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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문화 다시 읽기'
1우리 음악를 읽는 '정당한 인식틀'
우리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아무런 선입견이 없이 듣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제도교육을 통해서 서양의 음악이론ㆍ음계ㆍ장단 등만을 배워왔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음악을 듣는 경우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서양음악의 틀을 통해서 그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흔히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고들 한다. 이것은 음악이 지닌 보편성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의 보편성과 함께, 한 문화권에는 그 문화권에서 당연시되는 사상적 토대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사상적 토대의 산물인 음악은 나름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즉 음악은 사유의 산물이고 그 사유방식의 독자성은 서로 다른 음악을 형성한다. 성숙한 문화를 지닌 나라일수록
나름의 독자성이 강하다.
흔히 한자문화권, 유교문화권으로 불리는 극동 아시아 지역은 서구와는 다른 독자적인 사유체계와 그 산물들인 각종
의 문화를 지녀왔다.
한국의 음악, 미술, 건축, 도자기, 한글 등 거의 모든 유형ㆍ무형의 문화적 산물들을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되는 사상은
(1) 북방 샤마니즘과 연결되는 삼재론,
(2) 남방 농경문화의 산물이 역사상,
(3) 산동반도와 요동반도를 잇는 발해만 인근에서 새롭게 발생한 비주문화(非周文化)ㆍ 변방해안문화(邊方海岸文化)의
산물인 음양ㆍ오행론으로 대별할 수 있다.(물론 더 세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상적 토대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없이는 이것을 사상적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유형ㆍ무형의 문화적 산물들을
해석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러한 사상적 토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의 어떤 문화산물들도 해석되지 않는 '문화의 수수께끼'일 수 밖에 없다.
1901년 17세에 장악원(掌樂院) 전악(典樂)에서 출발하여 제5대 아악사장((雅樂士長)을 지낸 함화진(咸和鎭: 1884-1948)
은 그의 『조선음악소사(朝鮮音樂小史)』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악기의 조직방법이나 그 분석, 배분, 제조법 같은 것은 반드시 천지(天地), 음양(陰陽), 사시(四時), 오행(五行) 등 철학적 이론을 부회(附會)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과 악기가 모두 철학적으로 구성된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1)
음악이론 즉 악론(樂論)은 물론이고 악기의 제작에 있어서도 음양ㆍ오행론 등 철학적 이론에 바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이론이 적용되어 제작된 악기의 경우를 거문고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악론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지는 글들에서 상론할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거문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거문고)
현금(玄琴: 거문고의 한자식 표기-필자)은 중국 악부(樂部)의 금(琴)을 본떠 만든 것이다. 『금조(琴操)』( 漢나라 채옹(蔡邕)이 지은 琴의 곡조를 집록한 서적명-필자)에 의하면 ....중략.... "금의 길이를 석 자 여섯 치 육 푼으로 하여 366일을 상징하고, 넓이를 여섯 치로하여 육합(六合: 동서남북과 위 아래의 6 방위를 말함-필자)을 상징하였으며, 판대기 위를 지(池: 池는 水이니 공평하다는 말이다)라 하고, 판대기 밑을 빈(濱: 빈은 복종한다는 것이다)이라 하였으며, 앞이 넓고 뒤가 좁은 것은 사람의 존비(尊卑)를 표시함이요,
위가 둥글고 아래가 모난 것은 하늘과 땅을 본 뜬 것이며, 다섯 줄은 오행(五行)을 상징한 것이요, 큰 줄(大絃)은 임금이 되고 작은 줄은 신하가 되는데 문왕(文王: 周나라 문왕을 말함-필자)과 무왕(武王: 周나라 무왕을 말함-필자)이 두 줄을 더 첨가하였다." 또 『풍속통(風俗通)』에 이르기를 "거문고의 길이를 넉 자 다섯 치로 하는 것은 사시(四時)와 오행(五行)을 본뜬 것이요, 일곱 줄은 칠성(七星: 북두칠성을 말하-필자)을 본뜬 것"이라 하였으니, 이것이 현금의 시초였다.2)
거문고라는 악기 하나에도 (1) 일년의 일 수, (2) 육합개념, (3) 음양의 존비관계, (4)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元地方) 사상, (5) 오행개념과 오행의 배당, (6) 춘하추동 사시와의
관계성, (7) 북두칠성의 상징성 등에 대한 상수철학적 원리가 배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가야금이나 비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야금)
가야금도 중국 악부의 쟁(箏)을 본떠서 만들었다. (....) 부현(傅玄: 晋나라 문제 때의 학자-필자)은 말하기를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함이요, 아래가 평평한 것은 땅을 표준한 것이요, 가운데가
비어있는 것은 육합(六合)에 준거한 것이요, 줄과 괘는 열 두 달을 모방한 것인 바, 이야말로 어질고 슬기로움을 상징하는 기구이다." 완우(阮瑀: 東漢 말엽의 문인-필자)는 말하기를 "쟁의 길이를 여섯 자로 한 것은 율(律: 6律과 6呂를 합하여 12율려가 됨-필자)의 수에 맞춘 것이요, 줄을 열 둘로 한 것은 사시를 상징한 것이요, 괘 높이를 세 치로 한 것은 삼재(三才)를 상징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가야금이 비록 쟁의 제도와 조금 다르기는 하나 대개 그와 비슷하다.
