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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신나는 결혼식 위소보는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정 공자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니 약간 쓴맛을 봐야만 도움이 된다고 했소. 더군다나 혼례를 올리는 것은 쓴맛을 보는 일도 아니고 정 공자는 십중팔구 매우 흐뭇하게 여길 것이외다. 그렇지 않고 서야 어찌 어젯밤 그가 그 소저를 찾아가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했겠느 냔 말이외다] 아가는 발을 구르며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야말로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하는 사람이지] 이날 아가는 길을 가면서 일부러 일을 만들어 걸음을 지체했다. 점심을 먹게 되었을 때 노새의 뒷발굽에다가 가볍게 칼질을 해서 노새 가 절룩거리며 매우 느리게 가도록 만들었다. 오후에 겨우 십여 리를 가서 어느 고을에서 투숙하게 되었다. 위소보는 그녀가 밤중에 달려가 정극상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저녁밥을 먹은 후 객점의 사람들이 잠이 들었을 때 그는 마굿간으로 가 서 풀더미 위에 쓰러져 잠을 청했다. 과연 초경이 되지 못해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한 검은 그림자가 마굿 간으로 들어와 말을 끌어내려고 했다. 위소보는 나직이 부르짖있다. [도둑이야!] 그 사람은 바로 아가였다. 깜짝 놀란 그녀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으나 곧 위소보의 음성인 것 을 알아 듣고 물었다. [소보, 그대인가요?] 위소보는 웃었다. [물론 나외다.] 아가는 말했다. [그대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점을 쳐 보았는데 오늘밤 누군가 말을 훔치려는 줄을 알고 이곳 에서 도적을 잡으려고 지키고 있는 중이오.] 아가는 쳇, 하고 혀를 차더니 사정했다. [소보, 그대는 나와 함께 가서... 그를 구하도록 해요.] 위소보는 그녀가 부드러운 말로 부탁을 해 오자 그만 뼈마디까지 녹는 것 같아서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를 구해 낸다면 무슨 상을 주겠소?] 아가는 말했다. [그대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모두 다...] 본래 그녀는 그대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모두 다 들어 주겠다고 말하려 고 했다. 그러나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나이 어린 꼬마는 틀림없이 나보고 자기에게 시집을 오라고 할 것 이다. 그것이야 응할 수 없는 노릇이지.) 그리하여 한 마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즉시 말을 바꾸었다. [그대는.. 그대는 언제나 방법을 강구해서 나를 못살게 굴려고 할 뿐이 지 한 번도 진심으로 나를 도와준 적이 없어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 그녀가 흐느끼는 것은 거짓이 아 니었다. 그러나 속으로 슬퍼하고 있는 것은 정극상이 경박하다는 것과 지금 그가 함정에 빠져서 정말 혼례를 올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었지 위소보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었다. 위소보는 그녀가 그와 같이 울음을 터뜨리자 그만 마음이 누그러져 한 숨을 내쉬었다. [좋소, 좋아. 내 그대와 함께 가도록 하지.] 아가는 크게 기뻐서 흐느끼며 말했다. [정.. 정말 고마워요.] 위소보는 말했다. [고마워할 것까지는 없소. 그런데 고로장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알 수 가 없군.] 아가는 어리둥절해졌으나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고로장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말을 빙글 돌려서 정극상을 욕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우리,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찾아보도록 해요.] 두 사람은 살그머니 객점 뒷문을 열고 말을 끌어내어 나란히 말을 몰아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려갔다. 위소보는 말했다. [도대체 정 공자의 무엇이 좋아 그대는 그토록 그를 좋아하는 것이오?] 아가는 말했다. [누가 그를 좋아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서로 알고 지내는 터 에 그가 위급함을 당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구해 주어야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그 누가 나를 잡아서 혼례를 올리게 된다면 그대는 나를 구할 것 이오?] 아가는 훗, 하고 웃었다. [꽤 잘난 척하시는군요. 누가 그대를 잡아 혼례를 올리려 하겠어요?] DNL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가 볼 때는 내가 눈에 거슬리는지 모르지만, 어떤 소저는 나를 꽤 잘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소?] 