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래미 장래희망은 '모델'입니다.
그래서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패션모델과를 가겠다고 다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과체중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살을 한참은 빼야했는데, 봄방학때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 6KG을 줄여
보통체중은 됐습니다.
이 녀석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수리능력이 부족하고 공간개념이 없어 어릴적부터 길 잃어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고, 4살 때는 어린이집을 탈출해서 미아가 됐다가 반나절 뒤에 찾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씩씩해서 초딩5학년 때 오산에서 화성으로 이사하자 예전 친구들 만나고 싶으면 혼자서 버스 타고, 전철타고 찾아가서 자고 오기도 했습니다.
걍 던져두고 키우는 편이라 사교육이라곤 시킨 적 없고, 어릴적엔 공부할 때 엄마가 도움을 줬지만 초등고학년부터는 제가 바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둡니다.
그러다보니 수학을 5점도 맞아오고 쪽지시험 0점도 맞고, 수행평가에서 선생님이 답 미리 다 가르쳐 준 경우만 100점을 맞습니다.
공식을 이해해서 푸는 게 아니라 통째로 외워서...^^;
그러니 수학샘은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를 것 같은 이 녀석이 걱정이 되고 관심도 있으셔서(착하고 배려심도 많아서 선생님들이
귀여워하는 편입니다) 자꾸 자극을 주시나 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게 무척 싫다고....
"엄마, 재두샘(수학샘)이 날 포기했으면 좋겠어. 난 공부머리는 없단 말이야."라 말합니다.
그러다 어느날 집에 와서 엄마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재두샘이 수업시간에 딸애의 꿈이 모델이란 얘기를 모두가 듣는데서 하며 "고등학교 가서도 모델할 거라 하고, 나중에 공장 다니면서도 모델이 꿈이라 할거다"고 하셨다고...
거기다 딸애를 보고 "넌 살을 더 빼고, 성형수술도 해서 스튜디스가 되라"라고 하셨답니다.
선생님에게 딸의 꿈인 모델은 많이 허황하고, 허파에 바람든 소리로 들리실테니 애정어린 충고를 하셨나 봅니다.^^:
녀석은 무척 화가 나고 서러운지 울기까지 했습니다.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하는 엄마의 말도 들리지 않는지(방학 때 선생님께 그런 소리 안 들을 만큼 엄마랑 매일 1시간만 공부하자는) 자신이 갈 길은 공부가 아니랍니다.
그러며 "반드시 재두샘이 TV에 나온 나를 보고 '쟤도 내가 가르쳤다'며 자랑스러워하게 만들거야!"라 합니다.^^:
이 녀석 그 길로 한동안 수업 땜에 뒤로 미뤄둔 헬스장 티켓을 다시 끊어 달라더니 운동에 식이요법에 식사조절까지 1주일 째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딱 1주일 된 날 몸무게를 달아보니 2Kg이 더 빠져 있더라는...
이 녀석의 이런 모습을 보며 차마 '모델의 꿈을 접으라'라 말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꿈꾸는 길을 쫓다 보면 또 그 분야에서 다른 꿈을 발견할 수도 있을테지요.
수줍음이 많고 얌전하고 착하기만 한 딸애인데 이렇게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여기고 키워나가는 걸 보면 아무리 그 꿈이 어른의 눈으로 볼 때 허황해 보여도 포기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그 아이를 죽이는 일이 될테니깐요.
그러며 저 정도로 독기 있게 밀고 나가는 걸 보면 모델이 되건 못 되건 딸아이의 인생은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딸애는 그저 부모 덕으로 그 학교를 가려하지 않고 학비가 많아서 걱정하며 벌써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새벽 신문배달 일을 하려고 모집공고에 문자로 "성별, 연령 제한이 있나요?"라 묻다가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모델아카데미를 가기 위해 소설을 써서 상금을 받아 그 돈을 스스로 마련하겠다고 소설 초안도 잡고 있지요.^^;
이 녀석을 보며 제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진정 나는 꿈이 있었나?'
중학교 때까지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장래희망난에 '선생님'이라 썼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교직에 계시니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직업이어서였나 봅니다.
