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한겨울 몸과 마음이 뜨끈해지는 ‘온천 천국’
겨울, 일본에 가면 몸과 마음이 느긋해진다. 골목 곳곳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온천마을과 모래찜질을 즐기는 이색해변, 모락모락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옥온천 산책로가 차분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전역에는 크고 작은 온천들만 3,000여 개에 이른다. 각 지역의 맛깔스러운 특산물 또한 일본 온천여행의 묘미다.
미인온천 우레시노, 온천마을 다케오
현해탄 너머 사가현은 ‘미인온천’1)으로 명함을 내민다. 피부미용에 좋은 온천으로 알려진 우레시노온천은 히노카미온천, 기츠레가와온천과 함께 일본의 3대 미인온천으로 꼽힌다.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레시노온천은 아기자기한 골목이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다. 저녁이면 골목 모퉁이에서 족욕을 즐긴 동네 사람들이 선술집의 문을 두드린다. 이곳 특산물인 ‘온천물두부’를 안주 삼아 뜨끈한 사케 한 잔을 기울이며 온천마을의 밤을 맞으면 된다. 인근 카라츠에서 넘어온 오징어회 역시 이 일대 훌륭한 야식거리다.
사가현 서쪽 다케오의 온천마을의 역사도 1,300년을 넘어섰다. 다케오온천은 입구부터가 문화재다. 거대한 주홍빛 누문2)은 도쿄역과 한국은행 본점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작품이다. 옛 영주가 사용했다는 본관 욕탕은 내부가 대리석이고, 노천탕과 히노키탕, 일반탕 등 대중탕은 가격이 제각각이다.
온천에서 기차역까지는 작은 상가들이 열을 맞춘 아담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40년 된 교자집과 에키벤(도시락) 대회에서 우승을 한 사가규 에키벤도 군침을 돌게 한다. 밤이면 누문, 도서관, 녹나무 등 다케오 시내 명소 곳곳에 조명을 밝히는 행사를 한다. 덕분에 천년 세월을 간직한 온천마을의 밤 산책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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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칼리성, 탄산나트륨 함유 등 특정한 성분들이 피부를 매끄럽고 부드럽게 해준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2) 중층 누각건물 아래 설치한 출입문
이부스키해변의 천연 모래찜질온천
큐슈 최남단의 이부스키해변은 한겨울에 천연 모래찜질을 즐기는 곳이다.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고 연기가 펄펄 나는 해변에 누우면 삽으로 모래를 덮어주는데,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채 10분을 견디기가 힘들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겹쳐 입은 유카타가 흥건히 젖을 정도다.
이곳 천연 모래찜질온천의 역사는 1860년대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바다인 긴코만 지역의 화산폭발로 수심에 변화가 생겨 온천물이 솟아나는 모래사장에서 찜질욕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모래사장에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팻말이 해변 곳곳에 세워져 있다. 바닷물은 한겨울에도 미지근해 발을 담가도 아늑한 느낌이다.
이부스키의 천연 모래찜질온천은 세계에서 유일한 곳으로 인근 마그마의 영향으로 모래 속 온도는 섭씨 60~70도까지 올라간다. 자리를 잡고 누우면 그 위에 20~30kg 되는 모래가 더해지는데 현지인들은 일부러 무게를 늘려 강한 효능을 즐기기도 한단다. 이곳 최고의 료칸으로 꼽히는 ‘백수관’은 천연 모래찜질온천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온천순례마을, 시부와 원숭이온천
나가노현 동북쪽인 야마노우치 지역에는 ‘산동네 온천’들이 숨어있다. 시부온천은 300년 된 온천순례의 전통을 간직한 곳이다. 시가고원 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요코유가와 개천을 따라 작은 온천장들이 경사진 골목길로 이어지고, 유카타를 입고 돌바닥 골목길을 거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시부의 온천욕장은 9개의 공중탕과 료칸 안의 온천으로 구분된다. 9개의 공중탕을 차례로 돌아보는 온천순례는 이색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 공중탕은 기운과 효능을 높이기 위해 매일 밤 남탕, 여탕의 간판이 바뀐다. 각각 다른 효능을 지닌 온천은 귀신을 막고, 불로장수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순조로운 목욕을 기원하는 기념품용 손수건을 구입하면 열쇠를 받고 대중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온천탕을 돈 뒤 마지막에 골목 안 불교사찰에 들러 소원을 비는 것으로 온천순례는 마무리된다.
시부온천 인근에는 온천욕을 하는 원숭이를 만나볼 수 있는 지고쿠다니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숭이가 사람처럼 온천욕을 즐기는 곳으로, 새끼 원숭이가 계곡 온천물에서 노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원숭이 전용 노천온천을 만든 것이 이곳의 시작이었다. 지고쿠다니는 험준한 계곡과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온천 증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지옥’과 같다고 하여 ‘지옥계곡 야생원숭이공원’으로도 불린다.
