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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 am an ironman!
0. 들어가며...
2015년 여름, 회사일에만 치여만 살다가 파트장님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구입한 35만원짜리 중고 MTB와 함께 시작한 운동생활이 2017년~2019년 MCT 3시즌을 거쳐, 2020년부터 트라이애슬론을 처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발차기를 떼기도 전에 Covid-19로 수영 강습은 중단되고, 자전거 또한 기존 레이싱팀 해제로 인해 훈련다운 운동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달리기는 혼자라도 할 수 있었기에 여기저기 물어보고 찾아보며 기본기를 배우고 조깅으로 홀로 기초훈련을 다져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아침, 경희대운동장에서 조깅을 하다 우연히 만난, 곧 환갑의 나이임에도 2시간42분 풀코스 기록을 내고 계시던 고수님을 따라 수원마라톤클럽에 가입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 해 11월 생애 첫 달리기 대회(제3회 직장인마라톤대회, 안양천)에 참가하여 , 마라톤 풀코스 2시간46분 기록을 처음 갖게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던 2021년부터 전국에서 마라톤 대회가 정식으로 열리고 몇 차례 2시간47분 의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다음 목표였던 2시간39분 기록 달성은 쉽지 않았습니다. 체중 감량이 받쳐주지 않고, 무리한 훈련 등으로 상당기간 부상을 여러번 겪고 나니 더 이상 기록 갱신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죠. 운동선수 출신인 큰누님도 절 보고 "넌 장거리 달리기할 체형이 아냐, 그 두꺼운 종아리로 기록 욕심 내지 마라. 진짜 다친다"며 만날때마다 타박을 주곤 했는데, 그 무엇보다 기록 갱신을 위한 훈련이 그리 즐겁지가 못했습니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할거면 뭐하러 운동하나?'
'즐겁게 운동을 하고 싶은데 ㅠㅠㅠ'
'아~ 맞다, 원래 난 트라이애슬론 하려고 했었지?'
'트라이애슬론은 요 정도까지만 훈련해도 되는거잖아, 딱 부상없는 수준으로다가,,,, 역시 난 천재야 ㅋㅋㅋㅋ'
1. 세슬론 가입과 다시 수영 강습의 시작
2023년 마라톤 대회 시즌이 끝나고, 세슬론에 가입하여 참석한 첫 송년회 자리에서 듣는 선배님들의 '아이언맨' 무용담은 오랫만에 제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바로 집 근처 수영 강습 회원가입을 하고 첫 강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강습 진도가 너무 느려서 이대론 내년 아이언맨은 도저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2024년 1월부터 사내 수영장 회원 당첨이 되었고, 훈련 집중을 위해 주2회 수영 PT까지 끊어 본격적인 수영 강습에 들어갔습니다.
막상 기대했던 PT 강습을 시작하긴 했지만, 호흡도, 발차기도 안되는 상태에서 팔까지 저으려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매번 물을 한바가지씩 먹고 수영장을 터덜 터덜 빠져나올때면 점점 깊어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이러다간, 올핸 킹코스가 아니라 올림픽 코스도 완주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습니다.
'좀 더 빨리 수영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아 ㅠㅠ'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쩌겠습니까? 일단 하는데까진 머리박고 다 해봐야죠. 이미 고성70.3과 구례아이언맨 대회신청을 끝내터라 저에겐 퇴로가 없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PT강습과 자유수영을 통해 50m, 100m, 200m ...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자신감을 천천히 찾으려 노력함에도 언제나 과호흡과 유연성 부족으로 인한 몸전체 긴장은 쉽게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어느덧 1000m, 1500m 수영이 가능해졌음에도 컨디션에 따라 과호흡으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전혀 편안함 없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더군요. 또 한가지 문제는 2000m 수영을 가능해졌는데도, 강습에서 영법 교정을 받고나면 다시 500m도 이어가기 힘들어지게 되는 이해불가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페이스는 정체이고 장거리 수영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정말 우짜냐?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우연찮게 세슬론 은현님과의 1000m 대결이 성사되었습니다. 사실 당시 저의 실력은 수영 3.8Km 실내수영 대회 완주 경험이 있는 은현님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지만, 뭐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상황이 바뀔 것 같아 대결에 참여합니다. 결과는 죽어라 팔다리만 휘젓다가 과호흡으로 300m 만에 중도 포기 ㅠㅠ 제게 베팅한 분들께 다시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벗뜨, 60계 치킨은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세슬론 키티 대장님의 꾐(?)에 현혹되어 계획에 없던 챌린지 군산 풀코스 티켓을 석환회장님에게서 양도 받은 상태였는데, 함께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은현님은 의지가 되고픈 매우 소중한 동지였습니다. 승패와 관계 없이 대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수영 실력의 반전을 꾀하고 싶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후, 꾸준히 강습과 훈련으로 2분40초 페이스로 3000m 장거리 수영을 성공하고 나니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하느님 감사합니다!'
