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연의 『코스모스』
어룽어룽 분홍비 사분사분 하양비
호젓한 길 모롱이 서늘한 목덜미에
가려나 하마 가려나 꽤 오는 가을비
【주제】 코스모스를 통한 가을 서정
【감상】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자태를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코스모스는 가을날 들녘과 길가를 채워 피는 꽃으로 한들거리는 분홍 꽃 하얀 꽃을 피워 가을 서정을 돋운다. 그런 꽃을 빗방울의 모습으로 환치하여 매우 청각적이고 시각적인 의태어를 사용하여 신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표현한 면이 특히 눈에 띈다. '어룽어룽'과 분홍빛, '사분사분'과 하얀빛의 어우러짐, '호젓한' '서늘한'과 같은 수식어가 가을 감성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코스모스의 애잔한 모습을 "가려나 하마 가려나"고 표현하는 감각이 매우 돋보이는 시조이다.
김일연(金一鳶 1955∼)은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가 되었다가 대구 매일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1980년 《시조문학》지 천료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저 혼자 꽃 필 때에』 『달집 태우기』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꽃벼랑』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너와 보낸 봄날』 『세상의 모든 딸들 ALL THE DAUGHTERS OF THE EARTH』 『깨끗한 절정』 『먼 사랑』이 있고, 동화집으로 『하늘 발자국』이 있다. 그동안 한국시조작품상, 이영도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오늘의 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한국단시조작품상을 수상했고,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회 운영위원, 국제시조협회 이사, 《시조튜브》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