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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08.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프랑스와의 유로 2016 준결승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독일은 이번 대회를 통해 소득과 과제를 동시에 얻었다.
# 소득 1. 수비 안정화
이번 대회 독일의 최대 소득은 바로 수비 안정화에 있다.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이었던 주장 필립 람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후 측면 수비에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엠레 찬과 안토니오 뤼디거, 그리고 제바스티안 루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람의 보직이었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용했으나 이렇다할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유로 본선을 앞둔 시점까지 뢰브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사이에서 고심을 반복해야 했다.
뢰브 감독은 유로 본선 조별 리그 첫 2경기에서 지난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 수비수인 베네딕트 회베데스를 측면 수비수로 배치했다(월드컵 땐 왼쪽 측면 수비수, 이번 대회 첫 2경기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하지만 회베데스의 경우 원래 보직 자체가 중앙 수비수다 보니 수비는 안정적이지만 공격 지원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오른쪽 측면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뢰브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는 요슈아 킴미히 측면 배치였다. 킴미히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측면 수비수라는 생소한 역할 속에서도 뛰어난 포지션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수 모두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이며 람의 후계자로 등극했다.
먼저 공격적인 면에서 킴미히는 경기당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2회로 메수트 외질(3회)과 토니 크로스(2.7회)에 이어 팀내에서 3번째로 많았다. 경기당 슈팅 숫자는 1.5회였고, 경기당 드리블 돌파도 1회를 기록한 킴미히이다.
게다가 수비적인 면에서도 킴미히는 경기당 태클 성공 2.3회를 기록하며 토마스 뮐러(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외 경기당 평균 걷어내기 2회와 가로채기 1회, 그리고 슈팅 차단 0.3회를 올린 킴미히이다.
물론 아쉬웠던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오버래핑 타이밍과 패스 정확도(87%)는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했으나 크로스 타이밍이 다소 단순해 상대 수비에게 차단되는 문제를 노출했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선 72분경 볼터치 실수를 범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사실상 처음으로 측면 수비수를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나이는 만 21세에 불과하다. 당초 바이에른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람의 뒤를 이을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보강하려고 했으나 킴미히의 활약에 고무되어 영입 없이 킴미히를 측면에 배치할 계획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겠다.
비단 킴미히가 전부가 아니다.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왼쪽 측면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 역시 이번 유로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유럽 정상급 측면 수비수로 급부상했다. 실제 '가디언'을 비롯해 많은 언론들에서 선정한 유로 2016 조별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헥토어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유로 2016 본선 6경기에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뢰브의 '믿을맨'으로 등극한 헥토어이다.
제롬 보아텡과 마츠 훔멜스의 중앙 수비진도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자랑했다. 게다가 이들은 뛰어난 롱 패스와 빌드업 능력을 자랑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수행했다. 훔멜스가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전에 결장한 가운데 보아텡마저 부상을 당해 교체되자 독일 수비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이번 대회 첫 필드골(72분 앙투안 그리즈만 골)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독일 대표팀은 마누엘 골키퍼를 중심으로 보아텡과 훔멜스, 킴미히, 그리고 헥토어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을 유지할 예정이다. 훔멜스가 올 여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바이에른으로 이적하면서 헥토어를 제외한 독일 대표팀 수비 라인이 고스란히 바이에른 선수들로 이루어지게 됐다. 앞으로 이들이 소속팀에서도 수비 쪽에서 호흡을 맞추는 만큼 해가 갈수록 조직력적인 측면에서 향상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 사진출처: Bild
# 소득 2. 크로스, 독일의 마에스트로로 발전하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토니 크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로스는 대회 내내 연신 맹활약을 펼치며 독일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떠올랐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는 크로스에 대해 "귄터 네처와 볼프강 오버라트, 그리고 로타르 마테우스를 계보를 잇는 '새로운 지휘관(Der neue Maestro)'라며 극찬했을 정도다.
이번 대회 크로스의 활약상은 단순 기록들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크로스의 이번 대회 경기당 평균 패스 숫자는 107.2회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패스 성공률은 92.4%로 주전급들 선수들 중에선 세르히오 부스케츠(93.4%, 스페인)와 악셀 비첼(92.6%, 벨기에)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안전한 패스만을 고집한 것이 아니다. 크로스의 경기당 평균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는 2.7회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를 제외하면 이반 라키티치(3.3회, 크로아티아)와 다리오 스르나(3회, 크로아티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치다. 독일 선수들 중에선 외질(3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슈팅 찬스를 동료들에게 제공한 크로스이다. 무엇보다도 크로스는 경기당 평균 10.6회의 롱패스를 시도해 8.8회를 동료들에게 정확하게 배달하면서 83%가 넘는 롱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이에 더해 크로스는 경기당 2.5회의 슈팅을 시도하며 공격 쪽 포지션(최전방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측면 미드필더)을 제외한 선수들 중 델레 알리(2.8회, 잉글랜드) 다음으로 많은 슈팅을 기록했다. 독일 선수들 중에선 뮐러(3.3회) 다음으로 많았다. 경기당 드리블 돌파 횟수 역시 2.5회로 공격 쪽 포지션을 제외하면 카일 워커(3.3회, 잉글랜드) 다음으로 많은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이는 독일 선수들 중에선 율리안 드락슬러(2.8회)와 외질(2.7회) 다음 가는 수치였다.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크로스이다.