아가는 웃었다. [그렇다면 천지신명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자 꾸만 죽은 귀신처럼 나를 붙들고 늘어질 테니까 말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대가 이토록 양심이 없는 사람인 줄 몰랐소. 만약 누가 그대 를 잡아서 혼례를 올리려 한다면 나는 그대를 구하지 않겠소.] 아가는 속으로 약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그와 같은 일 에 부딪히게 된다면 반드시 위소보가 구해주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직이 한숨 쉬듯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달려와 나를 구하려 할 거예요.] 위소보는 물었다. [그건 어째서요?] 아가는 말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못살게 구는데 그대는 결코 구경만 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 그대는 바로 나의 사제가 아니겠어요?] 그 한마디의 말은 위소보가 들을 때 여간 달콤하지 않았다.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낮에 목왕부 군웅들과 만난 지점에 이르렀다. 길가에 십여 명이 앉아 있고 손에는 등롱을 들고 있었는데 바로 정 공 자의 시종들이었다. 아가는 급히 말을 멈추고 물었다. [정 공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시종들은 몸을 일으켰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저쪽 사당에 있어요.] 그는 서북쪽 한 모퉁이를 가리켰다. 아가는 물었다. [사당? 거기서 무엇하죠?] 그 시종은 말했다. [그 시골 사람들은 공자를 데리고 가서는 억지로 혼례를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공자가 싫다고 하자 그들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는데 흉악 하기 이를 데 없군요.] 아가는 노해 말했다. [그대들은.. 흥, 그대들은 모두 고수인데 어쩨서 몇 명밖에 안되는 시 골뜨기들도 이기지 못하는 거예요?] 시종들은 매우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이 말했다. [그 시골 사람들은 모두 무공을 지니고 있었소이다.] 아가는 노해 말했다. [상대방에게 무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들은 주인을 구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우리 둘이 가서 사람을 구할 터이니 그대들이 앞장을 서요.] 한 나이 많은 시종이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다시 와서 잔소리를 하면 우리를 모조리 잡아 죽이겠다 고 했소이다.] 아가는 말했다. [죽였으면 죽였지 뭐가 두려워요? 연평군왕께서는 그대들에게 공자를 보호하도록 하셨는데 그대들은 이토록 삶을 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다 니.] 시종들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소저께서 그들에게 발각되 지 않도록 말을 타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아가는 흥,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위소보와 함께 말에서 내려 말을 길 가 나무에 매었다. 시종들은 등롱을 들고서는 두 사람을 데리고 서북쪽으로 걸어갔다. 일 마장쯤 가자 숲을 가로지르게 되었고 이윽고 칠팔 칸이나 되는 커다란 집 앞에 이르게 되었다. 그 집안에서는 징소리, 북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아가는 속으로 초조해져서 생각했다. (그는 정말 혼례를 올리는 것일까?) 그녀는 위소보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기고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그 리고는 돌아서 집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한쪽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어두컴컴하니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은 재빨리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징소리, 북소리가 들려오는 대청 쪽으로 가서는 몸을 웅크리고 창 틈으로 안을 살폈다. 대청 안의 정경을 보자 아가는 대뜸 크게 초조해졌고 위소보는매우 흐 뭇하게 여겼다. 정극상의 머리 위에는 몇 송이의 붉은 꽃이 꽂혀 있었는데 머리에 붉은 수건을 두른 여자와 마주 서 있었다. 대청에는 휘황찬란하게 많은 촛불들이 켜져 있었고, 몇 명의 시골 사람 들이 징을 치고 북을 치며 떠들어댔다. 오립신은 부르짖었다. [다시 절을 올리시오. 다시 절을 올리시오.] 정극상은 말했다. [천지신명에게도 절을 했거늘 또 무슨 절을 한단 말이오?] 아가는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기절을 할 뻔했다. 오립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이곳의 규칙은 신랑이 신부에게 잇따라 백 번의 절을 해야 하오. 그대는 이제 겨우 삼십 번밖에 하지 않았으니 아직도 칠십 번은 더 큰 절을 해야 하오.] 오표가 발을 들어서 정극상의 엉덩이를 찼다. 