『신라고기』에 이르기를 "가야금은 가야국 가실왕이 당나라 악기를 보고 만들었는데 (......)" 3)
(비파)
비파는 『풍속통』에 이르기를 "근대 음악가들이 만든 것으로서 그의 시초는
가야금에는 (1)천원지방사상(天圓地方思想), (2) 12지지(地支)와 12달의 배합, (3) 12지지와 12율려 배합, (4) 12지지와 사시의 배합, (5) 천지인 삼재론과 3수의 배합 등이 전제되어 있고, 비파의 경우에는 (1)천지인 삼제론,(2)오행, (3)사시 등이 배합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서로 연계되어 있고, 그것을 크게 나누어 보면, (1) 역(易)사상과, (2) 음양오행론, (3) 천지인 삼재론을 하나로 잇는 동양철학의 세계이다. 필자는 위의 (1), (2), (3)이 한국 전통문화를 읽는 '정당한 관점'이라고 본다.
이것은 비단 위에서 살펴본 몇 몇 악기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악기도 마찬가지이며, 악기의
조율방법, 장단법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 음악의 모든 것이 이런 철학적 배경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
동양의 음악이란 이런 철학적 세계관을 음(音)으로 드러내는 방편인 것이다.
비록 악기가 시대에 따라 혹은 나라마다 길이나 현의 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신라의 향비파가 당나라의 비파와
'약간' 다르기도 하지만 그 기본적인 철학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바로 우리
문화를 읽는 '눈'이자 '정당한 관점'인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로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미술, 건축, 문학 등 모든 것이 이러한 '정당한 관점'에서 읽혀야
함은 물론이다.
1.
흔히 음양오행론으로 부르는 것은 2수 분화를 중심으로 하는 음양론과 3수 분화를 중심으로 하는 삼재론이 산동반도
와 요동반도를 잇는 발해만 인근에서 융합되면서 늦어도 기원전 4-5세기 전국시대(戰國時代)에는 완전한 이론적인
모습을 지니게 된다. 즉 음양, 오행, 삼재론은 2천 년 전부터 이 땅의 문화를 형성하는 사유체계였던 것이다.
동양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관념체계인 음양오행론, 삼재론 등은 산동반도와 요동반도 일대를 무대로 터를 잡아온
동이족(東夷族)의 사유체계이다.
이들 동이족의 일부는 중국에 편입되어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족(漢族)들의 중원
문화와 대립ㆍ경쟁해 온 동북방의 수렵민족들로 그 일부는 우리민족의 기원을 이루는 선조들이다.
그러므로 음양오행론, 삼재론 등을 '중국의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이것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유교문화권에서는 공통적인 것으로 그 문화를 읽는 정당한 인식틀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정당한 인식틀'로서의 철학적 배경을 공유한 한자문화권에 있는 국가라고 해서 그들의 전통음악이
모두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1)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1박을 2등분하는 '2분박' 중심인데 비해서 한국 전통음악은 '3분박'을 중심으로 하고,
(2) '농현기법'(弄絃技法)이 특별히 발달했으며,
(3) 이러한 농현기법의 특징은 기본음(基本音)에서 계단식으로 쌓아가는 음관념이 아닌, 중심음(中心音:이것이
삼재론의 사람에 해당한다)을 기준으로 해서 위(삼재론의 하늘)와 아래(삼재론의 땅)의 음으로 해석하는 중심음 관념
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같은 정당한 선입견으로서의 철학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음악과 구별되는 한국 전통음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한국 전통음악의 독자성은 '정당한 관점'으로서의 여러 철학적 요소들 가운데 어떤 것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른 것들을 통제하는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
2.
