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흙날)이 밝았습니다.
비님이 오실거란 예보에 애써 '그것도 좋으리' 했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 떠 밝은 가을하늘을 보니 내심 반가웠습니다.
사람 마음이란게...
준석이 아빠께서 전날 가져다 주신
어여쁜 하트 국화꽃도 설레는 만남을 위해 밝게 웃어주구요.
우리 7학년들, 11일간의 동학순례 다녀오자마자
고흥 송성영 선생님댁으로 달려가 영상편집을 위해 며칠밤을 새웠답니다.
피곤도 하련만 동생들과 친구들 맞을 기대와 설레임으로 이렇게 '자진해서' 나왔다네요.
"얘들아, 마당 좀 쓸어줄래?"
"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빗자루를 들어주던 우리 아이들
"윤수야, 저기 단풍나무에서 빨갛고 예쁜걸로 10장만 따주라"
"왜요?"
"나는 안 닿아...... (뭘 묻나)"
어느새 아빠 키를 훌쩍 넘긴 윤수,
동학 순례 다녀와서 부쩍 자란 현수와 승보... 제법 든든합니다.
설명회 한시간 전,
샘들과 사회를 맡은 반디불이가 모여 마지막 점검회의를 합니다.
오늘은 반디불이의 기타 데뷔무대가 있거든요.
우선 부를 노래들부터 연습해 봅니다.
"가을이 오면~♬"
그런데 영 첫 음 잡기가 힘드네요.
특히 '꽃동네 새동네'는 본의아니게 화음이 들어가요.
두 곡 연습을 어렵사리 마친 반디불이의 한마디,
"기타 조율이 안됐네요. 쩝..."
오늘 설명회는 새로 오실 세 분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우리를 찾아주실 벗님들을 위해
새싹반 엄마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매실효소...
유리병을 보내주신 엄마들의 손길...
정갈하게 차려놓은 다과상...
박성룡 선생님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무화과...!
그리고,
누가 받으실지 모르지만
오실 벗님들을 생각하며 감사와 설렘을 담아 쓴 손편지들
"우리 학교를 선택하시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 이 시간을 흠뻑 누리고 가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
.
오늘 설명회를 기다리며 엄마와 담소를 나누는 정민
자기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첫 고민을 시작한
우리 열매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면 좋겠지요.
우리 예승, 누리, 주연, 보민, 정민...
우리 꼬마 스승님 민재도 엄마따라 왔어요.
벌써 한 돌을 맞아 쇠날 어머니 밥상때 돌떡을 보내주셔서 잘 나누어 먹었답니다.
"통통! 손편지 벼락치기??"
"아니, 이미 썼는데 추가로 더 쓰는거라고요~~"
알아요 알아! 그 애쓴 마음
앗, 연동마을께서도 손편지를...!
그것도 윗줄부터 깨알같은 글씨로 빡빡하게...
저 편지는 어느 복많은 분의 손에 전해질까요?
오늘 아이들 돌봄 도우미로 임명되셨는데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치실 지 주목해 주시어요.
(머리숱 많은 각도로 찍어달라셔서... 몇 컷 중 세심히 골랐슴다)
부산에서 오신 박대환 선생님 가족~
만 두돌이 막 지난 선민이는 언니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요.
캬~~ 너구리 샘
요즘 학교 터 이전으로 몸과 맘을 온통 내어주고 계신 스컹크,
오늘은 7학년 아빠로 참석하셔서인지 모처럼 여유있어 보여요.
늦은 4시 설명회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모아봅니다.
7학년들도 함께 간절한 마음을 모읍니다.
아마 가장 애가 닳았을 우리 7학년들...
반디불이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봅니다.
사회자 멘트보다 기타 반주가 더 맘 쓰였다는 반디불이, 잘 하셨어요~
참 보기좋은 광경이었는데 소리샘만 화(?)를 내더군요.
"흐미~~ 음을 어찌 그리도 못맞출까"
다함께 큰절로 만남의 예를 갖춥니다.
오늘 학교설명을 맡으신 신난다 샘
"수유너머 고미숙씨가 한 말씀인데요,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해 주는 거랍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교를 그럴듯하게 소개할 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진실에 가깝게 마음과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겠지요.
내년 중등과정의 테마는 '순례학교'입니다.
지금부터 함께 그려가야 할 하얀 도화지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어떤 밑그림을 그릴까 숱한 고민들로 밤잠을 설쳤을 분들...
함께 그림을 그려나갈 벗들을 만나는 자리가 되었길 바랍니다.
한사람이어도 좋고, 열사람이어도 좋겠지요.