정극상은 그대로 서 있지 를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오표는 그의 머리를 내리누르며 호통을 내질 렀다. [너는 오늘 신랑이 되는 날인데 큰절을 몇 번 더 하기로서니 무슨 상관 이 있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그들이 시간을 늦추며 자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멋진 구경거리는 한 평생 몇 번 볼까 말까한 터이라 좀더 두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삐 사람을 구하려 들지를 않았다. 그러나 아가는 참을 수 없다 는 듯 쿵, 하니 발길로 기다란 창문을 차서 열어젖히고는 손에 칼을 들 고 뛰어들어가며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그를 놓아줘요. 그렇지 않을 때는 이 소저가 차례로 그대들을 모 조리 죽이겠어요.] 오립신은 웃으며 말했다. [소저, 그대는 국수를 먹으러 온 사람인데 어쩨서 칼과 창을 함부로 휘 두른단 말이오?] 아가는 한 걸음 다가서며 칼을 휘둘러서는 오표를 내려치려고 했다. 그 녀는 분노하고 다급한 김이라 칼을 쓰는 기세가 매우 날카로웠다. 오표 는 급히 옆으로 피하더니 등 뒤의 기다란 걸상을 들어서는 막았다. 아 가는 내력이 없었으나 무공의 초식은 퍽이나 정묘하고 기이했다. 오표는 기다란 걸상이 손에 잘 맞지 않은 관계로 그녀의 공세에 밀려 연신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오립신은 웃었다. [허, 꽤 대단하시군.] 그는 손을 뻗쳐 그녀의 공세를 가로챘다. 그의 무공은 오표보다 훨씬 고강했다. 그는 맨손으로 그녀의 칼날 사이를 이리저리 뒤집고 공격했다. 정극상은 몸을 날려서는 아가를 도우려고 했는데 그 순간 등줄기를 그 누구에게 퍽, 퍽, 하니 두 대를 얻어맞고는 그만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 았다. 아가는 칠팔 초를 싸웠으나 도저히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부르짖었다. [사제, 사제, 빨리 와요!] 이때 위소보는 창 밖에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대단하시군. 내가 당신들과 사생결단을 내겠다.] 그런데 다시 창문 쪽에서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마도 위소보 역시 다른 사람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립신은 위소보가 도착한 것을 보고는 재빨리 눈짓을 하며 호통을 내 질렀다. [게 누구인가?] 두 명의 제자가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는 무기를 들어 아가의 유엽도 를 가로막았다. 오립신은 즉시 대청 밖으로 달려갔다. 그러고 보니 위소보 혼자서 기다 란 창문을 발길질로 퍽, 퍽, 차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지 그 누구와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오립신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으나 참고 부르짖었다. [모두 손을 멈추게. 이 어린애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지?]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우리 사저는 나보고 사람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했소. 당신네들은 빨 리 사람을 내놓으시오. 어이쿠, 야단났구나. 이 시골 늙은이는 무공이 뛰어나다!] 입으로 큰소리를 부르짖으면서 그는 문 밖으로 달려갔다. 오립신은 웃 으면서 뒤를 쫓아갔다. 사당 밖에 이르렀을 때 위소보는 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 정말 고맙구려. 이 일은 정말 재미있게 처리했군요.] 오립신은 웃었다. [그 소저가 바로 형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인가? 정말 무공이 훌륭 하고 인품 역시.. 역시 흐흐흐, 그럴싸하군.] 그의 성격은 거칠면서도 호방한 터였다. 아가의 용모가 지극히 아름다웠으나 그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정묘한 초식에 대해서는 퍽이나 탄복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녀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저 그 냄새나는 녀석에 게만 시집을 가려고 하지 나에게는 시집오려고 하지 않아요. 둘째 형과 여러 사람들이 그 냄새나는 녀석을 시골 소저와 혼례를 올리도록 강요 했으니 이제 그녀와 내가 혼례를 올리도록...]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둘쩨 형, 도와주시는 김에 끝까지 도와주시구려. 내가 짐짓 둘째 형에 게 잡히는 척할 터이니 둘쩨 형은 다시 그 소저를 붙잡아서는 나에게 강요하여 혼례를 올리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오립신은 소리 내어 껄껄 웃더니 불현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재빨리 말 했다. [매우 좋네. 매우 좋아. 형제, 형제는 너무 개의치 말게. 내가 고개를 가로젖는 것은 완전히 버릇이 되있다네. 하지만...하지만....] 거기까지 말하더니 그는 약간 망설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하지만 어떻다는 것입니까?] 