필자는 한국전통음악의 3분박이나 중심음 구조에 의한 농현기법의 비밀은 북방샤마니즘에 기초를 둔 세계이해의
틀인 삼재론에 있다고 보고 있다.
샤마니즘에 입각한 세계관은 중국,한국, 일본 등에 모두 공유된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삼재론이 가장 저변에서
음양오행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러한 필자의 입장은 우리 고대문화의 형성과정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한반도의 지형은 백두대간을 경계로 하여 동쪽과 서쪽이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으로 분리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태백산맥이라고 부르는 것과 백두대간은 별개의 것이다.
태백산맥 등의 소위 '산맥'은 일제가 자원수탈를 위해 작성한 것으로 실제의 산줄기와는 상관없는 땅 밑의 지질구조도
에 불과한 것이다.
태백산맥이 포항근처까지 남북으로 내려온 형태인데 비해서,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설악산ㆍ오대산ㆍ태백산을 거쳐
서남쪽으로 휘어져 문경세계ㆍ조령ㆍ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즉 이 백두대간을 경계로 옛 신라의 땅은 백제ㆍ고구려와
국경을 삼았고 신라 지역은 백두대간이라는 천혜의 요새를 국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도
국경선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서 백제나 고구려는 한강을 경계로하여 위아래로 줄곳 국경선이 변하였다.
전국시대이래 이론적으로 정리된 음양오행론은 백두대간의 서쪽 지역을 타고 한반도로 남하하는데, 이것은 비파형
동검의 한반도 남하와 그 시기와 전파루트를 같이 한다.
고구려와 백제 지역은 초기의 국가가 형성되는 시기에 철기를 압세운 정복문화의 영향으로 기존의 토착적인 삼재론
이 음양오행론에 밀려나는 반면에, 신라 지역에서는 백두대간을 넘어오는데 걸리는 1-2세기의 시
백두대간을 경계로 한 이러한 사유체계의 차이는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간단한 몇가지만 살펴보면,
(1) 고구려ㆍ백제 지역의 고분에서는 음양오행론에 입각한 사신도(四神圖: 동청룡ㆍ서백호ㆍ남주작ㆍ북현무)가 나타
나지만, 신라 지역에서는 단 한 곳에도 보이지 않고,
(2) 고구려ㆍ백제 시대에 창건된 이 지역의 불교사찰에서는 사찰안에 삼신각이나 칠성각등 샤마니즘에 입각한 부속
건물이 없는 반면에, 신라시대나 통일 신라 이후의 사찰에서는 사찰내부에 이러한 삼신각 등이 보인다는 점,
(3) 고분의 발굴에서 남여를 합장한 경우 고구려ㆍ백제와 신라는 남여의 위치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 등으로
보아 남여를 음양에 비유한 것이 신라의 고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ㆍ백제와 신라의 문화적 차이점은 이 이외에도 수없이 많이 찾아질 수 있다.
결국 신라가 중심이 되어 삼국통일을 하고 최초의 한반도내의 단일국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백두대간의 동쪽에
자리한 신라의 사유체계 즉 삼재론이 중심이되어 음양오행론을 흡수한 '삼재론중심의 음양오행론'이 우리문화의
구성원리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 전통문화를 음양론이나 오행론으로 환원시켜서 보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음양론, 오행론, 삼재론 등이 모두 우리 전통문화를 읽는데 동원되어야 하는 '정당한 인식틀'이지만, 그 가운데 삼재론
이 가장 강력하게 다른 것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문화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삼재론중심의
음양오행론'을 '한국 전통문화의 구성원리'라고 부른다.
중국의 경우에는 전국시대 이후 음양오행론이 공자의 유교에 습합되어 들어가고 음양론에의한 2분법적 세계해석의
틀이 주류로 자리하게 된다. 이것은 송대(宋代) 이후의 성리학(性理學)의 이기론(理氣論), 성정론(性情論)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주로 백제계의 유민들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고구려ㆍ백제의 '음양오행중심의 삼재론'이
사유체계의 중심구조가 된다.
이러한 중국, 일본의 '음양오행론중심의 삼재론'과 한국의 '삼재론중심의 음양오행론'의 차이는 같은 음양론, 오행론,
삼재론을 공유하면서도 문화의 형태를 다르게 만드는 사유체계인 것이다.
