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노이 방문기(3월17일부터 3월21일)
“내 삶에서 두려움이 없습니다. 당당함과 자신감만 있었지요. 그런데 딱 한번 두려움에 떤 적이 있었습니다. 두렵고 자꾸만 제가 움츠려들더라고요.”
유철 대표는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떠나기 하루 전 뜬금없이 과거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하노이 롯데 호텔 정문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굳이 우산을 쓸 만한 빗물은 아니었다. 조금씩 몸을 적시는 빗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말이 나오면 항상 반전의 얘기가 나온다. 일부 시사프로그램에 나오는 앵커들 특유의 창법과 마찬가지다.
“정인영 한라그룹회장을 만났을 때의 일이지요.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상대방 앞에서 그냥 쪼그라드는 자신을 발견했지요, 정회장의 포스에서 나오는 앞도적인 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때가 제가 30대였을 무렵이었지요. 아마 정 회장은 70대 이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유대표가 또다시 특유의 반전을 시도했다.
“그 만남 이후 많은 것을 깨달았지요. 저 포스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그 후에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위축되지 않더라고요, 어느 상황 어느 곳에서라도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유 대표는 사업에 있어서 두려움, 자신감, 그리고 자신만의 강력한 포스를 얘기했다. 마침 차가 와서 더 이상 이야기는 진척시키지 않았지만 필자는 유 대표가 말하는 바를 거의 이해했다.
유 대표가 말하는 포스는 대학교수들의 이론이나 권력가들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졸부들의 부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졸부들은 자신들의 부를 자신의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 그것은 결코 착각이다. 다만 운이 따랐을 따름이다. 운이 다하면 졸부들의 부는 사라진다.)
그것은 한마디로 행동하는 자에게서만 나오는 포스다. 매일 매순간 바뀌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때로는 현실을 리드하는 자에게서 나오는 힘이자 포스이자, 그것은 탄탄한 반석 위에 올라선 건축물처럼 결코 쓰러지지 않는 권위이다. 강단에서 또는 머리에서 이미지로 포장된 힘이 아니라 실체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을 애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포스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19일.
베트남 첫날 일정은 사도우 그룹의 짠 타웅 회장을 만나는 일이었다. 19일 하이퐁 시로 넘어갔다. 오후 늦게 협상이 벌어졌다. 사도우 그룹이 카리스에 투자하는 협상이었다. 사도우 측은 세 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한 가지씩 듣던 유 대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본 계약에 앞서 보증금을 요구하는 두 번째 의제가 문제였다. 이 보증금 문제의 허구를 지적하자 슬그머니 이 의제는 사라졌다. 남은 두 가지 의제도 결국 한가지로 좁혀졌다. 사도우 그룹이 카리스에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투자 비율에 따른 가치산정은 날짜를 잡아 따로 정하기로 하고 양해각서 협상은 마무리됐다. 유 대표가 의외로 빨리 결정을 내렸다. 카리스와 사도우가 베트남 진출에 투자와 협력을 한다는 큰 틀에서 합의하고 세세한 부문은 추후 따지기로 하는 전략 수정을 한 탓이다. 어제까지 유대표의 협상 전략의 핵심은 단칼에 승부하는 것이었다. 단칼에 승부하고 승리하는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유철 대표가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협상을 벌인 이래 이번 계약처럼 협상도중 전략을 수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 대표의 다른 면모였다. 한 가지 길을 고집하던 유 대표의 머릿속에는 여러 갈래 길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 협상이었다. 한 가지 핵심 메시지를 고수하면서도 그것을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할 때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현실수용을 한 것이다. 개방적인 태도로 보다 빨리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은 전략수정이었다.
협상이 끝난 다음 유철대표가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에게 말했다.
“사도우 그룹의 투자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단독 투자를 결정할 지는 좀 더 고민할 부문입니다. 베트남 진출은 베트남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장의 교두보이니 오직 카리스 입장에서 신중한 투자결정이 필요할 것 같네요.”
20일.
일정은 베트남 과학기술처 호앙 하 총국장을 만나는 일이었다. 2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과학기술처 측은 카리스 측 동영상과 자료들을 살펴본 뒤 4가지 특성을 지목했다.
