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 그림가격 폭락
화랑들 "신상알리려"공개
미술품 값이 10년새 절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화랑협회(회장 임경식)가 최근 `한국미술시장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미술품 가격 폭락 현황' 에 따르면 미술계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91년에 비해 그림값은 30~50%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술품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 움직임을 앞두고 화랑의 실상을 알리는 과정에 화랑들 스스로 고육책으로 내놓은 자료이기도 하다.
화랑협회 허성 사무국장은 “화랑협회가 그림 값을 스스로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제불황으로 최악의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는 미술시장을 알리기 위해서” 라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미술품 종합 소득세 과세를 다시 한번 유예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정경제원, 문화관광부에 요청한 상태” 라고 말했다.
미술계에서 최고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의 경우 91년 호당 1억에서 5,000만원으로 내려 앉았다. 또 한국화의 경우 김기창은 호당 150만원에서 100만원, 노수현은 200만원에서 100만원, 박생광은 150만원에서 70만원, 변관식은 300만원에서 100만원, 이응노는 250만원에서 120만원, 천경자는 500만원에서 150만원, 허백련은 100만원에서 150만원, 이종상은 100만원에서 70맔? 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서양화의 호당 가치는 김환기 2,000만원에서 500만원, 도상봉 2,500만원에서 800만원, 권옥연 400만원에서 200만원, 김인승 300만원에서 100만원, 김형근 500만원에서 200만원, 박고석 700만원에서 300만원, 변종하 350만원에서 250만원, 오지호 800만원에서 350만원, 유영국은 800만원에서 300만원, 임직순 300만원에서 200만원, 최영림 500만원에서 200만원, 황염수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하락했다.
화랑협회는 그동안 그림값 공개를 금기시해 왔으며, 이번에 공개한 자료 역시 조사 대상 화랑이나 조사 기간을 실명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100% 신뢰할 만한 자료로는 보기 어렵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미술품을 부동산과 동일시하기에는 환금성도 떨어지고, 미술시장도 너무 낙후된 상태”라면서 “IMF사태 이후 미술품 시장은 최악의 상태로 미술품 종합소득세 과세는 미술시장의 음성거래만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투명한 거래를 위한 화랑들의 노력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의 미술품 종합소득세 과세 움직임은 10년전부터 시작됐다. 90년 12월 미술품 에 대한 양도 소득세가 처음 입법된후 95년 양도소득세에서 종합소득세 과세로 전환된 상태이나, 계속 유예기간이 허용돼 아직 한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입력시간 2000/10/04 17:52
미술품 값 10년새 반토막
국내 미술품시장이 작품가격 하락으로 지난 10년 사이에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한국화랑협회가 최근 서울 선재미술관에서 열린 「21세기, 한국미술시장의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관련 자료를 제시함에 따라 밝혀졌다.
화랑협회는 미술계가 활황을 누렸던 1991년 9월과 올해 9월의 미술품을 호당 가격으로 내놓은 한편 97년과 현재의 화랑 숫자도 비교했다.
유명작가의 호당 가격의 경우 138명의 작품이 비교대상이 됐다.
서양화에서는 호당 1억원을 호가하던 박수근·장욱진·이중섭의 작품이 절반인 5,000만원으로 모두 떨어졌으며 2,500만원과 2,000만원 하던 도상봉·김환기의 그림도 각각 800만원과 500만원으로 폭락했다.
오지호·김흥수의 작품 역시 800만원에서 350만원과 300만원으로 각각 추락했고, 윤중식·남관의 그림값도 500만원에서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으로 떨어졌다.
한국화도 하락폭이 크긴 마찬가지였다. 가장 값이 많이 나가던 천경자의 그림이 호당 5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폭락했으며 이상범의 작품 또한 4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변관식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3분의1이 떨어졌고, 노수현의 작품값도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화랑협회가 제시한 작가 중 작품값이 상승한 작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같은 불황을 반영하듯 화랑 숫자도 지난 3년 사이에 대폭 줄었다. 지난 97년 476개소에 달하던 전국 화랑숫자가 올해는 265개소로 감소한 것. 서울의 경우 290개소에서 115개소가 문을 닫아 175개소만 남았으며 지방도 186개소에서 절반 가량이 사라져 현재는 90개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고미술품은 940개소에서 870개소로 70개소가 감소해 화랑보다는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화랑협회는 미술품시장의 하강국면이 92년에 시작돼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하고 하락 이유로 전반적 구매력 저조 미술품의 환금성 상실 등을 꼽았다.
협회는 특히 90년 입법된 「서화 및 골동품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가 구매의욕의 위축을 가져오는 결과를 빚었다며 이의 재검토 요청 탄원서를 지난 8월말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보냈다. 재경부는 그동안 미뤄온 미술품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를 내년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