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던 접경지역 주민들
작성자: 이병호
등록: 2019.09.15. 16:00.
수정: 2019.09.17. 09:54.
지난 9월 14일 아내와, 1999년 선친이 돌아가신 뒤 5년 후 나이 50에 일찍 세상을 떠난 형님의 묘가 있는 인천가족공원 가족묘에서 성묘를 마쳤다. 그리고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았다. 날이 청명하여 시계가 매우 좋았다. 넓은 들녘엔 추수를 앞둔 벼들의 익어가는 모습으로 강화도는 무척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작년에도 중앙아시아 고려인 출신 다문화인들을 대상으로한 코리아통합연구원의 체험학습으로 이곳 강화평화전망대를 탐방했었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도라산과 오두산 그리고 애기봉 전망대 못지 않게, 보고 배울게 매우 많은 좋은 탐방지이다. 특히 요즘 나의 큰 관심사를 끄는 곳은 황해남도와 황해북도를 가르는 예성강 하구에 있는(또는 있던) 벽란도(碧瀾渡)이다. 벽란도는 예성강 하구 미라산(203m) 맞은편 지역 또는 주변 일대를 말하는데, 영어 ‘코리아’의 어원과 매우 관련성이 큰 곳이다. 벽란도는 고려 수도 개경(개성)과 가장 가까운 국제적인 예성강(례성강)의 무역항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부산항이나 인천항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이곳 벽란도에서 개성까지는 30리(12km)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이곳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강화 서쪽끝 마니산 아래에 있는 함허동천까지는 네비게이션으로 33km가 된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녘땅까지는 2.3km이고, 오른쪽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1.8km이다. 이런 이유로 얼마전 썰물 때 북한주민한 사람이 걸어서 탈북하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이곳 상류쪽 작은 섬에 홍수로 떠내려온 황소가 살고 있었으나, 먹이가 없어 삐적 말라가는 모습을 한국의 경계병들이 보고 소를 구출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 소는 제주로 가서 많은 새끼들을 낳았고, 이 새끼들은 현재 우도 등 여러곳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화제의 작은 섬은 ‘유도’ 이다.
다리가 놓여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교동도가 이곳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교동도에는 대룡시장과 개교 100년이 넘은 교동초등학교가 있으며, 모노레일로 올라갈 수 있는 화개정원과 화개정원내에 연산군 유배지 모형, 그리고 교동 향교 등이 있다..
2시간 정도 강화평화전망대를 답사하고 내려오던 중,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분을 우연히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 여자분에게 3층 전망대 모형 전시물에 '중립수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거), 이곳은 2층 전망대에서 소개하고 있 것과 같이, ‘공동이용수역’이기도 하다(2018년 9월 19일 남북공동합의에 의거)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이 여성분은 아내보고 내가 통일부에서 근무하냐고 질문을 한다. 이 말에 나와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요즘 통일부에서 전시 내용이나 해설과 관련한 내려온 지시가 있었냐고 물으니, 당신이 아는한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답변한다.
이 분은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는 양사면에 거주하는데, 우리 부부는 운이 참 좋은 시간에 왔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거의 한달간 북에서 방송한 금속성의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어제까지도 방송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대남방송을 잠시 중단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YTN 등 여러 방송국에서 또 기자들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나도 오늘 아침 KBS 1TV ‘남북의 창’에서 (9월 14일, 토) 이곳 송해면 주민이 북한의 금속성 대남 소음방송으로 잠을 못잤다는 인터뷰 내용을 들었는데, 이분도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중 언제 대남 방송이 있었냐고 물으니, 하루 24시간 내내 그리고 한달 여 동안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금속성 대남방송의 시간과 기간에 대해서는 좀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나 강화평화전망대 주변 양사면이나 송해면 등 접경지역에의 주민들의 피해가 무척 컸고 앞으로도 남한의 대북전단살포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접경지역의 피해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날 경우 대통령 등 국정 책임자 본인이나 아내 그리고 자식들이 전쟁에 참가하게 되면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나면 자신과 부인 그리고 자녀 등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되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대통령이 접경지역에 산다면 대북전단풍선을 날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대북전단을 날리지 못하게 하면 북한은 대남방송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이 있다. 정전 80여 년동안 전쟁이 나지 않았다고 하여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전쟁은 속전속결로 자신들이 승리한다는 착각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끝나는 전쟁은 매우 적다. 대부분 무고한 국민과 시민, 젊은이, 여성, 어린이들이 죽고 부상당할 뿐이다. 전쟁이 일어나도록 부추키는 사람 그리고 집단의 저의가 무엇인지 우리는 큰 관심을 갖고 이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차가 찌그러지고 불이 나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한 달여 동안 금속성 소음으로 잠을 못자는 것이 더욱 참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부분 언론은 이런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면 추석 명절에 북한의 풍선이 부양되었으니 조심하라는 정부 명의의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접경지역에 금속성의 소음을 보내 접경지역 주민이 잠을 설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현 정부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물론 타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대북정책, 통일정책으로 국민들을 무척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하겠다. “압도적 힘” 떠드는 윤 정부는 뉘른베르크 재판을 기억하라 [왜냐면] (hani.co.kr)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국민이 뭐가 잘못된 정책인지 비교적 잘 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정치인과 국민도 있다. 2024 추석 연휴 두 번째 날 마침 북한의 풍선과 관련된 기사가 오른 것을 보고 이 글을 쓴다. 기사 원문과 예성강 하구 벽란도에 대한 글도 첨부한다. 한반도 남북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한 2024 추석 명절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병호ㅣ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한국통일교육학회 부회장, 겨레하나 파주지회 고문.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 민주주의와 노동의 가치를 위한 연구 · 집필 · 시민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논문 "학교 통일교육과정 개선방안 탐색", "통일 교과 개설의 필요성 - 범교과학습주제로서 한계", 공저 "학교혁신의 지름길 교장제도 혁명" , "교육과정학 용어 대사전" 등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을 바라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본 연구소 Daum 카페 가입을 적극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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