첫째 철제 제품보다 우수한 탄력성, 발광기능, 매연감소기능, 저렴한 가격을 카리스의 4가지 장점으로 꼽고 이에 대한 검증 자료를 카리스 측에 요청했다.
총국장은 이런 특성을 지닌 신제품은 베트남 정부에 적극 권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베트남에 진출하려면, 특히 새로운 제품을 베트남에 선보이려면 이곳의 기술평가와 추천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확인 됐다. 베트남 진출에 한 발 내디딘 협상이었다.
박성진 차장은 따로 베트남 교통부와 협상을 벌여 시범구간 150m를 설치키로 했다. 이것 역시 베트남 진출에 필수적인 절차였다. 다만 설치지역을 하노이 외곽에서 하노이 시내로 끌어들이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문제는 베트남 방문 마지막 날 롯데호텔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가 적극 풀어주기로 했다.
이번 베트남 출장에서 기획한 협상은 마무리됐다. 먼 길을 떠나기 앞서 옷과 장비를 새로 가다듬는 시간으로 보면 적절할 것이다. 과연 먼 길을 걸을 태세는 다 되었는지, 아니면 좀 더 시간을 끌고 준비를 해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유 대표의 판단과 결단을 기대하는 대목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유 대표도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21일,
돌아오는 날 오전 롯데호텔 컨퍼런스 홀에서는 또 다른 회의가 있었다. 여기서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반전은 항상 우연한 기회에 일어남을 다시금 실감했다. 한국인 사업가와의 협상은 사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의 비극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등 위대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반전의 계기는 항상 우연하고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전날 합류한 최경철 부장이 소개한 지인과의 회의였다. 최 부장은 최근에 입사해서 이런 적절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직 정확히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베트남에서 17년간 도로관련 사업을 벌인 사업가로서 그는 카리스의 베트남 진출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 헸다. 첫째, 베트남 정부와의 단독 계약은 가능하다. 둘째, 물량은 충분히 많다. 현재 베트남에서 발주중인 도로관련 공사는 63건이다. 이중 우리는 2건만 계약했다. 계약을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2건에 만족했다. 카리스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계약을 따낼 수 있다. 카리스는 브랜드이기에 중국발의 저가공사수주를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보인다는 게 요지였다. 맞는 말이다. 아마존 방식으로는 아마존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중국산의 저가공세는 브랜드로 공격해야 한다.
전날 유 대표가 고심한 부문을 일거에 해소시키는 메시지였다. 유 대표가 만면에 웃음을 짓고 말했다.
“길은 여러 갈래 있습니다. 한군데서 막혔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가 없지요. 막히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됩니다. 어렵게 풀면 한없이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가야지요.”
앞서 말한 정인영 회장 얘기가 여기서 나왔다. 정 회장의 포스의 힘은 항상 행동하는 실천에서 나온다. 길이 막히면 뚫고, 뚫어서 안 되면 돌아서가는 돌파력, 결코 목표점에 도달하기 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불굴의 정신이 바로 포스의 근원이다. 그것은 수십 년 간 현장에서 뒹굴면서 달궈진 포스였다. 그런 강력한 포스는 기민하고 정확한 판단과 재빠른 시기의 결단이 없으면 결코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따라서 그 사람의 포스는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충실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강력한 포스를 낼 수 없다. 강력한 포스는 다시 말해 강력한 이야기이다. 강력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진정성과 열정이다. 정인영회장의 이야기는 진정성과 열정으로, 이는 바로 유철대표가 지향하는 이야기의 요체이다.
리더와 리더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중요한 차이는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리더는 핵심적인 이야기나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인영 회장이 일반 사업가와 다른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 불굴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업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정치계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모차르트가 일반 음악가와 다른 이유는 누구나 갖지 못한 음악적 아이디어와 표현에 있다. 다시 말하면 위대한 이야기에는 독특한 스토리가 핵심이다.
유 대표가 베트남 출장 말미에 정인영 회장의 애기를 끄집어낸 것은 그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은영 중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 대표가 말했다.