크로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고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로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한 동안 크로스는 수비적인 면에서 문제를 노출했으나 2015/16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한 단계 성장하면서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다.
/ 사진출처: Kicker
# 과제 1. 공격 개편 불가피
이번 대회 독일의 고민은 바로 득점 부재에 있었다.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 3-0 승리를 제외하면 5경기에서 단 4득점에 그친 독일이다.
특히 뮐러의 부진이 심각했다. 뮐러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5골을 넣으며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고, 유로 2016 지역 예선에서도 9골을 넣으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13골, 폴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나 정작 본선에서 침묵했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팀내에서 가장 많은 18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 2번을 맞힌 것이 전부였다.
비단 뮐러의 부진이 전부가 아니다. 독일 공격진들의 전반적인 경기력 자체가 그리 좋지 못했다. 율리안 드락슬러는 슬로바키아전에 1골 1도움을 올린 게 전부였다. 마리오 괴체는 본선 조별 리그 첫 3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 채 벤치로 밀려나고 말았다. 안드레 쉬얼레 역시 합격점을 받기엔 역부족이었다. 괴체와 쉬얼레는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대표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바로 마리오 고메스의 재발견이다. 이번 대회에 독일이 보유한 유일한 정통파 공격수 고메스는 북아일랜드와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골을 넣은 데 이어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도 골을 추가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선 뛰어난 연계 플레이로 선제골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했다(고메스가 공급한 전진 패스를 헥토어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외질이 골을 성공시켰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메스는 축복받은 신체 조건(189cm, 88kg)을 바탕으로 많은 골을 양산하는 득점 특화형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운동 능력이 예전에 비해 떨어지자 고메스는 연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메스가 공격진의 중심을 잡아준 경기에서 독일의 공격이 활기를 띄다 고메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침묵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고메스가 2012/13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자주 부상을 당한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만 30세에 접어들었기에 고메스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고메스의 부재시에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뮐러의 부진은 다른 공격 포지션 선수들의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 뮐러는 개인 능력으로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다. 빈 공간을 파고 들어서 골을 넣는 유형의 공격수이다. 다른 선수들이 도와줄 때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그나마 뮐러가 이번 대회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들은 어김없이 고메스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독일의 주득점원 역할을 담당한 선수는 뮐러이다. 뮐러는 독일 대표팀에 승선한 2010년 이래로 A매치 77경기에 출전해 32골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2년(13경기 무득점)을 제외하면 매년 A매치에서 5골 이상을 꼬박꼬박 적립하던 뮐러였다. 비록 이번 대회에 무득점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독일에서 득점을 책임질 선수는 뮐러이다. 그러하기에 뮐러의 부담을 덜어줄 공격수가 필요하다.
이래저래 이번 대회 본선을 앞두고 마르코 로이스가 부상을 낙마한 건 독일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엔 카림 벨라라비와 율리안 브란트, 케빈 폴란트 같은 재능 있는 공격 자원들이 있다. 이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루카스 포돌스키와 소속팀에서 부진한 괴체-쉬얼레 같은 속칭 대표팀 철밥통 선수들을 과감히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가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란 극히 드물다. 괴체와 쉬얼레는 일단 소속팀에서 정기적인 출전을 통해 경기력부터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과제 2. 슈바인슈타이거 시대의 종말... 크로스 파트너 찾아라
이는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사미 케디라가 부상 이전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유로 2016 지역 예선에선 일카이 귄도간이 5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선수 모두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케디라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귄도간 역시 2번의 메이저 대회에 모두 장기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로 인해 베테랑 주장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케디라의 빈 자리를 대체했으나 결국 그는 전반적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전반 종료 직전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내주는 우를 범하며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제 슈바인슈타이거는 만 31세로 하향세를 타는 시기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이후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독일 대표팀 중원의 핵심은 슈바인슈타이거에게서 크로스로 확실히 이동했다. 그러하기에 독일은 앞으로 케디라와 귄도간의 부재 시 크로스와 중원 파트너로 짝을 이룰 선수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재 독일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한 포지션이 다름 아닌 중앙 미드필더이다. 율리안 바이글와 마흐무드 다후드, 레온 고레츠카, 그리고 요하네스 가이스 같은 20대 초반 재능 있는 선수들이 호시탐탐 대표팀 출전을 노리고 있다. 그 동안 대표팀에선 주로 측면 수비수로 뛰었던 엠레 찬과 루디도 소속팀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기에 앞으로 굳이 대표팀에서 측면으로 뛸 이유가 없다. 경험이 있는 중견급 선수가 필요하다면 쌍둥이 형제 스벤 벤더와 라스 벤더를 비롯해 곤살로 카스트로와 크리스토프 크라머 같은 선수들도 있다.
그 동안 독일은 주로 크로스와 케디라, 슈바인슈타이거, 그리고 귄도간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다 보니 다른 미드필더들의 출전 횟수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그러하기에 귄도간이 이번 유로 본선에 부상으로 불참했고, 케디라마저 대회 도중 부상을 당하자 즉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은 슈바인슈타이거 하나 밖에 남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제 적극적으로 다른 미드필더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