3.
이러한 점은 왜 똑같은 음악이론을 공유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의 전통음악이 2분박을 중심으로하고, 한국의 전통음악
이 3분박을 중심으로 하게되었는가 하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음(音)을 크게 중심음을 기준으로 해서(천지인의 人) 위의 음(天)과 아래의 음(地)으로 해석하는, 한국적 특성인
'중심음 구조'는 바로 삼재론이 오행에 의한 오음(五音) 구조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심음 구조의 음 이해에서, 중심음을 기준으로 현을 누르거나 떨어서 아래 위로 음을 끌어 올리거나 내리는
각종의 농현기법이 발달한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음악에서는 농현기법이 거의 발달해있지 않고 3분박의 개념보다는 2분박의 개념이 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전통음악과의 차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를 몇가지 보면,
(1) 우리의 굿거리 장단 등을 구음으로 채보할 때에는 모두 3분박을 의식해서 1박을 3칸으로 그리며,
(2) 정간보(井間譜)에서도 한박자를 의미하는 한 칸은 3등분해서 율명(律名)을 기입하며,
(3) 시조의 고악보를 보면 중심음을 길게 일직선으로 긋고 그 중심음 아래 위를 물결무늬처럼 내려갔다 올라가는
모양의 것이 대부분이다.
2. 음양, 오행, 삼재론으로 본 풍물
1.
정악이나 아악같은 궁중과 사대부들의 음악은 이러한 동양철학에 입각한 정교한 음악이론을 지녀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풍물, 판소리 등 민속음악의 경우에는 이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문헌이나 악론(樂論)이 별도로
없고, 민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승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살던 이들의 사유체계 안에서는 음양, 오행, 삼재, 10천간, 12지지 등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고
이러한 음양, 오행론, 삼재론 등은 아무리 늦어도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기원을 전후한 시기에는 이미 한반도 전역
으로 전파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기록에 없다고 하더라도 민속음악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유체계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풍물의 경우를 음양오행에 입각해서 풀이해 보자.
2.
먼저 풍물에 사용되는 각 종 깃발, 복색, 전립 등은 군대의 체제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복색은 보통 백색옷에 흑색조끼를 입고 적, 황, 청(혹은 녹색, 연두색)의 삼색띠를 두른다.
흑,백,적,청,황은 오행론에서보면 오방색(五方色- 동:청색, 서:백색, 남:적색, 북:흑색, 중앙:황색)이고, 음양론과 삼재
론으로 분리하면 음(陰:흑색) 양(陽:백색)과 천(天:청색) 지(地:적색) 인(人:황색)을 상징하는 색이 된다.
필자는 풍물의 복색에 보이는 색은 오방색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음양과 삼재의 색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강조되는 삼색띠는 삼재론의 색을 상징하고, 삼색띠에서 가장 앞쪽으로 드러나는 황색은, 천지인
삼재론에서 천지의 기운을 조화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상징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통 북에 그려지는 청ㆍ적ㆍ황 3색의 삼태극은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삼태극보다는
태극이 주로 많이 그려져 있다.
둘째, 용기(=용당기, 새명기, 덕석기)는 꿩장목(꿩의 꼬리깃을 묶어 깃대 끝에 꽂은 것)을 달고 용의 그림을 그린 것
으로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몇 곳 이외에는 일상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1900년 초부터 사용된 아래의
농기가 주로 사용된다. 곳에 따라서는 용기와 농기가 모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農旗)는 음양(陰陽)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태극(太極)을 상징
하며, 백색 바탕에 흑색 지네발은 음양이 태극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요즘에는 적색의 지네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태극의 상징체인 태양의 화염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전라좌도 진안ㆍ증평 풍물)
그러나 이런 기본구조에서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변형이 있다.
(1)강릉 풍물: 백색 바탕에 검정 지네발을 깃발의 좌우에 두르고 아래쪽에는 적,청,황 삼색의 지네발을 단 경우에는
음양과 삼재론에 입각한 색의 배열이다.
(2)경북 금릉ㆍ김천/경남 진주ㆍ삼천포 풍물: 백색 바탕에 흑색 지네발을 달고 꿩장목 아래에 적색과 청책의 긴 끈을
묶은 경우에는 음양의 색을 나타내는 두가지 방법즉 흑ㆍ백과 적ㆍ청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다.
(3) 전라 우도 이리 풍물: 백색 바탕에 흑색띠를 두르고 나서 다시 지네발을 달기도 한다.
