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과협 고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趙 完 圭
최근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6년 9월 ‘한국대학총장협회’에서 ‘위기의 한국, 어디로 가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한 일이 있다. 그러나 정황을 보면 그때보다 위기는 더욱 증대하고 있다.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분석하여 논하고자 한다.
우선 정치 현황을 보자. 임기 반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20% 밑으로 떨어져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와 비교하면 최저 수준이다. 열 사람 가운데 여덟 사람이 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검사 출신이라 정치를 해 본 일이 없이 대통령이어서 이전에 위대한 정치인처럼 포용력이 있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각종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각계 인사와 소통을 하여야 한다. 엊그제 1시간 반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였다. 무제한 기자회견에 임한 윤 대통령에 대하여 여러 가지 평가를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일단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부인의 정치 개입에 대하여 대통령이 겸손히 사죄하였으나 일부 야당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 어찌 되었던 기자회견 후 지지도는 4%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처럼 기자회견을 자주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평가점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범죄자로 심판받고 있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민주당은 당 전체가 이재명 대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제소한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대야당이 이 대표를 앞세워 거리로 나서 시위하는 모양새는 보기가 민망하다. 이전에는 광화문 일대를 점거하여 시위를 벌이는 당은 소수당이었다. 전에 김대중 총재, 김영삼 총재가 주도하던 민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물론 민주당 안에도 명성이 높은 정치인이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추종자, 소위 ‘개딸’들이 당을 주도하는 판세다. 역시 정치계의 위기를 실감한다.
해방 뒤 좌, 우익 싸움으로 혼란하였던 시기 3년을 보내고, 한반도 남쪽에 大韓民國 정부를 수립하였다. 1905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30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제를 체험한 李承晩 박사가 초대 大統領으로 당선된 후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기틀을 다졌다. 1950년 북쪽 남침으로 6.25 전쟁이 터졌다. 남침을 위하여 철저히 훈련을 마친 인민군에 대비할 우리 군은 허약하여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하였고 끝내 대구 진주를 잊는 끝부분까지 밀렸다. 거의 전 국토가 인민공화국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존립마저 위기를 맞았다. 그런 때 미군을 위시한 16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의 도움으로 인민군은 결국 북쪽으로 후퇴하였고 남북이 비무장지대로 갈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물론 그사이 박정희 장군이 5.16 혁명 정권을 수립하였다. 박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갈라지지만, 월남파병 대가로 미국 존슨 대통령이 제공한 600만 달러로 KIST를 세운 것은 국가 발전 차원에서 큰 공적이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력 만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대덕에 각 분야 출연연구소를 개설한 연구단지를 조성하였고 미국 등 연구기관에서 연구활동을 수행 중인 교포 과학자를 각종 출연연구소 연구 요원으로 초대하고 이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기틀을 구축하였다. 결국 황무지였던 우리나라가 반세기 내에 경제 10대 강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김정은은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에 대한 남반부 호칭을 ‘적국’으로 규정하였다. 남쪽이 비무장지대를 쉽게 넘지 못하도록 높게 담을 쌓거나 깊은 구덩이를 팠고 핵보유국이라며 남쪽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련을 방문하여 푸틴과 만난 김정은은 군사협력 협정을 맺고 다량의 살상 무기의 지원을 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만 명 이상의 북한군을 파병하여 전투력을 축적하고 있다. 핵보유국임을 내세운 김정은은 언제든지 남침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남북 관계 전망을 더욱 혼탁하게 할 것이다. 지난번 대통령일 때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을 만나 그를 추켜세웠던 트럼프가 다시 북한의 김정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군 주둔비의 대폭 인상 요구, 혹은 미군 철수 가능성을 비칠 가능성이 있어 우리는 다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經濟 측면에서도 한국은 분명 위기에 있다. 2010년 7%, 일인 소득 2만 달러였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1인 소득 증가율도 2021년 3.6%가, 지난 해 1.8%로 하락하였다. 