2. 첫 오픈 워터 수영
페이스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3800m 장거리 수영도 쉼없이 몇 차례 성공하며 꾸역 꾸역 실내 수영장 연습을 이어 가던 5월 하순, 드디어 생애 첫 오픈워터 수영을 경포대로 가게 됩니다. 군산 챌린지 대회 1주일 전이긴 했지만, 이마저도 천만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포대의 높은 파도는 처음 사용해보는 수트와 부이만 믿고 뛰어든 나를 수영장 물에 비할수 없는 짜디짠 물만 마구 들이키게 하며 극심한 공포를 동반한 패닉에 빠져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경포대 수영 훈련 내내 부이를 힘껏 움켜쥔채 숏핀이 있는 발차기로만 간신히 백사장까지 기어나오고서 아무 잘못 없는 바람 부는 바다를 빤히 바라보니 무척 야속하기만 합니다.
경포대에서의 맛있는 뒷풀이로 심기일전하며, 수원으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세슬론 물개 정훈님이 마련해주신 두 번째 오픈워터 수영 훈련을 위해 구봉도로 갑니다. '잔잔한 파도의 바다에선 그나마 낫겠지?'하는 기대는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박살이 납니다. 여전히 바닷물은 짜고, 스트로크 몇 번만으로도 과호흡이 일어나며 허우적 허우적 부이를 찾아 매달립니다.
'우와,, 이건 정말 어쩌자는 것인가? 다음 주에 군산 대회 킹코스 나가야 하잖아?'
'페이스는 느려도 실내수영장에서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트로크 몇번 하고 나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자꾸 부이에 매달리며, 파도가 세찼던 경포대에서 보다 더 깊은 좌절을 맛봅니다. 진짜 펑펑 울고 싶더랬습니다.
군산 대회 동지 은현님이 스트로크 횟수를 차츰 늘려가는 연습을 통해 과호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알려줘, 10번씩 20번씩 시도하며 스트로크 거리를 늘려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부이에 의지하며 구봉도를 한바퀴를 처음으로 돌았습니다. 바로 옆에선 쉬지 않고 천천히 스트로크를 이어가며 편안하게 수영하는 선배님들을 보니 정말 부럽고 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죠.
생애 첫 철인3종 대회, 그것도 킹코스, 이제 딱 일주일 남았는데....이건 미친 짓이 틀림 없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느새 군산으로 떠났버렸네요.
3. 첫 트라이애슬론 대회 참가 '챌린지 군산' 의 아픈 경험
대회전까지 가능한 많은 오픈워터 수영 경험을 하려고, 금요일 오후부터 부이를 차고 바다 수영연습을 했습니다. 구봉도보단 높은 파도와 끝없이 이어진 것 같은 1.9km 레인과 부표의 규모에 압도 당하며 고작 100 ~ 200m 수영하고 부이에 매달리는 한심함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 공식 수영 연습에도 참여해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400m 정도 돌고 나니 숨이 턱 밑까지 차 오릅니다. 내일 파도만 더 잔잔해지길 바라며, 간단히 자전거와 러닝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수영만 운 좋게 잘 빠져 나오면 킹코스 완주는 가능할테니, 수영에 초집중 해보자 다짐하고 드디어 첫 대회를 맞이합니다.
수영 시작 전 워밍업에서 약간 호흡이 안정되나 싶긴 했지만, 대회 신청시 혹했던(?) '400m 달리기 수영'은 전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해변 끝까지 꽉 차 있어 멘붕이 빠져 있던 와중에, 드디어 age별 롤링 스타트라인을 넘어가며 수영을 시작합니다.
힘차게 뛰쳐 나가는 다른 선수들을 보내고 최대한 천천히 물속을 걸어가며 과호흡만 참아내자 다짐하며 스트로크를 시작합니다. 초반 호흡은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나 200m 정도 가니 몸 전체가 굳으며 호흡이 막히기 시작합니다. 참지 못하고 멈춰 주위를 둘러보니 시작 초반이라 그런지 선수들이 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간신히 레인의 부표를 붙잡고 호흡을 가다듬어 다시 출발해보지만 100m도 못가 다시 레인을 붙잡습니다. 