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1화. 통제할 수 없는 뇌의 기능
⑦#26-1005》뇌를 깨우며 사는 사람들
by여유시간
Oct 5. 2026
나는 내 뇌를 내가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억하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뇌를 깨워야 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기능보다 내가 전혀 통제하지 않는 기능이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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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몸은 쉬고 있어도 뇌는 멈추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것도, 호흡이 이어지는 것도 내가 의식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체온을 조절하고, 몸의 상태를 살피고, 수많은 신호를 처리하는 일도 내가 지시하지 않는다.
나는 잠들어 있지만 내 몸은 나를 위해 계속 일하고 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내 몸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모르는 사이 나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기능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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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잠을 자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꿈속에서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다. 어렵게 찾아서 소변을 봤다. 꿈속에서는 얼마나 시원했던지 이제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에서 깨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다시 소변이 마려웠고, 꿈속에서 또 화장실을 찾았다. 두 번째로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상하게 현실에서는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알았다.
꿈속에서 소변을 본 것은 현실의 배뇨가 아니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뇌가 꿈이라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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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는 것은 내가 잠든 상태에서도 실제 배뇨는 억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않았다. “참아야 한다”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몸은 함부로 소변을 배출하지 않았다.
방광에서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뇌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실제 행동은 억제한 채 꿈속에서 화장실을 만들어냈다.
결국 신호가 충분히 강해지자 꿈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생겼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뇌가 나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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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배뇨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판단을 의식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이유를 붙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기억도 내가 원하는 것만 꺼내 쓰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장면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냄새 하나에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내가 뇌를 사용하는 것인지, 뇌가 나를 움직이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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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잠든 뇌가 나도 모르게 나를 보호하는 것처럼, 깨어 있는 동안에는 내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나는 바로 그 영역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뇌를 깨운다는 것은 뇌의 모든 기능을 내가 통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과 기능을 의식적으로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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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이 생각은 더 중요해진다.
몸의 많은 기능은 내가 원한다고 젊은 시절처럼 되돌릴 수 없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각하는 일, 배우는 일, 질문하는 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통제할 수 없는 기능은 몸과 뇌에 맡겨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은 끝까지 깨어 있게 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노년의 뇌를 사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뇌의 기능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은 끝까지 깨워놓는 것.
어쩌면 뇌를 깨우며 산다는 것은 바로 그 균형을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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