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걷는 길 네트워크인 한국길모임 발족식이 서울 국회 의원회관 1층 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상임대표직을 맡으신 소설가이며, 강원바우길 이사장이신 이순원 대표의 여는 말로 시작하여, 총회를 거쳐 발족 선언을 하였지요. 통영에선 길모임연대가 참여합니다.
통영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올라갑니다. 대전을 지나니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지하철로 국회의사당으로 이동, 회의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합니다. 국회의사당 안까지는 살면서 처음 들어가 봅니다^^
이순원 대표님의 여는 말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5대강을 걸으시며 걷는 길로써의 길을 처음으로 개척하신, 우리땅 걷기 대표 및 전주 천년고도 옛길을 조성하신 신정일 선생님과 군산 구불길에서 열심히 활동중이신 아이디 추남님. 장난스레 웃는 모습이 좀 닮은 듯하지요^^
신정일 선생님과 우리땅 걷기 총무님. 거의 매주 걷기 행사를 하는 우리땅 걷기 회원들의 활동을 거의 도맡아 관장하시느라 늘 바쁘신 분. 이번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해파랑길 걷기 행사 때문에 포럼 후엔 전주로 돌아가셨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줄 알았는데, 기대에는 좀 못 미쳤습니다. 그래도 정식으로 발족하는 자리인데..홍보가 부족한 탓입니다. 각자의 트레일을 책임지면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준비하느라 조금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기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고.. 그래도 정식으로 발족을 했으니 앞으로 중앙커뮤니티로서의 힘을 키우기 위해 서로 애쓰며 키워 나가야 겠지요.
원혜영 국회의원, 이미경 국회의원, 심지연 국회입법조사처장, 김진해 의원님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김진해 의원님은 올레라는 이름을 처음 건의하셨던 분이라지요. 그 이름이 이렇게 히트 칠 줄 몰랐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셔서 힘있는 목소리로 우리 한국길모임의 발전을 위해 도와주시겠다 말씀하셨습니다.
(사)숲길 이사장님이신 도법스님의 기조발표. 생명 평화를 화두로 우리 사회에 담론화시키기 위해 2004년 탁발순례를 시작하며 지리산 둘레길을 제안하셨습니다. 현시대의 문제점인 생태계 파괴, 한반도 평화 위기, 왜곡된 개인주의, 삶의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제시로 성찰을 꼽으셨습니다. 성찰의 삶을 위해 걸어야 한다고 피력하셨지요. 단순 소박한 삶, 존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삶의 태도, 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있어야 애정이 생기고 더불어 살 수 있으며, 사회의 격을 높이기 위한 성찰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고..
삼보승차의 삶, 특종에 대한 강박관념 등으로 피폐해진 삶을 산티에고 길을 걸으며 후회하고 반성했다는 서명숙 이사장님은, 고향인 제주에 그런 걷는 길을 만드셨습니다. 워낙 걷기를 싫어하셨던 분이라 백두대간같은 산길을 걷기에 너무 힘드셨다는, 그래서 산티에고처럼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으셨기에 퇴직금 쏟아 부으며 처음 1년을 힘들게 길을 조성하셨답니다. 관심 보이는 관과의 싸움으로 늘 전투 태세였다는 이사장님. 그 어떤 모임도 이제는 안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더 이상 길 아닌 길로 전국이 토목공사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명감으로 한국길모임 결성에 나서게 되었다고.
국회입법조사처 최준영 연구관의 발표. 국회의원이 뭘 물으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그의 할일이랍니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길에 대한 질문이 많아져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경관위주의 길보다는 역사와 문화를 가진 길이 좋은 길이며, 한국적 수준에 맞는 길을 조성하는 것이 좋겠단 말씀을 해주십니다. 협치를 중시하자는 주장을 해주셨는데, 각 관계부처들의 중복투자가 문제시되는 현시점에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그 협치는 단순히 관 차원이 아니라 길 관련 민.관 그리고 민과 민 사이에서도 관과 관 사이에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단국대학교 조명래 교수를 좌장으로 모시고 패널토론을 시작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산림청,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한 분씩 나오셨고, 길 관련 단체에서 한 분씩 나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길 사업이 시작된 것이 6년쯤 되었다지요. 다들 자기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부처는 부처대로 조성단체 및 길 관련 단체에서 주장하는 말이 상반되기도 합니다. 걷는 이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길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실시설계를 우선시하는 부처들의 토목적 사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진지한 모색과 성찰 속에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급속한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이 문제시 되므로 올곧은 철학으로 무장한 단체를 선별하기 위한 검증과 차단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합니다. 같은 지방에서 조성하는 단체별로 이름도 제각각인 현실에서 더 이상 세금으로 우리땅 우리 길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피력합니다. 각 부처별 주체성 갖기를 주장하기도합니다. 너도나도 길 사업에 뛰어드는 현실이기에 나온 말일 겁니다. 그러므로 사업이라는 용어대신 길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만 이루어지는 정부 지원보다는 운영 관리에 대한 소프트웨어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요구도 합니다.
저마다 가진 목소리를 다 듣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좀 짧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 번으로 끝날 포럼이 아니니 한국길모임의 시작으로서 갖은 첫 포럼으로는 만족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저 동그란 돔을 두고 이런저런 괴담을 만들어냈던 적이 있었지요. 로보트 태권브이가 저 돔으로부터 나와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저녁에 강릉으로 떠나기 전 잠깐 시간을 내어 만나러 온 친구 딸도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모두 우리를 구해줄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쟁 중도 아닌 우린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보호받고 싶어 할까요. 무엇이 우릴 그렇게 괴롭힐까요. 도법 스님이 말씀하신 현시대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다시금 되짚어봐야합니다. 성찰..우리 국민 모두 걸어야 함입니다.^^
첫댓글 파란하늘님의 발족식 후기, 마치 저 자리에 있었던 듯 생생하게 전해져 오네요~무분별하게 개발, 조성되는 길과 그 열풍에 편승하여 사업적 목적으로 변질되가는 길단체들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란 말에 공감하고 또 공감합니다. 한국길모임이 바람직한 길운동을 이끌어 갈 주체가 될것을 믿습니다. 또한 한국 길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신 분들의 고견을 귀담아 듣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할 줄 아는 마음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국장님의 행사 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생생한 후기, 아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