이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른 변형들도 있다. 꿩장목이라고 부르는 것은 샤마니즘에서 샤만의 조령(祖靈)인 새(새발
까마귀, 주작, 봉황으로 변천한다.)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간계와 천상계를 이어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넷째, 영기(令旗)라고 불리는 적색과 청색의 두 깃발은 음(陰: 청색 영기)과 양(陽: 적색 영기)을 상징한다.
보통 영(令)이라는 글씨가 백색으로 씌여진다.
농기나 용기를 뒤로하여 좌측에 양(陽)에 해당하는 적색 영기를, 우측에는 음(陰)에 해당하는 청색 영기를 단다.
청색 영기에는 적색의 지네발이, 적색 영기에는 청색 지네발이 있어 음양이 조화되도록 되어 있다.
영기의 경우에도 이런 기본구조에서 지역에 따라 몇가지 변형이 있다.
(1) 경남 진주ㆍ삼천포 풍물: 흰색 바탕에 검정색
다섯째, 오방기(五方旗)는 오행(五行)에 의한 방위, 수호 동물, 색깔 등의 배당에 의해서 배치된다. 이것을 하나씩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1) 동방청색기(東方靑色旗): 농기를 뒤로하여 좌측에 동방(東方)의 목(木)에 해당하는 청색기(靑色旗)를 배치한다.
동방청색기에는 동방의 수호 동물인 청룡(靑龍)이 그려지며, 지네발은 흑색(黑色)을 두른다.
지네발의 색이 흑색이 되는 것은 오행상생론(五行相生論)에 입각한 것이다. 즉 동방의 목(木)을 상징하는 청색이 돋보
일 수 있도록, 목(木: 청색)을 상생(相生)하는 수(水)의 상징색인 흑색 지네발을 단다.
( 東方木, 東靑龍=左靑龍, 水生木 등의 논리)
(2) 서방백색기(西方白色旗): 농기를 뒤로하고 우측에 서방(西方)의 금(金)에 해당하는 백색기(白色旗)를 배치한다.
서방백색기는 서방의 수호 동물인 백호(白虎)가 그려지며, 지네발은 황색(黃色)을 두른다. 지네발의 색이 황색이 되
는 것은 오행상생론에 입각한 것이다. 즉 서방의 금(金)을 상징하는 백색이 돋보일 수 있도록, 금(金: 백색)을 상생
하는 토(土)의 상징색인 황색 지네발을 단다. (西方金, 西白虎=右白虎, 土生金 등의 논리)
(3) 남방적색기(南方赤色旗): 농기를 뒤로하고 앞쪽에 남방(南方)의 화(火)에 해당하는 적색기(赤色旗)를 배치한다.
남방적색기는 남방의 수호 동물인 주작(朱雀)이 그려지며, 지네발은 청색(靑色)을 두른다. 지네발의 색이 청색이
되는 것은 오행상생론에 입각한 것이다. 즉 남방의 화(火)를 상징하는 적색이 돋보일 수 있도록, 화(火: 적색)를 상생
하는 목(木)의 상징색인 청색 지네발을 단다. (南方火, 南朱雀=前朱雀, 木生火 등의 논리)
(4) 북방적색기(北方赤色旗): 농기를 뒤로하고 뒤쪽에 북방(北方)의 수(水)에 해당하는 흑색기(黑色旗)를 배치한다.
북방적색기는 북방의 수호 동물인 현무(玄武)가 그려지며, 지네발은 백색(白色)을 두른다. 지네발의 색이 백색이
되는 것은 오행상생론에 입각한 것이다. 즉 북방의 수(水)를 상징하는 흑색이 돋보일 수 있도록, 수(水: 흑색)를 상생
하는 금(金)의 상징색인 백색 지네발을 단다. (北方水, 北玄武=後玄武, 金生水 등의 논리)
(5) 중앙황색기(中央黃色旗): 동서남북 깃발의 한가운데 중악(中央)의 토(土)에 해당하는 황색기(黃色旗)를 배치한다.
중앙황색기에는 중앙의 수호 동물인 황룡(黃龍)이나 큰뱀인 등사(騰蛇)가 그려지며, 지네발은 적색(赤色)을 두른다.