중2때, 반항기가 되며 장래희망난 같은 걸 묻는 학교와 선생님들이 싫어서 '현모양처'라 써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자 쓸 것 없던 반친구들 몇이 저를 따라 '현모양처'라 썼지요.ㅎㅎ
고등학교 때 '나는 왜 사는 것일까?'란 실존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을 때 일본작가의 소설 '빙점'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 그 작가가 인용한 한 구절의 글귀가 제 삶을 바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준 것이다"
이 글귀를 읽고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교리시간에 "왜 사느냐?"란 질문을 던지시는 교리선생님께 이리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사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읽은 소설에서 이 문장을 읽었습니다. 왜 사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모으기 위해 살지 않고 남에게 주며 살겠습니다."라고.
그때 환하게 웃으시던 수녀님(교리선생님)을 보며 정말 변하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마중물대리'라는 대리운전회사를 하게 됐나 봅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꿈을 키워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란 것을 50이 넘으니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마흔에 낳은 울 딸래미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도 않고 그 아이의 장래를 재두선생님이 걱정하시는 반의 반도 염려하지 않습니다.
그냥 웃으며 그 아이가 만들어가는 미래를 함께 꿈 꾸고 격려해줄 뿐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부모에게 자랑거리가 되겠지만 어떤 꿈을 갖고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서 관심 갖고 키워주려는 부모는 참 드뭅니다.
그저 '공부해라' '엄마 혹은 아빠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라'라 얘기합니다.
옆의 친구를 성적으로 이기라고 독촉하지 좋은 친구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부모는 참 드뭅니다.
가끔 제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그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분명 SKY중 한 곳은 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것이 제 인생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게는 학창시절 전체 보다 소설의 한 구절 글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꿈을 갖고 자기 꿈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딸애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네가 돈을 벌게 되면 단지 널 위해 쓰지 말고 너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라"
그러면 딸아이는 이리 답합니다.
"당근이지~~~"
첫댓글 사실 많이놀랐어요
전 돈을 많이벌구싶은 사람이구여~~~~마흔중반입니다그러다보니 필요한건없구 하구싶은게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네요
우연찮게 마중물대리를접하고 생각이난건 있지요~~~
봉사하면서 돈번다
돈벌면서 봉사한다
좀더 있어보면 뭔가더있으시겠지란 생각~~~~
돈을 나누는 것보다 꿈을 나누는 것이 이 사회를 훨씬 아름답게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정도가 지금 마중물대리가 하고 있는 일이지만. 마중물대리가 성장하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하계, 동계 캠프를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신의 꿈을 찾고 이뤄가는데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은 바닷물을 퍼마시며 갈증이 난다 외치는 상황을 만들 뿐이 아닐까요?
돈이 많은 사람치고 거기에 만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네요. 더 많이, 더 많이 하며 법도 어기고, 남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듯...^^;
꿈많던시절있었지요 돈도됬었고 지금은 예전일
벌어두 생활이안되구 애들은사배자지원을 받아야교육이되고~~~~
행복비타민님, 저도 애 둘을 키우고 있어 힘든 것 이해합니다.
저흰 사교육은 안 시키지만 자식 키우는 게 콩나물처럼 물만 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래도 힘내세요.^^*
그래도 잘커줘서 항상감사해요*^^*
저도 동감...잘 커줘서 넘 감사해요~~*^^*
저도 공부잘하는것보다는 사람답게 커주는게 훨씬더 좋다는 생각을 늘~~~~해왔답니다.
ㅋ그동안 해왔던 우리 아들래미 사교육 영어끊어야겠네요~~ㅎㅎ 그냥 사람답게 인간적으로 키워야지~~ㅎ
아들이 원하고 재능이 있으면 시켜야죠. 그런데 부모 욕심에 자식이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한다면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어릴적에 아버지 다니시던 대학 총장딸이 있었는데 학교 오갈때 자가용이 붙어 태워다주고 사교육으로 전과목과외에 바이올린, 수영, 발레....안 하는 것이 없어 집에 도착하면 밤12시라더군요. 18살 때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답니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이 쌓였으면....늘 탱자탱자 노는 우릴 부러워했지요.^^:
요즘 묻지마 폭행 등을 언론에서 접할때마다 그 가해자들이 이 사회에서 그저 1등이 되라 우격다짐 받으며 자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내일 행복
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지론이랍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 한다고 내일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
늘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수 없다고 말하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물가로 끌고가 입을 물 속에 틀어 박아 놓고 있진 않은지...
차라리 아이와 함께 체험학습을 하며 아이가 흥미를 느낄 분야를 보여주는 것이 더 훌륭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