멀리 나갈수록 파도가 심해지고 너울이 있어 앞쪽의 부표들은 잘 보이지 않고 긴장감은 더욱 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어떻게든 가보려고 다시 레인을 따라 수영해보지만 100m쯤 가다가 레인에 매달린 앞 사람에 막혀 전진이 안됩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일단 레인을 붙잡고라도 전진해보자' 하여 10여m를 가보는데 파도가 심하니 줄을 잡고 가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줄을 잡고 있음에도 호흡이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에 있는 부표들 주변을 보니, 높은 파도와 조류에 흘러가는 선수들과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구조 요청에 정신 없는 구조요원들로 바다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출발하여 가더라도 중간에 날 구해줄 구조 요원이 안보이니 더욱 머뭇거리게 되던 찰나에, 뒤쪽에서 갑자기 내 머리를 찍어 누르며 넘어오는 노란 수모의 선수로 인해 그나마 간신히 잡고 있던 레인을 놓쳤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며 바닷물을 한바가지 먹고 나니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살아야한다!' 우선 온 신경을 집중하며 물속 깊이 가라 앉아 있던 레인을 간신히 찾아내 의지하였지만 호흡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이젠 빨리 탈출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제트 스키를 발견하고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앞쪽에 엉켜 있는 다른 선수들 안전 때문에 가까이 접근을 못합니다. 무조건 지금 탈출해야 한다는 긴박한 상황을 깨닫고, 숨도 꾹 참고 남아 있는 온 힘을 짜내어,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 팔다리를 마구 휘저어 나가 간신히 제트스키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바가지 들이켰던 바닷물 일부를 게워내며 제트스키 발판을 손으로 부여잡고 버티다 근처 고무보트로 간신히 올라 타고 나니, 아침에 먹었던 음식들까지 그대로 모두 다 토해냅니다.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이 몰려 올 무렵, 또 다른 제트스키 뒷편에 급하게 실려온 철우 한분이 내가 탄 고무보트에 옮겨졌고, 긴급 CPR과 함께 고무보트는 수영 출발지로 빠르게 이동하여 곧바로 병원을 후송되었습니다. 결국, 심정지 상태를 넘기지 못하고 고인이 되시며 많은 철인들에게 슬픔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난 말 못할 심한 충격을 받았지만, 아직 시합중인 그리고 함께 수영에서 DNF된 동료들이 있어 내색할 수 없었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까지 상당한 괴로웠습니다. 몇일 뒤, 고인의 장례식에 조의금을 전달하고 나서야 그나마 위로가 되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다시 구례 대회 준비
챌린지 군산의 아픔을 뒤로 한채, 바로 2주 뒤에 있는 고성 아이언맨 대회 참가도 취소하고, 한 동안 운동도 쉬며 우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이대로 포기하는 순간 몇 년간 트라우마가 더해질 거란 걸 잘 알기에 3개월 뒤에 있을 구례 아이언맨 대회는 무조건 참가하기로 굳게 다짐해 봅니다. 사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급구 만류하고 싶었겠으나 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거란 걸 잘 알기에 걱정을 한가득 안고 묵묵히 지켜봐주기만 합니다. 그 마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장 시급한 건 역시나 수영 실력향상. 3개월 개인 훈련 계획을 '수영:자전거:달리기=3:1:1' 비율로 작성해봅니다. 아울러, 세슬론 구례 훈련반을 만들고, 개인훈련에 팀훈련을 조합하여 절대 게을러질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단체훈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7/1 ~ 7/19, 개별훈련) 평로라 페달링 및 조깅 훈련
* 주 3회 이상 권장
* 10분 운동/ 5분 휴식 3세트
* 120 전후 케이던스 유지
* 지속 가능한 기어비를 선택하고, 훈련량에 따라 조정해볼 것
* 런(트레드밀; 경사 2.5%) 50분 조깅 + 1분인터벌/1분휴식 5개 + 5분 조깅
2. (7/20 ~ 8/10, 단체훈련) 언덕 파워 훈련
* 편도: 연구원 -> 정상 -> 연구원
왕복: 연구원 -> 정상 -> 안양방향 굴다리 -> 정상 -> 연구원
* 연구원 -> 정상 업힐 : 1st FTP 85%, 2nd FTP 95%, 3rd FTP 105% 이상 반복
* 안양 -> 정상 업힐 : 케이던스 40~45, 풀댄싱
* (7/20, 토) : 편도 라이딩 9회전 + 편도 런 1회전(4K)
* (7/28, 일) : 왕복 라이딩 6회전 + 편도 런 2회전(8K)
* (8/3, 토) : 왕복 라이딩 9회전 + 편도 런 2회전(8K) + 회사수영장(리커버리)
* (8/10, 토) : 왕복 라이딩 9회전 + 편도 런 2회전(8K) + 회사수영장(리커버리)
3. (8/24 ~ 9/7, 단체훈련) 지속주 훈련
* 실전 보급 적응 포함
* (8/24, 토) : 분원리 120K(4회전) + 런 10K
* (8/31, 토) : 분원리 150K(5회전) + 런 15K
* (9/14, 토) : 분원리 180K(6회전) + 런 15K
여기에 구봉도 오픈워터 훈련을 추가합니다.
