의 이야기, 인생이 농축된 이야기는 당당하게 5,000만 소비 대중이 있는 감성의 바다에 큼지막한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소비자들은 그 배에 승선해서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생산과정과 ‘농업적 삶’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이웃사촌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농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농업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독자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야기의 소재 발굴에서, 컴퓨터 자료관리, 실제 이야기 작성 및 동영상 만들기까지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이야기농업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생산과정과 농업적 삶은 농업생산물과 농촌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메말라가는 도시민들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문화와 우리의 삶이 담긴 고향의 의미, 그리고 사람 사는 재미와 감동이 담긴 ‘농촌이야기’를 통해, 농민들이 자신을 드러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오랜 기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농어촌과 도시를 이어주기 위해 노력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농민들에게 ‘이야기농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인터넷을 통해 농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농업이야말로 단순한 마케팅 요소로서 물건이 잘 팔릴 때 필요한 기술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의 ‘달라진 삶’이고 ‘당당하게 꾸는 꿈’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야기농업’은 우리 사회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농부들의 수동적이고 자괴적인 생활문화를 혁신하는 면에서 의미 있고, 보편적이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농업적 삶’이 지닌 유무형의 가치를 높이는 운동이라고 보고 있다.
이야기농업 만들기: “그러니까 쓰세요!”
“몸이 고단하고 일이 밀려서요. 노동력을 구할 수 없어서 내 몸으로 때우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스토리가 중요한지는 알겠는데 엄두가 안나요. 난 아직 컴맹이구요. 이 나이에 뭘 할 수나 있을까요? 그런데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내 인생 제대로 살고 싶고 내가 만든 상품 알토란같이 평가받고 싶어요.”
저자가 ‘이야기농업’ 관련 강연을 나가면 대부분의 농민들이 저자에게 해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더욱 ‘그러니까 쓰세요’로 시작해 ‘습관 만들기’로 이어지도록 권장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대한민국 농업의 현대사를 통해 이야기농업의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이순신과 간디, 대장금과 김탁구(드라마 주인공)를 예로 들어 이야기농업의 의미와 지금 이 시점에서 이야기농업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3부에서는 자기 이야기농업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 농민들을 위해 이야기농업을 위한 마음가짐과 자료수집 방법에서부터 컨셉과 키워드 만들기, 농촌동영상 만들기까지 필자가 이야기농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농부들에게 강의를 하며 항상 소통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농민들에게 강연하듯 친절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농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농업으로 달라진 삶을 꿈꾸는 실천사례
저자는 이야기농업의 구체적인 실천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야기농업》을 통해 모범적인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농업과 인연을 맺고, 스스로 농업적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고, 자화상을 이야기로 그려보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부당하게 드리워진 농식품 유통체계에 종속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이야기농업’이 농어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 실제 이야기농업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의 분석을 통해 여러모로 조망해본다. 이야기농업을 통해 양봉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재배한 꿀에 대한 신뢰를 얻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에덴양봉원, 귀농 후 블로그로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도시 아이들이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이야기로 먹고사는 맑음이네, 양주시 농업에 이야기옷을 입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정순희 공무원, 대한민국 농어촌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농업을 디자인하는 필자 안병권 등의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이들 사례는 독자들에게 이야기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법은 물론 농어촌의 청사진을 그려볼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와 감동으로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라고 농부들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이들을 주인공 자리에서 내몰고는 변방의 시혜적 존재(부차적인 요인)로 만들어버렸다. 농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혜택 대부분을 일부 세력이 합법적으로 가져가버리는 구조로 고착화해놓고 60년을 지내온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고향의 의미와 사람 사는 재미, 감동을 드러내는 ‘이야기농업’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연과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생산과정과 농업적 삶은 농업생산물과 농촌의 자연과 더불어 귀중한 가치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농산물을 판매하지만, 단순히 농산물만 판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생산 현장인 농촌과 산촌, 어촌의 자연과 문화도 같이 팔아야 한다. 소비자들과의 진실한 소통이 바로 농촌에서 인터넷을 통한 이야기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판로를 마련하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농업》은 단순한 마케팅의 수단이 아니다. 농민 스스로 자신을 기록해 소비자들에게 내보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주는 동시에 시골과 도시라는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안병권 지음
서울대 농생물학과 졸업.
인터넷쇼핑몰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1990년대 중반 농산물 쇼핑몰 ‘정농’을 오픈하였고, 1999년에는 유기농산물 전문쇼핑몰 이팜(www.efarm.co.kr)을 오픈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FTA 시대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와 소통해야 하며, 인터넷이 그 소통을 가능해 줄 거라고 믿고 있는 필자는 20여 년간 농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겪은 희로애락과 그들의 의미로운 삶이야말고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콘텐츠이자 상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야기농업’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현재 안병권보부상단 단장, 이야기농업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의 농촌쇼핑몰 키워드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으며, 각종 지자체에서 이야기농업과 마케팅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시와 통하는 농촌쇼핑몰 만들기≫ 등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을 읽다가 세계적으로 스토리텔링의 물결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래! 한국은 역사가 깊다. 우리땅에 내재된 감성적 인자도 풍부하다. 거기에다 IT 강국으로 네트워크도 잘 발달되어 있으므로 우리 농업의 살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용한 소통의 공간에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주고받고 즐길 수 있는 거리, 즉 ‘이야기’를 만들어 얹으면 된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고민하고,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농촌이라는 공간에 녹아 있는 감동과 친근함의 요소들을 포착해내는 작업이야말로 우리 농민들이 스스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기존에는 유통업자나 도매시장에 상품을 팔아 달라 읍소했지만 이제부터는 5천만 소비자의 감성에 내 인생과 상품을 이야기로 만들어 인터넷 공간에서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25p)
예전에는 거대 유통자본이나 도매시장 경매사들의 눈에 들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추려 그들 앞에서 싫은 내색 한번 하기도 힘들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유통업자들에게 높은 값을 받기 위하여, 혹은 거래를 트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동종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끼리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과 소비영역이 교차하는 넓은 소통의 공간에서 유통자본들의 입맛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감성과 입맛을 향해 각자의 다양한 개성과 독특함을 가지고 경쟁한다.
