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문화비평 제3호 겨울>
지역, 대구의 건축, 그 현실의 비평.
<최상대 / 전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대구예총부회장, 예술소비운동본부장, 한터겐건축>
건축적인, 비 건축적인 건축
건축의 어원을 살펴보면 건축(architecture, arkhitekton)= 최고(arkhi)+창조(tekton), 즉 건축은 최고의 창조자라는 뜻이며 건축가(architect)는 고대에서부터 위대한 창조자로 칭하고 있다. 건축은 지구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은 없다. 그러나 오래토록 남아있는 흔적, 그것은 창조되어진 흔적이다. 건축은 종합예술로서 지상에 위대한 인류 문명의 유산으로 남겨지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 파르테논신전, 로마 판테온 콜로세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성당, 파리의 에펠탑, 베르사이유 궁전,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성 가족성당은 세계의 문화적 유산으로서 오래토록 남아있는 창조적 건축들이다. 프루넬리스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로마시대 건축가들은 르네상스문명의 주역들이다. 르 꼬르뷰제, 알바알토, 미스 반 데 로에, 루이스 칸, 후랑크 게리, 안도 다다오 등은 위대한 현대건축 건축문명의 창조자들이다.
새로움을 창작 한다는 것, 음악 문학과 건축, 모든 예술이 가지는 공통적인 속성일 것이다. 음악이 음률 화성으로 작곡하고 악기로 연주를 하고, 사람의 목소리로 성악을 한다. 문학은 낱말을 매개로 문장을 구성하며 시와 소설이 창작된다. 미술은 상상이 내재된 화가의 심상으로 표현한다. 건축은 재료와 물질을 매개로 집이라는 기능 공간 조형으로 형상화되어지며 모든 창작의 근본은 작가 내면적 심상으로 구축되어지는 것이다.
신문을 펼쳐보면 건축과 관련되는 기사는 문화면과 경제면 부동산과도 다루어지며 딱히 구분을 지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애매모호 하다. 건축은 정치 경제 사회면 아파트 분양광고까지 지면을 가득 채우고 등장 안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건축은 우리의 삶과 생활 과 사회 깊숙이 침투 관련되어있다.
건축 작업은 건축가 독자적인 작업이 될 수 없다. 건축은 주인(Owner, Client)의 요구가 있어야 하고 그 바탕 부지(Site)가 정해져야 설계를 하고 집을 지을 수가 있다. 당연히 그에 합당하는 경제(Money)가 마련되지 않으면 집을 지을(Built up)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관련법규 제도 심의 도시성 사회성 도덕성 등의 규율과 요구가 따르며 여러 계층의 요구 제약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하여 설계자 스스로가 만족하는 건축 작품으로 완성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건축은 내가 원하든 수준이든 아니든 세워지고 구체화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작품성 예술성을 위해서는 건축주와의 신뢰성 경제적 기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한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경제적 수익만을 원하는 건축주, 설계비 건축비용의 덤핑 최소화 현실, 불량시공 부실시공, 좋은 건축이 좋은 경제를 가져준다는 원칙의 실종, 건축 세워진 건축물에 대해서 스스로의 자랑은 고사하고 설계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경우도 있다. 그것은 작품화가 되지못한 기형아 미숙아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건축상을 수여 시 건축가 건축주 시공자에게 모두 수여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건축 작품은 건축가의 창의성과 건축주의 문화적 이해, 시공자의 성실한 기술시공이 모두 함께 통합되지 않으면 실현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 그 현실적 평가
별도의 비평 기회가 없는 대구의 현실에서는 매 해를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건축 작품상 선정이 심사위원들의 건축담론 과정을 통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대구광역시 건축상'은 일반과 공공 분야로 나눠 선정된다. 각 구·군별로 추천된 일반부분 18개 작품, 공공부분 7개 작품 등 총 25개 작품이 출품됐다. 전체 대상 1작품과 각 부분에서 금상 1작품, 은상 1작품, 동상 1작품씩 최종 7작품이 선정되었다. 대상에는 공공분야의 대구미술관, 금상 일반분야 엑스코 증축, 공공분야 달성문화센터, 은상에는 일반 이경빌딩, 공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동상에는 일반 SK리더스뷰 아파트, 공공 대구국제학교가 선정되었다.
총 7개 수상작품에서 거의가 공공건축 아파트 학교 문화센터 등 엄밀하게 말해서 공공적 범주에 드는 건축시설이며 1개 작품만이 순수 민간 건축물이다. 그만큼 공공건물이 아닌 순수 민간부분이 건축이 수상작으로 실현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총 7개 수상작품에서 4개의 작품은 서울 설계회사의 작품, 또는 서울과 대구설계회사의 공동작품이다. 그리고 대형건축물 공공건축물 공동주거 건축은 건축가 아틀리에 설계 작업에서는 이루어지기가 어렵고 대형설계조직의 설계회사의 작품들이다. 정부기관 단체의 공공 대형건축은 BTL, TURN KEY BASE등의 방식으로 실행되는 추세이며 이러한 시공회사 투자회사가 주도하는 대형 공공건축물들과 현상설계 당선작들이 아니면 건축 작품 수준에 이르는 설계 작업을 성취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이다.