7/27(토) 만조 08:32
8/11(일) 만조 08:06
9/7(토) 만조 06:39
(4-1) 수영 훈련
좀처럼 늘지 않는 수영실력을 3개월만에 완성하기 위해선 일일 훈련시간을 대량 투입할 방법 외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행히, 회사 수영장이 새벽 5시부터 사용할 수 있어 새벽시간은 오롯이 수영 드릴 훈련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자유형 발차기와 물잡기 드릴에만 1시간을 할당하고 추가 40분정도 순환훈련을 진행했고, 점심 1.5시간은 주2회 PT강습과 자유형 인터벌 훈련을 추가하여 영법교정 및 스피드향상을 위해 일일 2수 훈련 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그야말로 가능한 훈련 시간의 대부분을 수영에만 집중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기본기에 집중하다보니 7월 3주차를 넘어가면서 정체되어 있던 스피드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호흡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며 장거리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컨디션에 관계 없이 언제라도 1500m 이상 큰 부담없이 수영할 수 있게 되니 오픈 워터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 7월27일 1차 세슬론 구봉도 훈련(수트 및 숏핀 착용) :
버디 정훈형님 도움으로 숏핀 덕분인지 호흡문제 없이 수영이 가능해졌습니다. 부이도 1~2번 잡았을 뿐 거의 도움 없이 수영으로만 구봉도 완주에 성공하고나니 나 스스로에게 정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8월11일 2차 세슬론 구봉도 훈련(수트 미착용 및 맨발) :
부이가 있긴 했지만 수트 없는 오픈워터 수영은 처음이라 약간 긴장을 했던지, 첫 200m 정도 수영을 하고 호흡이 불안정하여 잠깐 쉬게 됩니다. 버디로 나선 키티 대장님의 편안한 가이드로 호흡을 되찾고 다시 2차례 정도 가다 쉬다를 반복한 이후로는 스스로 호흡을 안정하는 법을 깨닫게 되어 보다 편안한 수영이 가능해졌습니다. 등대 근처부터 너울과 조류가 강해 수영하기에 부담이 되긴 했지만, 호흡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나니 쉼 없는 수영이 비로서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바다에서도 과호흡 문제없이 수영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 9월7일 3차 세슬론 구봉도 훈련(수트 미착용 및 맨발) :
계속되는 주말 비로 인해 장거리 라이딩훈련이 부족했지만, 오픈워터 수영경험이 더 중요했기에 세슬론의 물개 정훈형님께 특별히 부탁을 드려 3차 구봉도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버디를 자청해주신 성재형님께서 롱핀을 장착하고 훈련내내 날 전담 지도를 해주셨는데, 방향 잡기/롤링/글라이딩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셨습니다. 처음으로 구봉도 한바퀴 도는 동안 부이를 한번도 잡지 않은 채, 수영을 할수 있게 되니 그제서야 오픈워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킹코스 완주는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이 뿜뿜하게 되었습니다. 앗싸~!
세슬론 선배님들 진짜로 진짜로 감사합니다. 꾸벅!
더불어, 테이퍼링 들어가기 직전 시점에 30회 50m 인터벌을 75초 사이클까지 소화하고, 장거리 수영은 2분10초 페이스까지 가능한 수준이 되었지만, 자전거와 달리기에 영향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대회 페이스는 2분15초 1시간 26분을 최종 목표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수영 준비 끝!'
(4-2) 자전거 훈련
일일 훈련에서 수영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 정도 추가 훈련이 가능하여, 자전거는 일주일에 2회 훈련을 할당하고 6월~7월 중순까지, 케이던스와 FTP 향상 훈련에 집중하였습니다. 당시 내 파워는 MCT 시즌 FTP(290W)의 75%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아, 늦어도 9월초까지 90%까지는 끌어 올릴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훈련량 부족으로 대회 막바지에 간신히 85% 수준까지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대회 당일 평균 파워는 184W(FTP 75%)가 적절하다고 판단되었지만, 로드바이크에서 이 파워로는 평속 33km/h 수준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TT바를 적용하고 에어로 자세를 180km 내내 유지한다 해도, 35km/h 이상은 절대 불가능함을 깨닫습니다. 언더텐을 위해선 평속 35km/h는 나와야 하니, 사실상 이루기 어려운 목표임이 명확했습니다. 그냥 꿈만 꾸자 ㅎㅎㅎ
사실, 자전거 훈련에서 가장 큰 문제는 TT바 적응과 장거리 라이딩 훈련부족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로드바이크에 TT바를 장착하고 평로라를 타는데, 중심 잡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는 곧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실제 대회에선 추가 체력 소모에 따른 속도 저하와 비상 상황에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드바이크에 무리하게 TT바를 적용한 것이 문제일텐데, 처음 잡아보는 프런트 포지션으로 인해 순간 중심을 잃고 평로라 위에서 떨어지기를 여러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자세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TT바 적응이 약간이나마 완료되고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하였지만, 주말마다 비가 내려 제대로된 장거리 훈련을 거의 못했고, 그나마 대회 2주전 당거리 TT 60Km 훈련에서 여러차례 수정하며 찾은 에어로 자세에서 평속 35km/h 수준까지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180km까지 확장하여 아주 잘만 맞아 떨어지면 34km/h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아주 긍정적인 기대를 하며 대회 준비를 마칩니다.
'올핸 이만큼 준비가 최선이다'
(4-3) 달리기 훈련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일일 1시간, 주 3회의 훈련만 가능하였고, 최대한 조깅과 1분 인터벌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나마, 달리기는 챌린지 군산 대회 이전에 참가한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언더텐을 위해 준비했던 장거리 훈련량을 믿어야 했고 이번 3개월 훈련기간내에선 장거리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달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일 자신 있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고 말았네요 ㅠㅠ
달리기 훈련은 기본 조깅 50분 + 1분 인터벌 5개로 구성하였는데, 조깅 페이스는 5분10초부터 존1 심박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금씩 페이스를 상승시켰고, 인터벌은 1분( 16/17/18/19/20 km/h 속도) 및 9km/h 1분 휴식 5개 세트를 수행하였습니다.
