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닥플에서 펌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1997년 12월, 뇌를 다쳐 중태에 빠진 남성이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달려온 환자의 부인은 추가적인 치료를 극력 거부하고 퇴원을 요구했다. 환자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이를 말리던 의료진은 최종적으로 부인의 요구를 수용하고 '가망없는 퇴원'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이후에 살인죄로 기소를 당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의료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들에게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판결했다. 의사들이 살인범이 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의사들을 살인죄의 공범(방조범)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하고 의료진(주치의/전공의)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것이 보라매병원 사건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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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 사건은 무엇을 남겼을까.
연간 사망하는 약 20만 명의 환자 중 약 절반은 병원에서 사망한다. 그 중 다수는 가망 없음 진단을 받은 채 죽음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다. 보라매병원 사건 이전에는 가망 없는 환자에 대해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이 합의 되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했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이 관행이 사라졌다. 의료진들은 살인죄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살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도 사망할 때까지 치료행위를 계속해야 했고, 이에 따르는 모든 경제적 부담은 환자나 가족이 져야 했다. 정부가 진 것도 아니고, 의사들에게 살인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부담을 진 것도 아니다. 환자 가족들이 고스란히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치료중단을 요구하는 환자 가족들과 치료의 지속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졌지만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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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명 웰다잉법이라 불린 '연명의료중단법'이 새로 제정된 이유는 바로 1997년 일어난 보라매병원 사건의 후유증 때문이다. 재판부의 '살인죄' 판결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 원인이 보라매병원 사건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인턴 신분으로 환자를 집까지 모셨던 강문철(45) 서울 원자력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라매사건 환자는 의학적으로 볼 때 '살아날 수 없어서 퇴원시킨 사람'(hopeless discharge)이었다"면서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어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 사건 이후 사실상 그런 퇴원이 불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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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유죄판결을 내렸던 판사는 지금 어떤 입장일까.당시 1심 판결을 맡았던 권진웅 당시 서울지법 남부지원장(현재 변호사)은 정작 자기 어머니의 연명치료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을 때 당장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 거냐, 말 거냐' 그것부터 물어보더군요. 의료진의 고민을 이해했습니다. 어머니요? 고령이고 회복 가능성이 없어 연명 치료는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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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듯이 신해철법 역시 새로운 커다란 사회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수많은 병원에서 중증환자 치료를 기피하고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환자를 위한 치료방법에서 의사 자신을 보호하는 치료방법으로 의사들의 선택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보라매병원 사건의 궁극적 피해자들이 그랬듯이 신해철법으로 인한 피해자들 역시 자신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것이고 그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그 이유를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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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재판부의 판결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범죄행위와 다름 없다. 잘못된 입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대한민국의 수준이라는데 더 이상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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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해철법으로 인해 아까운 생명이 살 기회를 놓치는 불행이 일어나더라도, 오늘 신해철법의 통과에 목소리를 높인 국회의원들(오제세,김정록,안철수)이나 환자단체대표(안기종)는 그 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 법이여
씰데없이 수술헤서
명 길게 하지말라는 훌륭한 법이여
대학병원 의사들이 깝짝돼고 수술하다가
골로가 된맛을 한번 봐야 조심들하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