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 뒤편 깊숙한 골목에 있는 쇳대 박물관 외관. 철제 건물은 건축가 송효상씨의 작품이고 '쇳대' 글씨는 법정스님이 썼다.
<ⓒ 최병요>
여인의 마음도 열 수 있다면....
쇳대는 열쇠의 옛말이다. 그러니까 쇳대 박물관은 열쇠박물관이란 뜻이다. 쇳대 박물관에는 동서고금의 열쇠가 다 모여 있다. 물론 역사도 함께 묻어있다. 대략 5천여 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자물쇠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자물통과 열쇠(쇳대)로 나뉜다. 잠긴 자물통은 거기에 꼭 맞는 쇳대가 아니면 열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꽉 잠근 자물통도 쇳대만 있으면 쉽게 열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자물통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만능자물쇠는 없을까. 없다. 그래서 쇳대는 고래로부터 대접받으며 발전해왔다. 만일 그런 걸 얻을 수 있다면 마음에 둔 여인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열 수 없는 것을 열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열쇠가 아닐 것이다.
동서고금의 각종 자물쇠 5천여 점을 수장하고 있다.
5,000여 점 보관 전시, 희귀품에 눈길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위치한 쇳대 박물관은 1980년대 논현동에서 '최가 철물점'을 운영하던 최홍규씨가 30여 년 동안 수집해온 자물쇠와 열쇠들을 모아 2003년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수장하고 있는 5천여 점의 자물쇠(기증품 300점 포함)는 그가 19세 때부터 수집한 것이다.
그 가운데는 1억 원 넘게 평가되는 희귀품도 있다는 김미현 학예사의 설명이다. 상평통보를 커다란 원형으로 잇대어 만든 부채모양의 열쇠패(혼인선물로 쓰인 열쇠고리. 진품명품에서 8천 만 원으로 평가받음), 중세 유럽에서 사용됐던 노예목걸이, 고려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 용두형 자물쇠(가격산정 불가라는 설명, ) 등이 눈길을 끈다.
부채형 상평 열쇠패
노예 목걸이
금동용두형자물쇠
자유자재의 물성을 가진 철의 매력이 모여 있는 곳
최홍규 관장은 1989년에 자신의 성을 따 논현동에 '최가 철물점'이라는 가게를 세워 운영하면서 철물과 친해졌고 ‘철의 물리’를 깨쳤다. 철공예 명인인 그는 철 디자이너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한다.
“우리 쇳대에는 민초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삶에 누적된 풍속이 다양한 문양으로 반영되면서 발전해 왔지요. 열쇠라는 말에는 소통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전시관 한쪽에서 아리송한 것을 발견했다. 정조대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중세 유럽에서 십자군 원정대가 길을 떠나며 아내에게 채웠다는,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정조보호대다. 이런 것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도 궁금하거니와 수개월, 수년을 기다려야 했던 당시 여인네들의 마음속이 더 궁금하다. 정조대 제조 기술자는 정조대에 맞는 열쇠를 여벌로 만들어 두었다가 정조대를 착용한 여성에게 더 비싸게 팔았다고도 전해진다.
중세 유럽에서 사용되던 정조대 세 종류
2009년 유럽을 여행하던 지인이 독일의 뒷골목 골동품상에서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달라는 대로 가격을 치르고서 들여와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설명이다. 박물관의 최고 희귀품으로 평가받는다.
쇳대는 소통의 도구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자물쇠는 무언가 간직하고 또 감추고 싶었던 욕구에서 비롯됐겠지만 차츰 장식용, 기념용, 주술용, 노리개용으로 그 범위를 넓혀왔다. 그래서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고 소재도 용도에 따라 변천해왔다. 자물쇠와 쇳대는 간직하고 감추려는 것보다 더 큰 비중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문제의 중심에 있고자 하는, 핵심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물이라는 점이다. ‘그가 열쇠를 쥐고 있다’라는 표현에서 열쇠가 얽히고 설킨 난제를 해결해내는 지혜로서 대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시집온 며느리가 아들을 셋쯤 낳으면 시어머니가 곳간의 열쇠를 건넨다. 이는 단순히 가재권(家財權)의 이양이 아니라 집안의 안주인임을 인정해주는 묵언의 절차인 것이다.
최홍규 관장은 “자물쇠와 열쇠는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소통의 도구”라고 설명한다.
최근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독집음반을 기존의 CD대신 USB형태로 발매했다. 5곡을 담은 USB의 가격은 기존 CD의 두 배쯤 되는 3만원이다. 문제는 이 USB에 신곡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음원에 접속할 수 있는 암호만 들어있었던 것. 즉 이 USB가 온라인으로 음원에 접속할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드디어 USB열쇠가 등장한 것이다.
열쇠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 용도를 확대해가면서 갖가지 형태로 변천해갈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일까? 미래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그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쇳대 박물관이라는 기자의 취재결과다.
서울시 종로구 이화장길 100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관람료는 3,000원
문의 02-766-6494~
최병요 시니어 기자
*예전에 등재했던 내용인데 전체기사에서 검색되지 않아 다시 올렸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아~ 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와~
쇳대박물관의 취재기/ 놀랍습니다,
열쇠) 잠긴문을 여는 기능을 넘어~인간간의 소통의 의미! 오늘날 USB 열쇠등장까지~/
그보다 "여인의 마음도 열수았다면"?
이 대목에서...
사랑 철학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쇳대 박물관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니 놀랍습니다.
'쇳대' 요즘은 잘 들을수가 없는데
새삼 일깨워 주셔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쇳대 박물관 정말 이색적인 이름이네요. 자물쇠가 오천 점이나 있다고 하니 상상도 어렵네요.
유럽의 정조대 보호라는 이름에서 보면 좋은 뜻 같지만 불편함을 생각하면 가옥 하다는 생각도 들어 놀랍습니다. 노예의 목 걸리 열쇠는 또 뭔가요 참 생각하게 되는 이름이네요.
서정선생님 덕분에 이 세상에서 희귀 물건을 알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잘보고 갑니다 ^^♡~
쇳대박물관을 통해
기증자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순간~~
문화 유산을 보존 전해 질 수 있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