주말에 시간 될때, 빌드업+인터벌 훈련을 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1~2회만하고 대회 준비를 마칩니다.
'제발 기본만 나와주기를...'
(4-4) 근전환 훈련
8월 말까지는 주로 토요일 오전시간에, 8월말과 9월 중순까지는 평일 새벽시간에 주 2~3회의 멀티 근전환 훈련을 진행하였습니다. 사내 훈련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수영장--> 동방--> 피트니스장을 빠르게 오가며 가능한 근전환 적응에 필요한 훈련을 수행해봤습니다. 각 종목별 1시간씩 대회 페이스보다 강도를 약간 높게 적용하여 훈련하였는데, 실전에서 근전환에 따른 문제가 없었던 것을 볼때, 많은 도움이 된것 같네요. 다음엔 보다 효율적인 동선을 개발하여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4-5) 보급전략
트라이애슬론에서의 보급전략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여, 일단 오상환코치의 보급전략을 따라 계획을 세워봤습니다. 기본 개념은 예상되는 레이스 중 소모되는 탄수화물(1g=4Kcal)량을 기준으로 체내 저장 및 중간 보급품을 통해 공급받는 탄수화물의 총합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약 10회 가량의 멀티근전환 훈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이스 중 보급품을 선정하여 전략을 짜봅니다.
(1) 체내 탄수화물(725g) =
간(110g)
+ 근육(483g=34.5*14)
+ 경기당일 아침식사(132g)
(2) 요구 탄수화물(1209g)
- 수영(148g*1.43hr=212g)
- 바이크(142g*5.167hr=734g)
- 런(79g*3.33=263g)
따라서, 중간 보급이 필요한 탄수화물량은 484g이며, 수영을 제외한 자전거와 달리기 레이스 중간에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바이크에서는 먹는데 부담없는 고형물과 파워젤약통으로, 달리기에서는 파워젤로만 공급하기로 합니다.
* 자전거: Go bar 3개(39g*3= 108g), Cliff bloks 4개(48g*4=192g)
* 달리기: 퍼펙트젤 4개(24g*4=96g)
여기에 T1과 T2에서 간단히 마실수 있는 파시코 울트라팩(61g*2)을 포함하여, 대회 중 보급 총 탄수화물은 518g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레이스에 집증하고 시간 절약을 위해 자전거 보급은 반환점에서, 달리기 파워젤 섭취는 5보급소에서 파워젤을 챙기고 6보급소 직전에서 하기로 합니다.
장거리 라이딩과 러닝 훈련을 통해 보급전략을 검증하려 했지만, 상황이 안되니 그저 온전히 이론만 믿고 실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신이 없다면, 무조건 믿고 의지해야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4-6) 대회 목표
머리속에선 언더텐,
손가락으론 10시간 10분을,
지금 내 다리는 10시간 30분을 가리킨다.
참고로, 늘 꿈속에선 이렇게 계산했죠 ^^
수영: 1시간 26분 (2분15초/100m)
T1 : 8분
바이크: 5시간 9분 (35km/h)
T2 : 5분
런 : 3시간10분 (4분30초/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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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시간 57분
5. 가자 구례로~~!
전체적으로 충분치 않은 대회 준비 상태에도 수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지난 챌린지 군산에서 느꼈던 부담감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아주 가볍고 들뜬 마음을 갖고 수원철인의 김정모선배님 차량을 이용해 금요일 오전 구례로 이동하였습니다. 선수 등록을 서둘러 마치고 그 동안 여러 경로로 틈틈히 반복하여 확인했던 자전거 코스 중에서 T자 부분 45km 정도를 자전거로 직접 답사 라이딩을 나갔습니다. 감속과 주의가 필요한 부분, 보급소 위치, 지속가능한 주로의 경사도등을 체크하며 대회 당일 당황하지 않고 효율적인 레이스 운영이 되도록 최대한 코스를 머리속에 담아봅니다. 대회에선 T자 코스를 2회전 하게 되는데, 바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은근한 오르막 내리막으로 인해 평속 유지가 쉽지 않아 보여 라이딩 목표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당일 컨디션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토요일 오전은 대회 당일 루틴대로 동일한 시간 기상부터 식사, 화장실, 몸풀기 등의 준비활동을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대회장 이동 전, 2시간 루틴]
1. 기상 및 화장실1 : 20분
2. 파스타 조리 : 20분
3. 파스트 식사 및 주변 정리 : 20분
4. 스트레칭 및 조깅(3km) : 25분
5. 화장실2 및 경기복 환복 : 20분
6. 수트 착용 및 출발 준비 : 15분
배변과 식사가 아주 만족스럽게 이뤄졌고 2시간 루틴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대회 당일 루틴으로 확정합니다.