각자의 인생,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로 ‘오직 1등’만을 위해서가 아닌 차별화된 창조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 구조 하에서는 생산영역의 상품, 정보, 이야기가 소비영역으로 흘러가고, 마찬가지로 소비영역의 이야기와 생각이 생산영역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양방향 선순환 구조로 사람들의 삶이 교류하는 것이다. 이 모두는 다름 아닌 인터넷이 만들어준 세상이다. (30p)
내가 왕비천 하늘조청 이야기를 만들 때 소재로 삼은 것은 생산자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울진에서 태어나 자란 ‘수수쌀’ 신부가 도라지 신랑을 만났다. 여러 종류의 친구들을 만나고, 갖은 고생하며 지내는 장면들을 도입해서 표현한 것은 절묘했다.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원료곡물의 입장에서 서사적으로 표현했다. 농촌이야기의 구성에 안성맞춤인 스토리라인이었다. 또 현장 인터뷰 과정에서도 각각의 생산과정에 야무지게 의미부여를 하여 훨씬 더 생생하게 감성을 자극했다. 조청을 졸이는 무쇠가마솥과 자신을 태워 남을 이롭게 하는 참나무의 특성을 사색과 원칙, 추억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생산자의 안목은 탁월했다. (127p)
우리가 글짓기를 하는 목적은 자신이 가진 콘셉트, 즉 나의 생각과 알리고픈 것을 잘 녹여내서 고객들이나 다른 사람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친환경 토마토를 생산하느라 바친 내 열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두에 둔다는 몸짓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세상은 나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왜곡된 슬로건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인터넷 소통공간에서 이야기를 매개로 벌어지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 우리 사회가, 이웃들이 얼마나 정이 넘치고 활기찬지 알게 된다. 또 도시에 살거나 농촌에 살거나 얼마나 많은 추억과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고객과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것을 느낄 때의 짜릿함은 오래도록 살아가는 힘이 된다. 모두 다 농업을 이야기하는 삶이 가져다 준 즐거움이다. (271p)
들어가는 말 _ 왜 이야기농업인가?
PART 1 : 이야기농업 개요
01.세상의 변화
_ 대한민국 농업, 이야기옷을 입다
_ 정정당당 농업적 삶
_ 칼로리에서 스토리로
_ 매출은 소통의 크기만큼
_ 지킴과 가꿈, 농촌 어메니티
_ 거미줄네트워크
_ 고단하시죠? 이제 상품을 내려놓으세요
02. 스토리의 힘 & 스토리텔링
_ 진리와 사랑의 메신저
_ 레코드텔링, 기록으로 말하세요
_ 기록과 인터넷 세상
_ 레코드텔링과 이순신
_ 기록으로 풀어간 감성마케팅, 대장금
_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토리의 힘을 느끼다
_ 이 맛에 농사짓거든! 스토리텔링
_ 너 아니어도 되거든! 디지털 스토리텔링
PART 2 : 이야기농업 사례
01.이야기농업 실천사례
_ 에덴양봉원, 최고의 마케팅은 신뢰를 얻는 것
_ 맑음이네, 농촌에서 이야기로 먹고 사는 법
02.안병권의 이야기농업 컨설팅
_ 사과나무 부위론, 세자책봉론, 무주 양한오 사과
_ 짧지만 긴 기다림, 왕비천 하늘조청
_ 네가 알아서 살아라, 꿈의 농법 희망봉형제농장의 토마토
_ 이야기 공무원, 양주시 농업에 이야기옷을 입히다
_ 예전에 없던 직업, 이야기농업 디자이너
PART 3 : 이야기농업 매뉴얼
01. 이야기농업 마음가짐
_ 이야기의 출발점, 보다
_ 일기 쓰는 농부, 돈 버는 농부
_ 그러니까 쓰세요
_ 매일매일 퉁치기, 습관만들기
02. 이야기농업 소재
_ 자연환경
_ 지역문화유산
_ 일상 최고의 콘텐츠, 우리집 밥상
_ 생명
_ 생산과정
_ 낭만적인 생산과정 사례
_ 추억
_ 고객들 마음 깊은 곳에 녹아 있는 것들
03. 컴퓨터 자료관리
_ 폴더의 마술 1 : 저장
_ 폴더의 마술 2 : 검색
_ 파일 이름짓기, Naming
_ 글상자 운용하기, 메모
_ 이야기 농부의 하루
04.이야기 만들기 A to Z
_ 콘셉트 잡아내기
_ 키워드잡기
_ 글재료 준비하기
_ 글짓기와 UCC
_ 첫 장면, 첫 문장
_ 잘 짜여진 이야기 만들기
_ 농촌동영상, 왜 중요한가
_ 농촌동영상 시나리오 만들기
_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시나리오 만들기
_ 농촌동영상 자막과 장면, 제작
_ 이야기농업 매체전략, 블로그, 홈페이지, 페이스북
맺는말 _ 이야기농업의 효과와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