혁신도시, 그 혁신을 위하여.
서울과 지방도시, 중앙 집중현상, 기회 편중성과 그 수직적 상하 관계성은 건축 문화예술 경제를 비록하여 대한민국 어느 분야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가 20여년, 지방 자치단체의 만성적 적자운영은 지방 자립의 길에 들어서기는 요원한 것처럼 여겨진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이 주력 정책 사업이라면 지난 노무현 정부는 핵심은 지방분권 정책이었다. 그 정책들은 건축문화 건설경제에 직접적인 관련과 영향이 있는 것이다. 4대강 개발정책은 찬반의 논란속에 1차적 사업이 마무리되어가고 추후의 진행을 지겨 볼일이다. 다소 늦게 지금 실행되고 있는 것이 각 지역의 ‘혁신도시’ 사업이다. 기대를 하는 것은 중앙에 집중되어있는 정부기관 공공단체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통해서 건축 건설 경제 기회의 균등과 분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지역 건축문화의 발달 수준향상의 기회를 기대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대구의 혁신도시 예정부지에 각 단체들의 건물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내년 착공과 함께 수년 내에 건물들이 세워질 것이다.
각 기관들이 서울 중앙에 있기에 설계공사 발주와 현상설계공모의 기회는 서울 중앙에서 시작된다. 지역의 땅에 세워지는 건축에 대해서 지역의 건축가의 참여 기회는 없는 것이다. 설게가 진향되고서 경관심의에 제출되는 설계안을 보면 서울에 짓는 서울의 건축이지 대구의 땅에 세워지는 고심이 없다. 건축의 지역주의 풍토주의 경관적 요소라는 인문적 바탕이 당연이 개입되고 적용되어야할 부분이 있음에도 철저하게 중앙 서울만이 존재하여서 서울 건물 그대로 지방으로 옮기기 작전 같아 보인다. 지역의 눈 또는 혁신도시의 전체적 공통성에 대한 방법론은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1980년대 프랑스 미테랑 정부가 파리 7개의 빅 프로젝트 설계자는 모두가 현상설계를 통한 외국의 건축가였다. 의도적으로 자국의 건축가를 배제한 것이다. 외부 건축가가 바라보는 문화의 눈 문화인식으로 파리의 건축문화를 새롭게 창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혁신도시의 건축들이 새로운 땅에 새로운 건축문화를 만들고 있는가? 그 입지에 그저 각자의 기능과 목적에만 충실한 업무 빌딩건축을 나열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건축은 건축심의 또는 경관심의를 거친다. 이미 설계 막바지 단계에서 심의가 일어나고 완료기일이 예정되어 있는 터라 충분한 논의가 일어나기 어렵다. 거의가 시간이 지체되면 부작용(예산집행)을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서 심의가 행해지기에 것이다. 설계진행 중간시점에서 심의가 있어야하고 일방향성의 심의제도보다는 좋은 의견들이 개진 표출될수 있는 협의 협조제도가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국가공공기관이 높은 건축예산은 지방에서는 더 높은 퀼리티를 만들 수 있다. 각 시설들 마다 개별적인 조경시설 테니스코트 축구장 체육관 등의 시설 계획은 국가예산의 낭비일 수 있다. 공동의 시설들은 인근 기관들의 협의 하에 지구단위 차원에서 공동으로 계획하고 집단 사용할 수도 있어야할 것이다.
‘공공시설 디자인 가이드라인’규정에 따른 설계와 혁신도시 전체 지구에 대한 건축선의 지정 조경규칙 주차 등의 지침이 마련되어있지만 시민들은 그야말로 미래의 혁신적 도시, 새로운 질서를 기대하는 것이다. 설계되어지는 전체 건물들은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어야한다. 다음 다음 건축 구상은 그 질서 속에서 적용 가능성과 디자인을 검토할 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화적 공공건축을 향하여.
최근 대구의 문화예술에 관련되는 공공건축이 신축되거나 기존건물을 재생하는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12년의 세월이 결려서 지난 5월 ‘대구미술관’이 비로소 개관하였다.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대구문화창작발전소’ ‘문화창작교류센터’ ‘이우환미술관’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대구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며 지역 문화의 자존적 건축이라 할 수가 있겠다. 특히 문화적 건축은 그 기획에서부터 설계 운영시스템까지가 유기적 관련성을 가져야 할 것이며 형식 실적상의 건립과 개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당연하게 그 건축의 수준들은 명품 명작이어야 할 것이다.
