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독서모임, 2022년 10월 20일, 실레마을의 김유정문학열차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가을에 연상되는 이미지들, 색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금병산의 가을 정경에 대한 이야기,금병산의 가을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등등...... 그리고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가을>은 1935년 11월 8일에 퇴고, 1936년 1월 '사해공론'을 통해서 발표된 작품입니다.
오늘이라는 현시점과 닷새 전에 친구 복만이 아내를 팔던 현장에서 계약서를 써주게된 전후사 이야기가 서로 평행관계를 이루며 전개됩니다.
내(재봉이, 1인칭화자)가 오늘, 집에서 거름을 쳐내고 있는데 소장수 애꾸눈 황거풍이 찾아와 다짜고짜 멱살잡이를 하며 사기를 쳤다고, 달아난 복만의 거처를 대라고 으르며 주재소로 가자며 끌고 갑니다. 황거풍의 이야기인 즉 닷새전에 50원을 주고, 복만의 아내를 샀는데, 사흘 전에 바로 그 아내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때 '매매계약서'를 써준 것이 나(재봉이) 입니다. 50원에 사온 아내가 사라지자 처음엔 기다려보고, 찾아보고,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재봉이는 복만이 달아난 곳을 알고 있을 터인즉, 그곳을 바로 대라고, 내(재봉이)가 아니라니까 주재소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멱살을 잡혀 끌려가면서 재봉이는 닷새전에 있었던 복만의 아내를 팔던 현장, 써준 매매계약서, 팔려가는 복만 아내를 배웅하던 일들을 떠올립니다.
주재소를 시오리나 앞두고, 순순히 끌려가는 재봉이, 주재소로 가는 길가의 아름다운 가을 정경 앞에서 황거풍의 분노는 사라지고, 복만이 부부가 갈만한 곳을 물어오는 황거풍, 재봉은 '덕냉이 큰집'에 갔을 것이라고, 이에 반색하는 황거풍, 다음날 일찍 덕냉이로 함께 떠나자고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복만이가 아내를 팔던 날 재봉이 써준 계약서의 날짜는 갑술년 시월 이십일, 이들을 양력으로 계산하면 1934년 11월 26일, 써늘하다 못해 추운 날, 홑적삼바람으로 팔려간 복만의 아내, 그 아내가 황거풍 집에서 사라진 날, 같은 날에 복만도 마을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50원의 거금을 얻기 위해 한 사흘, 황거풍의 밤동무가 되어주었다가 정한 날 정한 장소에서 만나 어딘가로 함께 몸을 숨겼겠지요.
1.우리 문학에서 '매매계약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조 정조때 연암 박지원이 쓴 한문소설의 <양반전>에 나옵니다. 이후 세대를 건너 뛰어서 김유정의 <가을>에 나옵니다. 두 작품 모두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난의 문제를 다룹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상당히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양반전>에서 사회계층 사이에서, 특히 양반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을 고발합니다. 반면, <가을>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은 쌀 한말 가웃 정도 밖에 되지 못해서, ' 일찍이 장가나 들어 두었더라면 이런 때 팔아먹을 걸' 하고 아내를 팔 수 있는 복만을 부러워하는 재봉을 통해 식민지에서 농민의 삶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일제의 수탈정책을 고발합니다.
2. 50원에 사온 아내를 찾아야 하는 황거풍의 말에 주목하게 됩니다. ' 본이 홀아비의 몸으로 얼굴 똑똑한 아내를 맞아다가 술장사를 시켜보고자 벼르던 중이었다. 그래 이번에 해보니까 장사도 잘 할 뿐더러 아내로서 훌륭한 계집이다' <총각과 맹꽁이>에서 김덕만도 아내에게 술장수를 시킬 꿈을, <아내>에서 1인칭도 아내에게 들병이 교육을 시킵니다. <가을>의 황거풍도 아내에게 술장수를 시켜보려고 벼루던 중에 복만의 아내를 사왔습니다. 비록 사흘만에 아내는 도망을 쳤지만, 이미 사오자 마자 복만의 아내에게 술장사를 시켰는가 아닌가에 대해 토론이 붙었습니다. ' 이번에 해보니까 장사도 잘 할뿐더러' 에서, 시집와서 사흘도 안되어서 이미 장사를 잘 하더라는 황거풍의 증언이 있습니다. '장사도 잘 할 뿐더러'에서 술장수를 잘 하더라는 것인지, 황거풍이 소장수라, 소시장 가까운 도축장에서 쇠고기 일부 부속품목( 소꼬리 소다리 내장 등등)을 받아다가 팔아오던 것을 아내에게 팔게 했더니 잘하더라는 것인지.......
같은 작품이되 여럿이 함께 읽으면 혼자서는 찾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고, 새로운 의미를 찾게도 됩니다.
다음에 같이 읽을 작품은 역시 가을을 시간배경으로 한 <노다지>입니다.
11월 3일 오후 2시에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열차에서11월 17일 오후 6시에 커먼즈필드에서 김유정의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을 하게 됩니다.
김유정문학열차에서의 김유정작품 읽기와 토론은 공개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