지네발의 색이 적색이 되는 것은 오행상생론에 입각한 것이다. 즉 중앙의 토(土)를 상징하는 황색이 돋보일 수 있도
록, 토(土: 황색)를 상생하는 화(火)의 상징색인 적색 지네발을 단다. (中央土, 中央黃龍, 火生土 등의 논리)
현재 오방기의 경우에는 단순화되어 수호동물을 그리지 않거나, 지네발을 생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완전한 형태의 오방기는 『세종실록ㆍ오례』나 『악학궤범』 등에서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동방 목(木)의 상징색인 청색(靑)은 녹색(綠)과 같은 의미로 혼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동방을 상징하는 목(木) 즉 나무의 색을 일상적으로 녹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풍물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를 음양론ㆍ삼재론ㆍ오행론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필자가 제시하는 아래의 논의는 문자화되고 정리된 악론(樂論)의 형태로 전하지는 않는다.
소위 풍물은 속악(俗樂)이라하여 천시되었기 때문에, 문자를 독점하고 있던 양반사대부들이 『악학궤범』과 같은
저서의 형태로 남겨놓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음양ㆍ삼재ㆍ오행의 논리를 우리 전통문화를 읽는 '정당한 인식틀'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정당한 인식틀'에
입각해서 풍물도 읽혀질 수 있다고 필자는 본다. 아래의 해석은 필자의 견해이며, 이러한 틀을 통해서 풍물을 이해
할 때 보다 체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풍물에 사용되는 악기는 대표적으로 북ㆍ장고ㆍ징ㆍ쇠 등 소위 사물이라고 불리는 타악기와 타악기의 장단을 엮어
주는 유일한 선율악기인 태평소(쇄납ㆍ날나리ㆍ호적) 등이 있다.
악기를 음양ㆍ오행에 배당할 때에는 악기의 형태나 크기 등을 통해서 배당하는 것보다는 악기가 내는 소리의 성질
이나 특성을 가지고 배당하는 것이 음악적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양의 악론(樂論)에서는 낮고 아래로 가라앉는 소리를 내는 가죽 악기의 소리는 음(陰)에 속하고, 높고 위로 상승
하는 소리를 내는 쇠로 만든 악기의 소리는 양(陽)에 속한다.
그러므로 가죽 악기인 북ㆍ장고의 소리는 음에, 금속 악기인 징ㆍ쇠의 소리는 양에 배당할 수 있다.
단순히 음양론에 입각해서 풍물의 악기를 배당하면 태평소는 음이나 양 어디에 배당하기에도 석연치가 않다.
왜냐하면, (1) 다른 악기와는 달리 태평소는 목관악기(木管樂器)이고, (2) 우리나라에는 고려말이나 되어야 들어오는
서역의 악기이며, (3) 유일한 선율악기이기 때문에 위에서 살펴본 음양론으로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풍물악기는 최소한 삼재론의 틀을 빌어야 분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풍물의 악기들을 삼재론에 입각해서 배당하면,
(1) '하늘의 소리'인 '양의 소리'에는 징과 쇠를,
(2) '땅의 소리'인 '음의 소리'는 북과 장구를,
(3) 태평소는 유일한 선율악기로 하늘의 소리와 땅의 소리를 엮어준다.
하늘과 땅의 소리를 대변하는 소위 사물(북ㆍ장구ㆍ징ㆍ쇠)의 타악 장단을 선율로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
태평소뿐만이 아니라, 타악기의 장단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노래소리나 비나리 등도 하늘(天)ㆍ지(地)의 소리를
이어주는 사람(人)의 역할은 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삼재론에 배당된 풍물악기는 오행론에 입각해서 세분할 수 있다. 즉
(1) 하늘의 소리ㆍ양의 소리인 징과 쇠를 각각 오행의 목(木)=징ㆍ화(火)=쇠를 배당하고,
(2) 땅의 소리ㆍ음의 소리인 장구와 북을 각각 오행의 금(金)=장구ㆍ수(水)=북에 배당하고,
(3) 이런 사물의 타악 장단을 엮어주는 선율악기인 태평소를 오행을 순환하게 하는 주재자인 토(土)에 배당하는 것
이다. 이러게 풍물악기들을 오행에 배당하는 원리는 아래와 같다.
첫째, 오행에서의 목(木)은 양(陽)의 기운이 시작되는 것으로 계절적으로는 봄에 해당되며, 사상(四象)에 비유한다면
소양(少陽: ) 즉 '양 가운데서 음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양의 소리는 내는 쇠와 징 중에서 상대적으로 음적인
성격을 지닌 - 즉 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음역이고, 느리고, 장단 가락이 단순한 - 징의 소리를 오행의 목(木)에
배당할 수 있다.