“저는 두 가지 불자가 있습니다. 불도저의 불자와 불독의 불자입니다. 불도저는 밀어붙이는 강력한 힘이고, 불독은 한 번 물면 결코 포지하지 않는 집요함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불자로 세상을 뒤집을 겁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길을 찾아내지 못했을 따름입니다. 왜 그럴까요? 비겁하기도 하고, 널리 알지 못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길을 가는데 있어서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트남 출장을 정리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넓게 보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입니다. 여기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물량은 충분합니다. 교통부에서 확정적으로 말한 1000km의 공사수주가 바로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출장에서 돌아왔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은 철저히 헤쳐 나갈 것은 분명하다. 불독과 불도저의 정신으로 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다음 4월에 이뤄질 일이다. 베트남의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확정하고, 우즈베키스탄 사업에 대한 정점을 찍는 일이다. 카리스로서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을 넘기면 카리스는 이야기가 풍부해질 것이다. 또한 강력해질 것이다. 모든 명품이 그러하듯이 브랜드는 이야기를 가진다. 이야기에는 극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위기의 순간,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 변환의 순간,CEO의 고민의 순간이 모조리 담겨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되는 요소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만 지어낼 뿐이다. 모호하고, 때로는 극적으로 변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세심하게 전개되는 카리스의 이야기는 앞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마케팅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유철 대표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 그만의 특징이 있다. 상대방을 굳이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카리스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상대방이 카리스 측으로 넘어오도록 밀어붙인다. 아니 초대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거기에는 감성이 들어 있다. 열정이라는 무서운 전염성이 강한 감성 말이다. 확신과 열정이 유 대표 이야기의 구성인자이다. 앞으로 정인영회장의 포스, 정인영 회장의 이야기를 넘어선다면 그것은 오직 유 대표의 확신과 열정 때문일 것이다,
하워드 가드너가 말했다.
“모든 위대한 지도자는 위대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니야 정보철 대표-
첫댓글 불도저와 불독... 불가능이 없는 카리스입니다~ㅎㅎ
귀한 말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특별한 이야기 보따리의 첫 시작은 4월부터 시작하겠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읽어보았습니다. 나중에 자서전형태로 나와도 될정도로 좋은글이네요. 앞으로도 많을글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유철 대표님
이니야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4월이 빨리 오길^^
우리나라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카리스 같은 회사가 돈이 없어 단독 진출을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금 걱정 없이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할텐데...집 팔아서 한주라도 더 매수하고 싶은데...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집이 공동명의다...ㅜㅠ
글 쓰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ㅠㅠ
이런기분 이해 할련지요~~~~
머리가 하해져서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다시 주섬주섬 다른방향으로 적어내려갑니다.
정대표님의 글을 읽는 내내 복박쳐오는 야릇한 감정이
조금 세차게 치밀어 오를때는 쉬어가지 않을수없다.
불도저/불독이란 용어를 유대표님을 비유하여
몇 번 사용했건만 오늘 이 글에서 확인이 되네요
영화 300에서 역사장 가장 위대한 전사들이 온다.
최정예 300명이 페르시아군 30만명을 상대하여
물리친것 처럼 훗날 카리스그룹의 가드레일역사관에
유철회장님의 동남아 진출기를 하나하나 기록물을
빠트리지 말고 전시되고 영구히 보존되어야 하겠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화이팅~~^~^♡
확신&진정성& 열정은 ...
세계로 뻗어가는 마케팅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마음 깊이 새겨 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머잖아 카리스라는 이름이 한국땅에 널리 알려지고, ceo의 스토리가 전파를 타게되는 날이 올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유대표님도 수고 넘 많으셨고,
이니아 대표님의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두분께서는 카리스의 환상의 짝꿍 이십니다.기대하겠습니다.
화려한 4월을요.
이니야대표님도 훌륭한 이여기꾼이십니다.
이니야 대표님이 쓰실
"풍부해진 카리스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읽는맛까지 나는 좋은글 고맙습니다~
열정과 진정성, 그리고 확신!
카리스 신화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유철 대표님의 위대한 여정에 주주의 한사람으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유철대표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