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왜 성조기를 드나
한국의 성령 대폭발은 가히 세계를 놀라게 한 일이다. 세계 100대 교회에서 절반이 훌쩍 넘는 교회가 한국에 있을 정도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모 극우 목사가 국민 밉상으로 꼽히게 된 것이 어찌 코로나 때문만일까? 청와대에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서울시가 뜻하지 않게 하나님께 바쳐졌는데, 한국의 기독교는 빛을 잃고 짠맛을 잃어버렸다. 흔히 ‘5가’라고 불리는 기독교회관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도, 이 시대 고난받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도 아니게 되었다. 교회의 힘은 커졌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1세기에 들어와 보수진영이 길거리 대형집회를 시작한 이후, 개신교는 한국 극우진영의 주축이 되었다. 대형교회가 신자를 동원하면 수만 명이 모이고, 동원하지 않으면 1백 명 남짓 모이는 현상이 되풀이되었다. 한국 사회의 보수화, 친미화,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의 심화, 그리고 물질주의 ㆍ 배금주의의 만연에서 개신교의 책임은 매우 크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중심세력이었던 개신교는 어쩌다가 수구보수세력의 주축이 되었을까? 보수세력은 민족을 중시하는데, 어떻게 8 ㆍ 15도 아니고 3 ㆍ 1절에 성조기를 휘날리게 되었을까? 종교인들이 사회와 보통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걱정해야지 어쩌다가 비신도 시민들이 개신교의 거듭남을 걱정하게 되었을까? 이 책의 기본이 된 세미나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개신교의 성찰을 위해
한국 개신교는 위기에 처해 있다. 요즈음은 한국 개신교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지만, 한국 개신교가 역사적으로 기여한 바는 매우 컸다. 한국 개신교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밝음과 짠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한국 개신교가 밝음과 짠맛을 스스로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개독교’라고 사회로부터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지 ‘성조기 휘날리’는 문제만이 아니다. 이 사회의 영적 ㆍ 정신적 지도력과는 거리가 먼 기복신앙, 다른 종교를 배려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무례한 종교’, 주류 개신교에서는 이단이라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는 기독교 분파로 인식되는 집단들의 사회적 문제 야기, 주류 개신교 내에서 벌어지는 세습과 탈법과 재산 싸움과 성추문 등등 개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는 끝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은 개신교 내부로부터 나와야 한다. 1970년대의 유신 시기, 개신교는 우리 사회와 억눌린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데 앞장섰었다. 개신교가 사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정상이지, 시민들이 개신교의 거듭남을 위해 기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은 한국 개신교의 현재를 근현대 한국 현대사의 통시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글은 충분한 논거를 바탕으로 뚜렷한 논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책이 연구자들을 포함하여 해당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성경 전부가 인간의 역사 및 사회와 밀착되어 형성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렇기에 교회의 참 모습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관계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개신교가 한국 사회 안에서, 그리고 신앙인 개인이 세속 사회 안에서 존재하는 상황을 분석하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개신교는 그 짧지 않은 시간에 덩치는 크게 불렸지만, 자기 신학이 없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자기 신학의 기반 위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조성해가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