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장해의 소멸시효 기산점
1. 사고 발생과 후유장해 발생
보통 교통사고나 기타 재해사고 등의 경우에 즉시 후유장해의 발생을 알 수는 없습니다. 막연하게 잠재적으로 후유장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은 할 수 있으나 구체적이고 현실화된 후유장해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사고 발생과 후유장해 발생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에 일정한 기간 안에 그 권리를 행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이하에서는 후유장해가 발생할 경우에 어느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 소멸시효의 의의 및 취지
민법상 채권·채무 관계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그 손해배상이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더 이상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소멸시효를 두는 취지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法言)이 말해주듯이, 일정한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장기간 동안의 불안정한 법률관계를 해소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합니다(민법 제166조).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안 날’의 해석과 관련하여 실무상 논쟁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3. ‘불법행위를 안 날’이란?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해석은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이라 함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고 하고 있습니다.
사고로 만 2세 남짓된 유아의 좌족부의 성장판이 다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유아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성장판이 멈춰 어느 정도 좌족부의 변형이 고정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비로소 유아의 법정대리인은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는데, 대법원은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후유장해의 잔존 및 그 정도 등을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시점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보았습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4. 결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있어서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사고가 발생한 날’이 아니라 ‘후유장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을 안 날’입니다.
여기서 후유장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은 막연히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되어 구체적으로 후유장해가 고정된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의사의 확정적인 후유장해 판정일이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행사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