오립신은 말했다. [우리는 협의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니 장난을 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형제, 쓸데없는 의심은 하지 말게. 이 형 된 사람은 솔직이 말하는데 그 꽃을 탐하거나 색을 밝히는 음계 (淫戒)는 결코 범할 수가 없는 일이네.] 위소보는 말했다. [그야 물론이죠. 그녀는 저의 사저입니다. 저와 혼례를 올리게 된 이후 에는 바로 정식으로 맞아들인 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둘쩨 형! 둘째 형 은 중신애비입니다. 그러니 혼례를 올리는 것이 바로 정식으로 처를 맞 아들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꽃을 꺾거나 오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 꽃을 탐하고 호색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오립신은 말했다. [맞았네. 맞았어. 형제는 나에게 약속을 해주게. 그 소저에 대해서 협 의에 어긋나는...나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백이십 번이라도 안심하시오. 사내대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 하지 않습니까?] 오립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원래 그대가 갱쟁한 영웅호걸임을 알고 있네. 저 소저가 그대에 게 시집을 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복이지.] 위소보는 미소했다. [둘째 형은 중신애비이니 술은 언제든지 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립신을 웃었다. [정말 좋아. 형제, 나는 손을 쓰겠네.] 위소보는 손을 뒤로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 [겸손해 할 것 없습니다.] 오립신은 왼손으로 그의 두 손목을 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것 봐라! 네가 어디로 도망을 치겠느냐?] 그는 위소보를 대청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때 아가는 손에 들린 유엽도가 이미 쩽그랑, 하고 땅바닥에 떨어졌고 세 개의 무기가 그녀의 앞가슴 쪽과 등쪽을 겨누고 있는 형편이었다. 오표는 그녀를 제압하기는 했으나 그녀가 위소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는 것을 알고 조금도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립신은 허리띠를 풀어 위소보의 두 손을 묶고서는 그를 밀어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아가 역시 묶었다. 위소보는 끊임없이 크게 욕을 했다. 오립신은 호통을 내질렀다. [이 꼬마야! 다시 욕을 하면 너의 눈알을 뽑아 낼 테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굳이 욕을 하겠다. 이 좀도적아!] 아가는 나직이 말했다. [사제, 욕을 하지 말아요. 눈 앞에서 당장 손해볼 필요는 없어요.] 위소보는 그제서야 입을 다물었다. 오립신은 말했다. [소저는 역시 도리를 아는 사람이구려. 인품도 그럴싸하고 말이오. 매 우 좋소, 좋아. 나에게 형제 한 사람이 있는데 아직 처를 맞아 들이지 않았소. 오늘 그대를 맞아 나의 제수씨로 삼아야겠군.] 아가는 깜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안 돼요. 안 돼요.] 오립신은 노해 부르짖었다. [안 되기는 뭐가 안 되오? 커다란 처녀는 언젠가는 시집을 가야할 몸이 지 않소? 나의 이 형제로 말하면 영웅호걸이라서 결코 그대를 욕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런데 어째서 마다하는 것이오? 정말 분수를 모 르는군. 풍악을 울리도록 해라!] 오표 등은 징과 북을 들어 치기 시작했다. 광! 쾅! 동동!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매우 신이 나는 장면이었다. 아가는 한평생 이때처럼 놀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이 시골뜨기가 이토록 거칠고 더러운 것을 보면 그의 동 생 역시 좋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만약 그녀 자신이 이와 같은 시골뜨기에게 몸을 빼앗기게 된다면 설사 자결을 한다 하더라도 때 늦 은 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녀는 이빨로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폼이 놀라 말도 나오지 않는 모 양이었다. 오립신은 그 모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매우 좋아. 그대는 응낙을 했군.] 그는 오른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풍악소리가 멈추었다. 아가는 부르짖 었다. [아니에요. 나는 응낙하지 않았어요. 당신들은 빨리 나를 죽여주세요.] 오립신은 말했다. [좋소. 내 이제 그대를 죽이도록 하지. 그대의 사제도 함께 죽이겠소.] 그는 오표의 손에서 강철 칼을 받아들고 높이 쳐들었다. 아가는 울부짖었다. [그대는 빨리 죽여요. 죽이지 않는다면 호걸이 아니에요. 그대는...그 대는 빨리 나의 사제를 죽이도록 해요. 먼저..먼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어요.] 