- 오랜 시간의 결실, 대구미술관-
사업비 675억원, 건립계획을 수립한지(1999년) 12년, 착공(2007년) 4년 만인 5월 26일 개관, 언론 매체에서는 모두가 외곽지 위치로 인한 관람객의 접근성 불편 문제와 빈약한 소장 작품 문제점을 표명했다. 현재 미술관소장 작품은 총 106점, 매년 작품 구입비 15억 원의 책정은 좋은 작품매입에 어려움은 당연하다. 민자 투자로 시설공사를 마친 상황에서 예산 부족은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시민들의 참여, 기부문화 조성과 함께 대구 문화 위상적 관점에서 충분한 예산 편성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가 열린 대구스타디움과 복합 쇼핑몰, 야구장, 육상진흥센터 등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접근성 주변의 교통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문화시설의 고립성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검토해야할 것이다.
대구시의 향후 예정사업인 ‘이우환 미술관’ 건립 부지를 대구미술관과의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서 지역출신 유명작가 기념미술관(이인성, 석재, 죽농,,,) 건립을 향후 추진, 미술관 일대의 아트 타운화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구 상징건축물,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36년 역사의 대구시민회관은 철거 보존의 논란, 복합문화공간 전용공연장이냐 토론을 거쳐서 1,000여석 콘서트 전용공연장 과 대구시립 오케스트라 연습장, 아트센터 기능으로 2013년 개관 예정으로 착공되었다. 지역 건축가 후당 김인호 선생의 건축, 대구 의 건축 지역성의 건축을 유지하며 리노베이션 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가 있다. 곡선처마 주요골격을 남긴 채 사실 신축에 다름 없는 공사이다. 기존 주차장 마당은 시민광장으로 재탄생하며 오페라하우스와 연계하여 공연 문화의 축의 형성뿐 아니라 침체된 대구역 주변의 경제적 활성화 까지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비20 시20, 민자519억의 민간투자 중심문화사업(BTL)의 성공적 사례가 되어야하는 부담도 있다.
과거의 대구역과 공간이 대형백화점에 잠식당하여서 사라진 경험을 기억 한다면 ‘시민회관 리노베이션’은 과거건축의 재생의 사
례가 될 것이다. ‘대구역 지하차도 굴다리 환경조성사업’도 중요하다. 주변의 문화적 시간적 의미를 재생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시설의 예술창작 공간화, 대구문화창작발전소-
근대산업유산의 예술창작 공간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KT&G 산업유적과 건물을 예술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구문화창작발전소’가 내년 개관을 목표로 착공했다. 베이징 다산즈 798 예술구, 런던의 테이트 모든 갤러리 등의 사례를 비춰볼 때 과거 도시 산업시설의 문화시설 재생이라는 명분 속에 시대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일 것이다. 다소 열악한 입지조건은 주변을 문화적 환경과 시설로 개발하고 지역 특성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운영 계획 세부 프로그램으로 참신함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 문화창작발전소와 연계하는 문화창작교류센터 -
‘문화창작발전소’가 전시부분 창작레지던시 중심이라면 인근에 건립하는 ‘문화창작교류센터’는 공연연습장 및 공연지원시설 기능이다. 예산문제로 건축설계 공모 당시의 건물 형태 기능 규모가 예산 관계로 실시설계에서 축소 변경되어서 당선작의 조형적 완성도와 기능성이 훼손된 사례이다. 기획단계에서의 초기 검토와 기능 특수성을 고려 못한 예산 편성의 결과이다. 진입 접근성과 부지협소는 문제점으로 남을 수가 있겠다. 앞으로 남은 일은 ‘문화창작발전소’와 연계하여서 주변의 환경을 예술문화타운 조성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옛 KT&G 부지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 근린공원 조성 등으로 향후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장소이다. 이러한 문화시설들을 중심으로 대구의 문화명소가 되기 위해서 주변 문화지구지정의 개발화 등, 행정적으로 문화 지향화 실천 의지가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도시건축관 건립-
대구도시건축관의 건립이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세계의 유명 도시들은 그 도시 방문객에게 가장 먼저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 과거와 현재, 미래상을 보여주는 도시 건축관이 있어 도시모형과 건축문화를 전시 방문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달구벌 읍성에서부터 발전하는 도시의 역사, 도시문화와 대구의 건축을 전시하고 도시를 상징하는 도시 건축관이 건립되어야한다. 지난 1월24일 ‘대구근대역사관’이 개관되었다. 근대건축 옛 산업은행 건축을 리모델링하여 근대역사관으로의 출발은 긍정적이지만 대구 도시를 표현하기에는 빈약하다. 이러한 문화적 건축물과 시설들은 대구시가 추진하고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에도 연계가 되는 것이다. < 20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