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교수입니다. 오랫만에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지난 9월 초에 이곳 마닐라로 와서 필리핀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못 보내드렸는데, 조금 여유가 생겨서 메일을 씁니다. 이곳은 덥습니다. 그리고 20년전에 방문하였을 때나 10년 전에 방문하였을 때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를 매일 느끼면서 일부 강의를 하면서 제가 결심한 대로, 제기할 수 있는 일, 즉 북핵에 관하여 영어로 된 논문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얼마전 랜드와 아산연구소에서 북한이 200개 가까운 핵무기를 만들었을거라고 발표도 했듯이 북핵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일부 국민들은 전혀 걱정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걱정입니다.
얼마 전 International Negotiation 학술지에 제가 제출한 논문이 온라인으로 먼저 출판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비핵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억제와 비핵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안의 탐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으로 북한에게 핵무기를 보유해 봐야 한미 양국의 다양한 압박만 강요받고, 적화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유일하다는 생각에서 BATNA 개념을 넣어서 분석한 내용입니다.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자"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지만, 그의 현실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착하게 살자, 통일하자, 핵무기 만들자 등은 누구나 말할 수 있고, 가능만하면 단방약일 수 있지만, 실제 이행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포함하여 이런 저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이 제가 논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논문이라는 것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사설이 지루하고, 영어로 써져서 읽기가 불편하실 수 있지만 토종 한국 학자의 일반적 영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읽어질 겁니다.
최소한 결론만 한번 읽어보시거나, 14-18쪽 사이에 기존방안, 핵무장 방안, 핵공유 등을 비교하고 있는 부분을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고, 노력하는 바마다 성취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