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만인가...
일때문에 못가고 가족이 아파서 못가고 손가락 다쳐서 못가고...
드디어 출격이다.
오랜만에 가는 캠핑인데다가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의 수업이 토요일까지 있는 이유로
장소는 그나마 가깝다는 중미산 휴양림으로 정하고 오후 두시가 넘어서 출발.
중미산 휴양림에 도착하니 데크에 등산객들이 버글버글했다.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 듯 하다. 곳곳에 보이는
술판에 확성기까지 동원해서 행사가 한창이다. 제1 야영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두들 우울한 분위기로 전환되어
7km 떨어진 유명산으로 장소 급변경.
안내원이 화장실은 3월말까지 폐쇄. 취사장도 폐쇄란다.
일단 확인만 한다고 들어가서 보니 화장실에는 3월 31일까지 동파방지를 위해서 폐쇄합니다 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큼지막한 고딕체로 인쇄되어있다. 3월달에 동파를 핑계대는 저 뻔뻔함을 보라... -.-+
(그래도 입구 직원분은 친절했어요 ^^;;)
이동식 화장실밖에 없는데서 어떻게 지내냐고 길길이 날뛰는 수진이를 달래서
약간 뒤에 떨어진 펜션이용자들을 위한 건물로 들어가보니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완비되어있다.
신나서 수진이한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니 직접 확인해 본다고 들어갔다 나오는데 얼굴이 어둡다.
야영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여기서 캠핑하기 싫단다. 텅빈 야영장에서 야영하기 싫어 화장실 핑계를 댄 듯...
사실 야영장에는 남자분 4명이 오신 텐트가 하나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라 좀 불안한가보다.
하긴 워낙 흉흉한 세상이다보니.. 라고 이해를 했어야 하는데....
폭발하고 말았다...
"중미산에서는 사람 많아서 안된다. 여기 와서는 화장실 없어서 안된다. 화장실에 난방까지 되니까
이젠 주위에 텐트가 없어서 안된다고!!!!!!????"
빠락빠락 소리를 지르며 차라리 집에가자고 폭주하는 내 귀에 들려오는 수진이의 침착한 한마디.
"요 앞에 합소 유원지 있던데 거기 가자~~~"
!!!!!
얌전하게 차를 몰아 합소유원지를 향했다.
이미 많은 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땅에는 쌀겨같은 물질(?)이 깔려있어 아마도 바닥의 한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지금까지 가본 캠핑장중 가장 깨끗했던 화장실에는 더운물이 콸콸 나오고 유명산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야영비는 2만3천원. 다른 곳보다 좀 비싸긴 하지만 충분히 그 값 정도의 관리가 되는 곳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겁고 설치하기 힘든 야전침대 대신 구입한 써머레스트 럭셔리캠프 라지 사이즈 ^^
다시 접기가 약간 귀찮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설치는 정말 쉽다. 그냥 휙 던져놓고 자기 전에 밸브만 막아주면 끝.

이러면 안되는건 알지만 캠핑을 하면 점점 욕심이 많아진다.
멋도 모르고 사고 겨울오니까 사고 싸니까 산 침낭들.
멋도 모르고 사고 이너텐트로 쓰려고 사고 겨울오니까 산 텐트들.
사고 반품하고 사고 팔고 한 의자가 벌 써 7개째.
아직도 모자라다.
써보고 처분하고 다시 사면서 느낀점이 많다. 이제부턴 꼭 필요한 것만 "한방에 가리라 -.-+".
텐트 안에 앉아서 사탕도 먹고

장난도 치고

야심차게 준비한 더치오븐 테리야끼 양념 통삼겹살로 배를 채웠다.
세인이가 잠들고 나면 수진이와 둘만의 세상이다.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내일 계획을 얘기하고 그 후 멀리 있을 일들을 얘기한다.
창문을 열고 가끔씩은 세컨하우스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창이 있어서 행복해요 ^^

야전침대 쓸 땐 몰랐지만 이너텐트를 사용해보니 이너텐트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아늑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는 엄마를 안고 잘 수가 있고 남편도 .... 좋다. *^^*
세인이 설정샷 ㅋ

토요일 밤은 밤새 뒤쪽 텐트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잠을 설쳤다.
남자분 4명이서 새벽4시까지 술마시며 놀다가 술 떨어지니까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려다 편의점이 아마 문을 닫았나보다
본사에 전화를 거셔서 유명산에 있는 *미리마* 문 열어서 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전화를 몇통을 하는 동안 나는
제발.... 제발.... 편의점을 운영하던 아주머니에게 본사에서 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잘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을 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다행히도 술자리는 4시가 좀 넘은 시간이 되어 파장을 했고 그제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철수하시던 그 분들도 부디 저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하시길 ^^;;
오후에 유명산 산책로를 다녀왔다.
오토캠핑장에서 조금 더 들어가 시작되는 산책로는
산장을 지나 매표소에서 다시 오토캠핑장으로
올라가는 길로 연결된다.

약 30분 정도의 거리라 세인이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이다.

가다보면 멋진 갈림길도 나오고.

이런 포즈를 취하면서 쉴 수 있는 곳도 군데군데 있다.

찾는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등산이라 하기에는 좀 시시한... ^^) 가족만의 오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장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텐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캐빈, 돔, 티에라, 리빙쉘, 캐슬 등등 내가 아는 텐트들은
거의 다 거기에 있었다.
찌릿 -.-+ 수진일 째려보니 피식 웃는다.
이걸 그냥 콱!!!!!!

산책이 끝나고 텐트로 돌아와 느낀점 두가지.
1. 이너텐트를 미리 걷어버리면 쉴곳이 없다.
2. 3월 중순에는 유명산 오토캠핑장엔 텐트들로 미어터진다. 겁내지 마시고 유명산 가세요 ^^;
또다시 캠핑의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에는 어떤 멋진 곳에서 아침을 맞이 할 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보나스 샷 한 컷 더 ^^

댓글은 ??

첫댓글 독특한 애정표현을 배웁니다... 냉전중인데 저리하면 쌈날까요?
저희는 싸우면 서로 놀리면서 풉니다 ^^;
오랜만에 다녀오셨군요~많이 좋아보입니다 ㅎㅎ
곡두님 하이 ^^ 유랑 작업때매 힘드시죠? 응원 맣이 하고 있습니다 화이팅!!
아이가 하나 인가봐요? 짜증날일들 없어 보입니다. 우린 두아이가 터울지는데 싸워 많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캠핑은 하루를 자더라도 맘이 편안해야 좋은 것 같습니다. 왠지 우리집 분위기와 비슷..^^
저희집 분위기랑 비슷하다니 한 번 뭉쳐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 외아들 티 안나게 키우려고 무지 노력중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