그간 우리나라 주 산업이었던 조선산업, IT산업 그리고 자동차 산업 등이 중국에 뒤지게 되었고 여러 산업체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앞으로 경제지수가 얼마만큼 하락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며 이 점 산업계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도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교육은 뒷전이고 오래전부터 중, 고등학교가 대학입시 준비 교육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편, 도덕심, 윤리의식 함양 교육도 부실하여서 사회가 부패의 도가니 속에 갇혀 있다. 거의 매일 신문, 텔레비전 등 언론매체가 공무원의 부패상을 보도하고 있다. 이러다 나라 전체가 거덜 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이 또한 나라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공공질서 유지가 직책인 경찰력이 무력한 것도 걱정이다. 시위 군중으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그저 맞고만 있다. 미국의 경찰관은 허리에 곤봉, 수갑, 오랏줄을 차고 있으며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이면 지위고하를 묻지 않고 수갑을 채우고 오랏줄로 묶는다. 여러 해 전 수갑을 차고 오랏줄에 묶이어 끌려가는 미국 국회 하원의원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가장 민주주의적인 나라에서 보는 풍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준엄함이 없는 우리 경찰력으로서는 사회질서 유지가 어렵고 끝내 공공질서 파괴로 나라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하였고, 朴正熙 대통령은 시해되었고 全斗煥, 盧泰愚 두 대통령은 감옥살이를, 盧武鉉 대통령은 투신자살, 그리고 그 뒤의 李明博 대통령과 朴槿惠 대통령 역시 감옥살이하였다. 文在寅 대통령도 퇴임 후 편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라 전체의 비극이다.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수립, 이를 과감히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다며 정책수행을 꺼린다면 이 역시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도덕심과 윤리의식의 결여도 위기의 요인이 된다. 첫째, 공직자의 부패 관습을 없애야 한다. 뇌물이니, 뒷돈이니 혹은 급행료가 통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선진국 문턱에 설 수 있다. 정치지도자나 공직자가 윤리의식을 상실할 때 이는 바로 국가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성실 봉사의 의무를 잃은 공직자를 엄히 다스리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교육풍토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초·중등학교 교육은 대학입시를 겨냥한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일 뿐 도덕심 함양을 위한 인성교육과 과학기술력의 기초가 되는 창의력 함양 교육 그리고 나라의 안보를 겨냥한 교육은 크게 뒤처져 있다. 이 같은 교육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나라의 위기는 면할 수 없다.
최근의 고령화 현상도 큰 문제다. 1990년 전체 인구의 5%였던 65세 이상 인구가 2015년에는 13%로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풍부한 인력으로 경제성장률 8%~9%를 유지할 때도 있었다. 오늘날 청년은 결혼 후의 자녀 양육비 부담을 염려하여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 후에도 자녀 출산을 억제하는 등 최근 출산율이 0.7%로 감소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최근의 나이에 따른 인구 조성비는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낮은 출생률은 30년, 40년 후 노동 인력의 감소로 이어지며 결국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것이니 이로 인하여 또 다른 국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인구 감소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하여 결혼 장려금, 그리고 자녀 양육비를 보조하기로 하였다. 그 영향으로 출산율이 약간 올랐다고 하니 다행이다.
진정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 대처할 능력이 없을 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여 온 슬기로운 민족이다. 1945년 일제 통치로부터 해방되었으나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고 좌우익 싸움으로 날을 보냈다. 1948년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으나 나라의 기틀이 잡히기도 전 1950년에 북쪽의 남침으로 인한 6.25 전쟁이 3년 지속되었고 그로 인하여 서울을 비롯한 거의 전 국토가 황폐화하였고 전쟁은 끝났지만, 그 뒤 남북 대치로 인하여 과중한 방위비를 부담하여야 함에도 우리는 황무지에서 반세기 만에 경제 10대 강국이 되었다. 오늘날 아침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동서로, 남북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목격한 외국인은 한국의 활력에 감탄하고 있다. 차의 동력 개발 기술뿐 아니라, 그에 드는 강철의 생산 등이 세계 5위 안에 있다고 하여 흔히 우리를 보고 ‘한강 변의 기적’을 창출한 민족이라고 한다. 우리는 몰아치는 각종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지혜를 가진 민족이며 그저 자랑스럽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총장, 교수
교육부 장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초대 원장,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