지옥온천 산책의 원조, 운젠온천
나가사키현의 운젠은 지옥온천의 원조 격인 고장으로, 화산에 얽힌 역사와 온천체험이 어우러진 곳이다. 운젠은 산자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운젠지옥으로 유명한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과 흙을 따라 나무 데크길을 걸을 수 있는 지옥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 길을 야간에 이동하는 야간투어도 운영되고 있다. 운젠지역은 예전 후겐다케산의 화산분출로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내리는 재앙을 겪었다. 당시 마을이 입은 피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흔적 또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운젠지옥 인근에는 유황온천들이 곳곳에 형성되었는데, 이 일대는 1930년대에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운젠 해안가에는 특이하게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와 이름이 같은 오바마마을온천도 있다. 105미터의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바닷가 족욕탕에는 반려견 전용탕이 따로 있다. 운젠과 연결된 아마쿠사해변은 일본에서 1년 내내 야생 돌고래를 구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야마가타현의 시즈온천은 갓산3)의 설경을 음미하며 천연온천욕을 할 수 있는 산골온천이다. 온천수는 겨울이면 지붕 높이로 쌓이는 눈을 녹이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시코쿠 마쓰야마의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온천장으로 알려져 있다. 1894년에 건축된 목조 대중목욕탕은 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다. 도고온천 주변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4)에 나왔던 성냥갑 같은 외형의 ‘봇짱(도련님)열차’가 다닌다. 오이타현 벳푸 인근의 온천마을 유후인은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갤러리와 카페, 고양이로 단장한 공예품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긴린코호수는 그윽한 물안개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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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갓처럼 생긴 봉우리가 있는 산
4) 작가가 직접 시골 학교로 전임을 갔을 때 느낀 사회의 부조리와 근시대적 행태를 비판한 소설
Travel Tip.
온천순례 때는 입을 즐겁게 하는 별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사가현은 ‘오징어회’가 명물이며 우레시노온천은 그 지역의 녹차로 만든 ‘녹차죽’과 ‘온천물두부’가 유명하다. 팥으로 만든 ‘오기양갱’도 입맛을 돋운다. 이부스키 해변이 위치한 가고시마는 흑돼지의 두툼한 살을 졸여서 내놓는 ‘구로부타’가 유명하다. 시부가 속한 나가노현은 양조장서 맛보는 사케로 명성 높은 곳이다. 산골온천인 시즈온천장에 묵으면 제대로 된 일본 전통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유후인이 있는 오이타현의 ‘분고 소고기’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도고온천이 속한 가가와현은 일본 3대 우동인 ‘사누키우동’이 별미다.
김도이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실 연구원
지브리 영화 속 한 장면, 도고온천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에 있는 도고온천에 가보고 싶어요!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로 직항 항공편이 사라지는 바람에 다시 생기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의 모티브가 된 장소여서 무척 궁금하네요.
#도고온천 #센과치히로의_그곳
권정현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다양한 체험거리 가득한 유후인온천
가까운 편이라 방문하기도 편하고 아기자기한 유후인을 추천합니다. 유후인까지 가는 ‘유후인노모리 기차’를 타고 소풍 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고, 승무원 모자를 쓰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답니다!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에키벤’도 맛있으니 한 번 드셔보세요!
#유후인 #체험여행 #먹방여행
정원식 글로벌지식협력단지운영단 전시교육실 교육개발팀 교육개발팀장
맛과 멋 다 잡은 우레시노온천
일본 후쿠오카 인근의 우레시노를 추천합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기차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저마다 정취를 가진 온천탕을 경험해볼 수 있고, 저녁 식사로 즐길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가 일품입니다. 계절별 일본 소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여행지입니다.
#우레시노 #맛있고_멋있는여행
이다경 공공투자관리센터 공공투자정책실 공공기관사업1팀 연구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시미즈온천
예전 어느 겨울, 유노히라 유후인온천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일본 규슈의 산속 시미즈온천 료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눈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노천온천에 들어가 있으면 일상생활 속에서 느꼈던 근심과 잡생각이 마치 눈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시미즈온천 #녹아내리는_피로와잡념
오준석 경영지원실 인사팀 선임행정원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 쿠사츠온천
쿠사츠온천을 추천합니다! 일본 3대 온천으로 꼽히는 곳이며, 해발 고도 1,200m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늘한 기후를 유지하는 덕분에 여름에도 무리 없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강산성 온천수이기 때문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성 피부질환에 탁월한 효능은 덤입니다.
#쿠사츠온천 #기능까지_갓벽
김유영 경제정보센터 경제정보분석실 여론분석팀 전문연구원
겨울의 낭만 가득한 홋카이도 노보리베츠온천
일본 온천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홋카이도 노보리베츠 지역이었습니다. 물도 좋고, 겨울의 낭만도 느낄 수 있는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노보리베츠온천마을에 가시면 어느 료칸을 가든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홋카이도_노보리베츠 #실패없는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