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을 오늘을 생각합니다. 진즉 내야 할, 꼼춰 둔 당비를 이제야 냅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작년에도 특별당비 500만 원을 냈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500만 원은 <비교섭단체 연구용역과제>에 채택되어 정말 운 좋게 기회를 잡은 것이기에 11년 전 오늘의 약속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아내와 둘이서 소박한 가게를 열고 있는 저의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닙니다. 매달 공과금마저 조금씩 밀려 늘 심장 터질 듯한 압박을 받고 살다가 요행스럽게 이번 달은 한 방에 해결했으니, 여유라면 여유겠지요. ㅋ
11년 전 아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봅니다.
물가도 많이 올랐고 당시 1년을 넘어서던 하수관거 투쟁은 12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만약 당 혁신에 실패하면 아무것도 안 하기로 약속했지만, 여지껏 지역위원장 등 당직을 맡음으로써,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ㅋㅋ
또 그동안 희망으로 부풀었던 당은 몰락하였습니다. 어쩌면 정의당의 꿈은 진보정의당에서 <도로 정의당>을 선택했던 '2013년 7월 21일' 멈춰 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실패했지만, 혁신을 갈망했던 49.19% 당원들의 열망은 2015년 3월 22일 정의당 3차 당대회에서 <신강령> 제정을 이끌어냈고 소극적이지만, 사회민주주의가 강령에 포함되는 성과를 성취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외면한 결과, 오늘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프롤레타리아 독재(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모진 가난과 모진 배고픔으로 점철된 소년공의 한(恨)은 '당위'이자, '운동의 동력'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합법적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입당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체제를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자본이 내놓은 잉여(복지)가 궁극적으로 기층 인민의 투쟁 의지만 갉아 먹는다 여겨 사회민주주의를 거부하다, 5‧12 폭력 사태와 또다시 분당과 창당을 겪으면서 수개월 동안 칩거하면서 고민 끝에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 모델, '사회민주주의'를 받아들였고 사민당 창당에 뛰어들었습니다.
<가자 사민당> 리더였던 저는 직설적으로 '사회민주당'을 희망했고 같은 시기, 고 노회찬 대표는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자격으로 '사회민주노동당(약칭 사민당)' 당명개정안을 제안하면서,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 평화주의, 땀의 정의를 실현하는 경제민주주의와 노동대중을 기반으로 한 노동정치 등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모델, 정당정책을 가치와 정체성으로 집약하는 당명"이라 하였습니다.
열흘 뒤면 노회찬 6주기입니다.
우리는 노회찬의 이름만 차용할 뿐, 노회찬 정신(사민주의) 없는 6주기를 맞이합니다. 우리 당내에 마르크스 레닌주의 또는 북한을 우리 사회의 미래체제로 인식하는 당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다름의 차이는 마땅히 인정되어야 하고 저 자신 또한 숱하게 갈등하고 고민하였던 것처럼 새로운 가치를 수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이 소멸된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강령에 적힌 '사회민주주의의 한계'가 2015년 3월 정의당 신강령의 '사회민주주의의 성과'로 바뀌는 데 15년, 2013년 혁신당대회 실패를 경험하는데 11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오늘의 실패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길고 길었던 당직을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저의 남은 생이 다하는 날까지 평당원으로서 당의 혁신을 응원하겠습니다. 30억이라는 당의 부채를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나마 11년 동안 아껴 둔 특별당비를 납부합니다.
최소한 빚은 없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나머지 당과 인민을 향한 저의 마음은 아내인 변미정 당원의 11년 전 마음으로 대신합니다.
특별당비 100만원을 약속하면서!~~ Evita(Eva Peron)
2013-07-13 17:04:33 조회수 5935 댓글41 http://www.justice21.org/1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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