수영연습에서 처음 보게된 구만제는 고요하고 포근한 지리산을 닮은 정말 멋진 호수였습니다. 바다가 아닌 민물에서의 첫 수영 연습을 약 1000m 정도 진행하였는데, 호수 물맛도 좋고 파도도 전혀 없어 아주 편안한 수영이 가능하였고 대회 전날 느낌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바이크 검차 및 기어백(바이크/런) 입고를 마치고, 경기 설명회 들은 후, 수원철인협회 지원으로 수원철인회원들과 함께 생선구이집에서 저녁을 먹었으며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점검을 마칩니다. 스트리트 기어백과 파워ㄹ 약통을 챙기고 Bib 502 타투까지 끝내고 나서 저녁 8시쯤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언제나 대회 전날은 잠을 설치긴 하지만 중간 중간 잠을 억지로 자려고 노력하면서 최대한 컨디션을 안정화 시켜보렵니다. 좋은 꿈을 꾸기 바라며~~
6. 대회 출발 전 ...
오전 3시 기상하여 2시간 루틴에 맟춰 진행하고 정확히 5시에 대회장으로 이동합니다. 차량 이동과 바이크 점검 및 스트리트 기어백을 입고하고 나니 거의 6시가 다 되어 수영워밍업에 바로 들어갑니다. 너무 일찍 대회장으로 가나 싶었지만, 기다리더라도 일찍 가는 것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대회 시작 전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네요. 6시부터 약 20분간 짧게 수영 워밍업을 하는데, 많은 사람이 좁은 구간에 집중에 되다 보니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도 일어납니다. 호수물도 약간 먹고 여기저기 치이다 짧은 워밍업을 호흡 문제는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간신히 빠져 나왔는데, 실전에서의 몸싸움이 살짝 걱정이 되네요. 출발하면 최대한 레인에서 멀리 떨어져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대회 준비를 마칩니다.
7. 수영 3.8km 출발 ~~~!
수영은 제출한 기록순으로 4명씩 출발합니다. 왜 내가 녹색수모로 신청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단 얼덜결에 묻혀 갑니다.
베이지: AWA(The All World Athelete)
흰색 : 1시간 10분 이내
녹색 : 1시간 11분 ~ 1시간 30분
적색 : 1시간 31분 ~ 1시간 45분
황색 : 1시간 46분 이상
경훈님이 뒷그룹에 따라 잡히면 멘탈이 털린다고 녹색수모 그룹에서도 앞쪽으로 이동하자고 했는데, 결국 수영 내내 뒤쪽 적색 수모를 본적이 없으니 전략은 맞아 떨어졌네요. 그치만, 수영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후미 추격 주자들이 많아 몸싸움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출발 대기하면서 불필요한 긴장으로 인한 과호흡을 막기 위해 호흡을 크고 천천히 내쉬기를 반복하고 주위 선수들과 수시로 화이팅을 외치면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 노력하였습니다.
드디어 출발!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걸어 물속으로 들어가며, 선수들간 몸싸움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레인에서 떨어진 왼쪽 끝으로 위치를 잡았습니다. 첫 스트로크를 길게 뻗으며 가능한 편안한 호흡을 찾는데만 집중하였는데, 발차기를 천천히 하고 페이스가 낮은 탓인지 호흡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곧바로 연습한대로 차분한 수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대로 첫 1.9km만 잘 돌면 성공이겠다 싶었습니다.
오른쪽 호흡으로 레인을 체크하며 충분히 간격을 유지했다 싶은 위치라고 생각을 했는데도 뒤에서 많은 선수들이 앞질러 가며 몸이 부딪히곤 합니다. 결국, 갑자기 옆에서 가로 질러가는 선수의 몸통에 얼굴이 부딪히며 수경이 뒤집혀 물이 쏙 들어오게 됩니다. 입영을 해보려 하지만 잘 안되고 레인도 멀리 떨어져 있어, 어쩔수 없이 배영 상태로 돌려 고쳐 써보려 애써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근처 패들보트 안전요원이 내 상태를 물어보았지만 애써 괜찮다고 말하고 수경을 고쳐 쓰려고 안간힘을 다해 보는데, 절대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간신히 수경을 밀착 고정하는데 성공합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수영을 이어가는데 몸싸움이 무서워 레인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진 채로 어찌저찌하며 무사히 한 바퀴를 43분으로 마칩니다. 오, 괜찮은데요 ㅋ
몸싸움을 피해 다시 레인 멀찍이 떨어진 위치를 잡고 2번째 랩을 시작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몸싸움을 벌이던 저 선수들이 일부러 날 잡으려 한건 아닐텐데...'
' 만약 그 선수가 세슬론 멤버였어도 내가 무서워하거나 미워서 화가 났을까?'
'친한 동료였다면 서로 부딪치더라도 조심하면서 비켜주고 화이팅 해줬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신기하게도 수영에서의 몸싸움 공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 함께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서로의 완주를 위해 화이팅해주는 같은 마음의 철인들입니다. 혹여, 실수로 부딪히더라도 잠깐 비켜가면 됩니다. 실수로 발목이나 머리가 잡히더라도 '아~ 미안해요' '네, 괜찮아요' 하면 그만이죠.. 뭐 그럴수도 있지. 우와, 이렇게 되니 드디어 그토록 두려웠던 수영 코스에서 여유가 생기고 아직 1000m 넘게 남은 거리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이제부턴 바이크/런을 위해 페이스를 조절하며 수영을 마무리 합니다. 2번째 경사로를 나오며 시계를 보니 1시간 27분. 앗싸~~ 목표했던 수영 기록을 확인하고 나니 이미 전 아이언맨이라고 들뜨기 시작합니다.
