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약해지지 마, 사랑해!
국내 최고형 현역 여의사로 불우이웃을 위해 수십 년 간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쳐온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향년 94세로 소천했습니다.(2020.10)
그는 94세부터 틈틈이 저술 활동을 하며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는 에세이집까지 펴냈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가족과 직원들을 향해 당부했던 세 마디의 말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한원주 원장은 ‘최고령 현역 여의사’라는 이력과 소외계층을 향한 봉사 활동으로 여러 TV 프로그램에서도 조명된 바 있습니다. 그는 병원에 출근할 때마다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발랐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살아 있어야 ‘건강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얼마나 후회 없는 만족스러운 삶을 기쁘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한 원장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수십 년간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한 원장은 “힘내라”, “서로 사랑하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낌없이 건넸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 원장은 98세에 첫 시집을 낸 시바타 도요(1911~2013) 할머니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 <약해지지 마>의 한 대목입니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ㅏ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이미 약해진 사람이 더 약해지지 않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향한 사랑, 타인을 향한 사랑, 무엇이든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다소 약해지더라도 삶 자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 그것이 살아가야 할 이유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사랑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칩니다.
79세를 일기로 입적한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한 문장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살아있는 동안 맘껏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마무리도 없을 것입니다. 삶은 아름답습니다.
힘내, 가을이야, 사랑해…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즐기고, 사랑하고, 감사해…
삶은 그 자체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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