특유의 침착한 목소리로 온 마음을 담아
우리 학교의 정신과 배움을 하나하나 나누어 주셨지요.
그 마음 온전히 전해졌으리라 믿어요!
우리 7학년들이 제작한 영상 2탄 '동학순례기'를 함께 보았어요.
가슴이 뭉클 콧날이 시큰했지요.
언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라주었나...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는 우리 7학년들을 위해
이렇게 마음의 박수를...!!!
두더지께서 선생님들을 간단히 소개 하신 후,
리플릿에 담겨진 편지글을 읽어주셨습니다.
"배움은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은 사랑이어야 합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
올바른 질문을 할 줄 아는 아이,
사랑어린 사람으로 성장하는 아이"
그리고 덛붙여주신 말씀,
"누군가 그래요. 사랑어린 학교가 인류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라는 건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고.
그런데 반대로 인류의 등불이 될 수 없는 학교라면 왜 만들어야 합니까?"
.
.
.
한편 복도에선...
도서실에선...
애들은 없고 연동마을만 홀로 남아...
애들은 이렇게 끼리끼리 신났습니다.
7학년 영상을 본 뒤,
중등과 초등을 나누어 자유질문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무심의 마음으로 잘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초등 과정을 준비하시는 부모님들 방,
촬영을 위해 잠시 들어갔는데 사뭇 진지하고 심각합니다.
깊은 이야기가 필요한 질문도 나왔구요.
(그래서 얼른 나왔어요 ^^)
중등과정을 위한 사랑어린 방에서 마음을 모읍니다.
기특하게도 우리 7학년들이 질문에 답을 해 주기로 했어요.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걱정한 바가 있었어요.
긴 여정과 작업에 피곤할것이라는 배려는 명분이었고
과연 우리 7학년들이 "밝은" 얼굴로 "긴" 대답을 해 줄것이냐...
아시잖아요. 사춘기 아이들의 칙칙함과 까칠함... ㅎㅎ
고개만 푹 숙이고 묻는 말에 네, 아니오 또는 몰라요로 일관할까봐...
오, 그런데 왠걸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대답이 나옵니다.
여느때와달리 생글생글 웃기까지 하며 말입니다요.
질문에 귀를 기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그리고 때론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졌어요.
"미래가 걱정되지 않나요?"
"친구들끼리 관계는 어떤가요?"
"부모님들은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나요?' 등등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는 오히려 일반학교 친구들보다 제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희들끼리는 솔직히 못 할 얘기가 없어요. 우린 친구니까요"
"저희 아버지는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어요"
흐뭇한 아빠...
처음엔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승보도
생각지도 않은 대목에서 자신있게 당당히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대견하다 우리 아들...
7학년들 표정이 밝아 안심하고 보내고 싶다는 엄마가 계셨으니
우리 7학년 오늘 역할 톡톡히 해냈지요?
자기들 때문에 학교 안 온다는 분들 계실까봐 잠을 못잤다는데...
오늘은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자거라, 우리 7학년들! 토닥토닥
중등과정을 함께 하시게 될 선생님들도 함께
열매반 엄마들과 아이들도 함께
"보민이 정민이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한마디씩 해 볼까"
"너희들 여기 설명회 들으려고 앉아있었던거 맞지?"
"응!" (어이쿠, 반말을 ㅎㅎ)
"그래, 오늘 시간이 도움이 되었더냐?"
"응, 나는 그랬어!" (또 반말 ㅋㅋ)
우리 아이들 홍역을 치릅니다.
때론 머릿속이 꼬불꼬불해 지기도 하고,
빨리 결정해야한다는 강박에 초조해 지기도 하고,
새롭게 걸어갈 길에 설레기도 하고...
이런 자기 고민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나누는
건강한 열매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꼬옥 안아주었네요.
소박한 저녁 밥모심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우리 모습에 보태기 빼기 할 게 없지요.
갑작스런 30인분 이상의 밥을 준비해야 했던 엄마들,
새싹 수랏간 엄마들 감사해요!
열매 부모님들에게도 좋은 공부거리가 되길...
오랜만에 다섯 식구 가족사진 한 장!
(등에 업힌 아가는 아니예요 ^^)
예비 씨앗 동민이도 반가워요!
마음에 밝혀진 촛불,
인류사회를 위한 촛불이 될 사랑어린학교를 꿈꾸고 만들어갑니다.
모두모두 고마웠던 하루,
애쓰고 애닳은 그만큼 마음이 충만했겠지요.
우리는 걷습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우리는 사랑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랑어린학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