8. 자전거 180km 출발 ~~~!
T1 바꿈터에 들어와 수트 벗는데 약간 애를 먹고 보급품을 주섬 주섬 찾느라 예상 시간을 약간 초과한 8분40초가 소요되었습니다. 바이크 보급품 보관이 대회 막바지까지 고민이었는데, 좁은 경기복 주머니에 Go bar 3개, 허리벨트에 Cliff Bloks 4개를 수납하기로 합니다. 자전거 위에서 개별포장지를 뜯기 어렵기 때문에, 한손으로 보급 섭취가 가능하도록 미리 포장지를 입구 부분만 모두 열어놓았습니다. 클릿신발을 신은채 자전거 승차지점에서 미리 연습한대로 자전거 위로 뛰어올라 빠르게 출발합니다. 빠른 근전환을 위해 케이던스를 110 이상 올려 산업도로까지 올라가면서 한얼님을 만나고 이제 본격적인 레이싱을 시작합니다.
자전거 목표 페이스는 평균 190W, 34km/h. 산동면 1차 반환점을 돌아와 산업도로로 다시 올라가는데 평균파워 230W, 35.1km/h이 나옵니다. 초반임에도 주로에 길게 늘어선 선수들을 드래프팅 룰을 피해 추월하다보니 힘을 너무 많이 썼는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선지 자제가 안됩니다. 참아야 했는데 말이죠.
자연드림을 지나 용방삼거리에서 산업도로에 올라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되었는데, 구례대교 첫 반환점까지 210W, 37.5km/h(30km지점). 뒷바람도 있었지만, 연달아 늘어선 선수들을 무리하게 추월하면서 불필요한 순간 파워를 너무 많이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이미 망한 것을 직감하면서도, 컨디션만 믿고 일단 하는데까지 해보자하고 T자 구간에 접어들었는데, 오르막 내리막에 바람까지 불며, 남도대교 반환점을 돌고 나니 구간 평균 190W, 33km/h까지 떨어집니다(66km지점). 산업도로로 다시 올라가 용방삼거리 반환점까지 뒷 바람의 영향이 있었던지 구간 평속 35km/h까지 올라 갔지만, 다시 구례대교 반환점까지의 구간에서 평균 180W, 31km/h까지 뚝 떨어집니다(95km지점). 문제는 장거리 라이딩 훈련이 부족했던 탓에 100km를 넘어가니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오른쪽 발이 저리기 시작했는데, 첨엔 신발 문제인가 싶었지만 대회 직전에 바꾼 안장 위치와 자세 문제로 보입니다. 평속을 올리려고 살짝 안장을 앞으로 당겼는데 자세 문제와 겹치며 신경을 잘못 눌렀나 봅니다. 준비 부족과 과욕이 부른 트러블과 오르막 구간이 겹치니 구간 평속은 29km/h까지 하염없이 떨어집니다(110km지점). 대평마을 로터리에서 주로 통제가 안된 일반 투어 라이더 한분이 갑자기 길을 가로 질러 가는 바람에 뒷바퀴 스키딩을 시전하며 아찔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내리막 구간에서 약간 회복하며 구간 평속 33km/h 올리고 마지막 산업도로 1회전을 시작합니다(140km 지점). 구례 대교를 반환하며 마지막 보급소(163km지점)에서 처음 가져온 군산 챌린 물통과 냄새나는 파워젤 약통을 모두 버리고 아이언맨 물통 2개를 기념품으로 받아 들어 바이크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용방삼거리를 지나 구만제를 돌아나오는데 바이크 레이스 운영이 너무 아쉽고 후회는 되었지만, 곧 끝난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더군요.
'이제 달리기만 하면 나도 아이언맨이 된다. ㅋㅋㅋㅎㅎㅎㅎ'
9. T2 바꿈터
달리기 근전환을 위해 자전거 하차전 3분정도 하이 케이던스를 유지하고서, 자전거 위에서 신발을 벗어 발바닥으로만 페달을 돌리고 하차 지점에서 그대로 뛰어 내립니다. 근전환 훈련은 충분히 되어 있던 탓에 무리 없이 자전거를 끌고 뛸수 있었고 자전거 거치 후, 런 기어백을 들고 바꿈터 텐트로 들어갔습니다. 현재 시간 오후 2시가 넘었으니, 언더텐은 절대 불가하고 남은 숙제는 런을 계획된 페이스(4분40초, 3시간 17분)로 달려 골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바꿈터에서 충분히 안정을 취하고 런을 시작하기로 맘 먹고 T2에 6분36초를 보냅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몸에 특별한 이상도 없어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뎅 ㅠㅠ
10. 달리기 42.195km 출발 ~~~!