둘째, 오행에서의 화(火)는 양의 기운이 극대화된 것으로 흔히 군화(君火: 가장 큰 불이라는 의미)에 비유되며, 계절
적으로는 여름에 해당한다. 사상(四象)에 비유한다면 노양(老陽: ) 혹은 태양(太陽)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 가운데서
도 양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양의 소리를 내는 징과 쇠 중에서 상대적으로 양적인 성격을 지닌 - 즉 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음역이고, 빠르고, 장단 가락이 화려한 - 쇠의 소리는 오행의 화(火)에 배당할 수 있다.
셋째, 오행에서의 토(土)는 양의 기운이 극대화된 화(火)의 기운을 조절하여 음(陰) 기운의 시작
넷째, 오행에서의 금(金)은 음의 기운이 시작되는 것으로 계절적으로는 가을에 해당한다. 사상에 비유한다면 소음
(少陰: )에 해당하는 것으로 '음 가운데서도 양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음의 소리를 내는 북과 장구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양적인 성격을 지닌 - 즉 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음역을 지니고 있고, 빠르고, 장단 가락이 화려한 - 장구를 오행의 금(金)에 배당할 수 있다.
다섯째, 오행에서의 수(水)는 음의 기운이 극대화된 것으로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해당한다.
사상에 비유하면 노음(老陰: ) 혹은 태음(太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음 가운데서도 음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음의 소리를 내는 북과 장구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음적인 성격을 지닌 - 즉 장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음역이고, 느리고, 장단 가락이 단순한 - 북을 오행의 수(水)에 배당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 아래의 도표이다.
< 음양론(陰陽論)ㆍ삼재론(三才論)ㆍ오행론(五行論)의 관계와 풍물악기의 배당>
음양론 | 음(陰) | 양(陽) | |||||||
삼재론 | 지(地) | 인(人) | 천(天) | ||||||
삼재가운데 陰 | 陰陽의 조화된 중성 | 삼재가운데 陽 | |||||||
오행론 | 수(水) | 금(金) | 토(土) | 화(火) | 목(木) | ||||
.陰 가운데 陰 .陰이 극대화되면 다시 土의 역할을 매개로 陽으로 돌아감(水生木) | .陰 가운데 陽 .陰의 시작 | .극대화된 陽을 陰으로 변화시키는 주재자 .오행의 주재자 | .陽 가운데 陽 .陽의 극대화 | .陽 가운데 陰 .陽의 시작 | |||||
풍물악기 배당 | 북 | 장고 | 태평소 | 쇠 | 징 | ||||
배당의 원리 | .가죽 소리(땅의 소리ㆍ陰의 소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음역이고, 느리고, 장단 가락이 단순하다.
.陰 가운데 陰 | .가죽 소리(땅의 소리ㆍ陰의 소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음역이고, 빠르고, 장단 가락이 화려하다.
陰 가운데 陽 | .유일한 선율악기로 양과 음 또는 하늘과 땅의 소리를 엮어준다. .사람의 노래소리나 비나라 등도 오행의 토(土)의 역할을 한다. | .금속 소리(하늘의 소리ㆍ陽의 소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음역이고, 빠르고, 장단 가락이 화려하다.
.陽 가운데 陽 | .금속 소리(하늘의 소리ㆍ陽의 소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음역이고, 느리고, 장단 가락이 단순하다.
.陽 가운데 陰 |
3. 사물놀이, 풍물 그리고 잡색
앞에서 우리는 풍물에 사용되는 악기들을 음양, 삼재, 오행에 배당하였다. 특히 사물이라고 불리는 4가지의 타악기
의 장단을 선율로 엮어주는 태평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여기에서,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물놀이'라는 것과 '풍물'이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가 어디
에서 연유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물(四物)이란, 불교의례에 사용되는 법고(法鼓)ㆍ운판(雲板)ㆍ목어(木魚)ㆍ대종(大鐘) 등
4가지 악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놀이'는 북ㆍ장고ㆍ쇠ㆍ징 등 4가지의 타악기만으로, 1970년대 후반 김덕수ㆍ이광수ㆍ
최종실ㆍ이용배 등에 의해서 '무대공연용으로 새롭게 창작된 음악'이다.