순환 코스에 있는 런 5보급소에서 퍼펙트 파워젤을 보급하기로 되어 있으므로, 준비한 파워젤 1개만 들고 런을 시작합니다. 몸이 가볍네요. 자세를 잡아가며 뛰어 나가는데 응원하시는 분들이 몸이 가볍다고 열심히 응원해주십니다. 앞에 달리는 주자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초반임에도 또 다시 나도 모르게 추월을 해갑니다. '왜? 응원도 받고 몸이 가벼우니까 ㅠㅠ'. 런 1차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데 페이스가 4분03초 입니다. '아뿔싸, 똑같은 실수를 2번이나 ㅠㅠ'
급하게 페이스를 낮춰 4분30초에 맞춰 달려보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겠구나하는 느낌이 마구 마구 드네요. 그나마 2보급소에서 화장실에 들러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나니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이후는 목표보다 약간 늦춰 4분40~50초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순환코스에 접어들었습니다(10km 지점).
한 낮 기온이 올라가니 매 보급소마다 들러 스폰지로 몸을 적시고 시원한 물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바꿈터에서 들고간 파워젤은 4보급소에서 먹고 갔는데, 순환 코스의 5보급소에서 챙겨야할 파워젤을 깜박하여 보급전략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순환 코스 한바퀴를 돌고 다시 5보급소에서 파워젤을 챙겼는데, 속이 부글 부글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뒷주머니에 넣고 달리며 보급소에선 시원한 물만 연거푸 마시며 달리는데, 몸이 넘나 무거운 나머지 페이스는 5분10초대까지 훅 떨어집니다. 어느 보급소에선지 자원봉사자분이 몸에 흠뻑 뿌린 물이 신발로 죄다 들어가는 바람에 발바닥 상태도 악화되고 몸은 점점 지쳐가니 페이스는 어느 덧 5분30초를 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정말 꾸역 꾸역 달려 순환 코스 2바퀴만을 남은 시점에, 왼쪽 햄스트링에서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근육 경련이 퐉! '으악!,,, ' 잠시 멈춰서 경련 부위를 주물러 주고 다시 출발하려니 다시 '퐉!'. 도저히 뛸 수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여러 차례 쉬었다 뛰었다를 반복해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10km 이상이 남은 시점이라 이대론 11시간도 훌쩍 넘어갈 수 있고 많은 주자들이 지나쳐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일단, 천천히 걸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경련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 일단 천천히 이동합니다. 여기서 근육 경련이 해소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달리 방법도 없을 뿐더러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골인해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떠올리니 갑자기 힘이 나기 시작하네요. 약 5분정도 걷고서 살짝 뛰어보니 경련은 올라오지 않습니다. 제발 더 이상의 경련없이 무사히 골인할 수 있길 기도하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립니다. 이미 페이스는 5분50초대로 주저 앉았으나, 페이스보다 걷지 않고 뛰어 골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네번째 손목 밴드를 받고 마지막 순환 코스를 돌아 오는데 그제서야 다시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골인 마지막 보급소에서 받은 스폰지로 얼굴을 깨끗하게 닦고 골인 준비를 합니다. '앗싸 나 이제 아이언맨이 된다잉~~~!'
구례공설운동장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벚꽃나무 뚝방길은 너무나도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다시 몸도 가벼워지고 그 힘들게 보이던 런 코스가 그 동안 봐왔던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례 멋지다 ㅎㅎㅎ
11. 피니시 그리고 '유아언아이언맨' ~~~!
구례공설운동장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자원봉사하시는 분들 몇 분께서 박수를 쳐주시니 더욱 힘이 나네요. 배번과 옷 매무새를 고치면서 가볍게 트랙을 돌며, 기록용 센서 부분에서 가민 워치 스탑을 누르고 피니시 세레머니를 준비합니다.
트랙에서 피니시 슈트에 오르기 전, 신현두작가님이 30초 뒤에 뒤를 돌아보라고 알려주어 멋진 사진을 기대하며 포즈를 취하고, 다시 아이언맨 로고가 강렬하게 새겨진 검빨 까펫의 아이언맨 피니시 슈트를 가볍게 달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합니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까펫 바닥에 키스를 하고선 군산의 아픔을 씻겨줄 '아이언맨' 을 외쳐봅니다.
"이제, 나는 아이언맨이다!"
세슬론에서 함께 첫 아이언맨이 되신 엄광섭님, 이한얼님, 그리고 내년 코나에 가는 김정현님 모두 함께 축하합니다.
12. 다음 목표는 ... 언더텐
2025년 구례아이언맨에 다시 도전합니다. 1년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2026년 아이언맨 월드챔피언십 하와이 코나 슬롯을 따내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체계적인 수영 스피드 훈련 및 자세 교정이 필요하고, TT 바이크 교체와 파워 업그레이드, 달리기는 장거리 스피드 훈련을 중점해서 훈련해야겠습니다.
* 2025년 구례아이언맨대회 목표
수영: 1시간 13분 (1분55초/100m)
T1 : 5분
바이크: 4시간 56분 (36.5km/h)
T2 : 4분
런 : 3시간10분 (4분30초/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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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시간 28분
앞으로 일년동안 신나고 행복하게 운동하자,
모두 함께 즐기는 진정한 아이언맨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