물론 기존의 여러 풍물굿에서 사용되는 화려한 장단과 가락을 재구성한 것이라는 점때문에 '새롭게 창작된 음악'
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지닌 이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형태의 음악은 실제의 풍물굿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사물놀이와 풍물은 여러가지 점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음악양식이다. 즉,
(1) 사물놀이가 무대연주용 음악이라면, 풍물은 놀이용 음악이고,
(2) 사물놀이가 연주자와 청중이 분리되고 단절되는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라면, 풍물은 연희자와 청중이 함께
대동의 판을 만들어가는 음악이며,
(3) 사물놀이가 4가지의 타악기만으로 구성된 연주용 음악이라면, 풍물은 태평소ㆍ소고 등이 첨가되고 잡색 이
있는 집단적인 연희음악이다.
사물놀이와 구별되는 이러한 풍물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잡색의 역할이다.
다양한 복색의 잡색(양반ㆍ대포수ㆍ승려 등 )은 연희자와 청중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대동판을 만들수
있도록,
(1) 청중이 단순히 구경꾼에 머물지 않도록 장난도 치고,
(2) 필요할 때에는 풍물판 안으로 청중을 끌어들이기도 하여,
(3) 해학적인 용모와 행동으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4) 풍물굿에서의 신명을 청중에게 나누어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잡색의 역할은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치배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풍물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필자는 기존의 대학풍물패나 사회풍물패의 인원구성에서 지적되어야 할 점이
있다고 본다. 즉 기존의 풍물패 공연을 보면,
(1) 치
1) 함화진, 『조선음악소사』(서울:대광출판사,1992년 영인본), 106쪽.
2) 『三國史記』 卷 第32 志 第1 樂 .
玄琴象中國樂部琴而爲之. 按琴操曰 (......) 又曰 <琴長三尺六寸六分 象三百六十六日 廣六寸 象六合 文上曰池(池者水也 言其平) 下曰濱(濱者服也) 前廣後狹 象尊卑也 上圓下方 法地也. 五絃 象五行 大絃爲君 小絃爲臣 文王武王加二絃.> 又風俗通曰 <琴長四尺五寸者 法四時五行 七絃 法七星.> 玄 琴之作也.
위의 이용문에서 '금'(琴)을 '거문고'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거문고'는 고구려의 둘째 재상이던 왕산악(王山岳)이 중국의 금(琴)을
개량하여 100여 곡을 만들어 타니 '검은 학'이 와서 춤을 추어서 '현학금'(玄鶴琴)이라고 이름하였고, 뒤에는 줄여서 '현금'(玄琴)이라고
불렀으며( 『三國史記』 같은 곳 ), 이것을 우리 말로 풀어놓은 것이 '검은 고' 즉 '거문고'라는 명칭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고'는 악기를
부르는 우리의 전통적인 명칭이다. 이에 대해서 송방송은 두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즉, (1) "조선 초기까지 중국의 금(琴)같이 생긴 현악기를 순수한 우리말로 '고'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훈몽자회( 訓蒙字會)』(1572)와
『신증유합(新增類合)』(1574)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인 거문고와 가야고의 명칭에 남아 있는 '고'
라는 이름이 그러한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한다." 는 것과, (2) "고대 일본에서도 신라의 현악기를 시라기고도(新羅琴)라고 불렀고, 백제
의 현악기를 구다라고도(百濟琴)라고 불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신라금이나 백제금의 금을 고도라고 부른
명칭이 우리 말의 고와 너무나 같으므로" 고가 금을 부르던 우리의 고유한 명칭이라는 것이다.
( 송방송, 『한국음악통사』,(서울: 일조각,1993 중판), 40쪽 )
3) 『三國史記』 卷 第32 志 第1 樂.
加倻琴亦法中國樂部箏而 爲之. (......) 傅玄曰 <上圓象天 下平象地 中空准六合 絃柱 擬十二月 斯乃仁智之器.> 阮瑀曰 <箏長六尺 以應律數 絃有十二 象四時 柱高三寸 象三才.> 加倻琴 雖與箏 制度小異 而大거 似之. 新羅古記云 <加倻國 嘉實王 見唐之樂器而造之. (......) >
4) 『三國史記』 卷 第32 志 第1 樂.
琵琶 風俗通曰 <近代樂家所作 不知所作. 長三尺五寸 法天地人與五行 四絃 象四時也. (......) 鄕琵琶 與唐制度大同而小異 亦始於新羅 但不知何人所造.
우 실하 (강원대ㆍ성공회대 사회학과 강사, 본지 편집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