오립신은 위소보를 한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이 소저가 그대에 대해서 이토록 매정하고 의리도 지키지 않는데 왜 하필 그대는 그녀를 취하려고 하지?) 위소보 역시 배신감이 들어서 욕을 하고 있었다. (냄새나는 계집 같으니라구. 어째서 먼저 나를 죽이라고 하는 것이지?) 오립신은 노해 부르짖었다. [나는 오히려 그대의 사제를 죽이지 않겠소. 아구, 이 못난 녀석을 끌 어 내서 목을 쳐라!] 그는 정극상을 손가락질했다. 오표는 대답했다. [예.] 그는 정극상을 끌어당겼다. 아가는 놀라 부르짖었다. [아니에요. 그를 해치지 말아요. 그는.. 그는 죽일 수 없는 사람이에 요. 그의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는...] 오립신은 말했다. [그렇다면 그만두지. 그대는 나의 제수씨가 되겠소, 안 되겠소?] 아가는 울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대는..그대는 나를 죽이는 것이 좋겠어요.] 오립신은 강철 칼을 던지고서는 말 채찍을 들어올려 호통을 내질렀다. [내 그대를 죽이지 않고 채찍으로 백 번을 때려 주겠소.] 그는 속으로 노기가 끓어올라 일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채찍을 허공으로 들어올리고 철썩, 하는 소리가 나도록 만든 이후 그녀의 몸을 후려치려고 했다. 위소보가 부르짖었다. [잠깐!] 오립신은 즉시 채찍을 허공에 들어올린 채 내려치지 않고 물었다. [왜 그러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들은 영웅호걸로서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이오. 나의 사저로 말하 면 그야말로 친형제와 다름없으니 그 백 대의 채찍으로 나를 때려 주도 록 하시오.] 아가는 오립신이 매섭게 채찍을 들고 후려치려고 하는 양을 보고 이미 놀라 당황하고 말았다. 이때 위소보가 하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사제, 그대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위소보는 오립신에게 말했다. [이것 보시오, 노형. 무슨 일이든지 내가 앞서서 책임을 지겠소. 이것 이야말로 대장부가 어떤 위험이나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서는 것 이 아니겠소? 그대는 그녀에게 그대의 형제에게 시집을 가라고 할 필요 가 없소. 그대에게 무슨 누님이나 누이가 있어 시집을 못 보내고 있다 면 나와 혼례를 올리도록 해주시오. 이 정 공자가 이미 한 사람을 맞아 들였고 내가 다시 한 사람을 맞아들이게 된다면 두 처녀를 시집보내 주 는 셈이니 그만하면 되지 않겠소? 설사 또 있다면 함께 나에게 시집을 보내도록 하시오. 나는 깨진 그릇 조각 같고 몹쓸 무쇠 조각과 같은 색 시라도 모조리 거두어 들이겠소...] 그가 거기까지 말을 하자 오립신 등은 하나같이 껄껄 소리 내어 웃었 다. 아가 역시 참을 수 없어 웃었으나 자기 자신이 이토록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오립신은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정말 멋지게 노는구나. 정말 사내다운 데가 있어. 나는 본 래 너희들을 놓아 주려고 했었는데 너의 몇 마디의 빈 말에 놀라 자빠 지게 된다면 내가 너무 물렁한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혼례를 올리는 것은 반드시 거행해야 한다. 도대체 네가 혼례를 올리겠느냐, 아니면 그녀로 하여금 혼례를 올리게 하겠느냐?] 아가는 급히 빠져나오고 싶어서 재빨리 말했다. [그예요. 그예요.] 오립신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한참 동안 옹시하다가 큰소리로 물었 다. [그대는 그로 하여금 혼례를 올리도록 하라는 것이냐?] 아가는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오립신은 말했다. [좋아.] 그는 손가락으로 위소보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말했다. [오늘 네 녀석은 반드시 혼례를 올려야 하겠다.] 위소보는 아가를 바라보았다. [나는.. 나는..] 아가는 나직이 말했다. [사제, 그대가 오늘 나를 위급함에서 구해 준다면 나는 영원히 잊지 않 을 거예요. 그대는 응낙하세요.] 위소보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대는 나보고 혼례를 올리라고 하는 것이오? 아, 그대도 알다시피 이 것은 매우 난처한 노릇이외다.] 아가는 나직이 말했다. [나는 알고 있어요. 그대가 오늘 나를 크게 도와 주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머리를 부딪쳐 죽을 수밖에 없어요. 나는.. 어쩔 수가 없어서 그 저 그대에게 부탁을 드리는 거예요. 그들.. 그들은 매우 흉악한 자들이 에요.]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사저, 오늘 그대가 입을 열어서 부탁한 것이고 이 위소보는 그저 억지 로 어려운 일을 받아들이는 셈치고 그대에게 응낙하는 것이오. 그러니 그대가 나에게 혼례를 올려 달라고 말한 것이지 내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오. 그렇지 않소?] 아가는 말했다. [예, 그래요. 내가 부탁한 것이에요. 그대는 영응호걸이고 사내대장부 이니 썩 앞으로 나서서 남의 다급함을 구해 주는 것이 당연해요. 또... 또 그대는 저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이 아니에요?] 위소보는 길게 탄식을 했다. [사저, 내 그대에 대한 마음을 그대는 이제야 알아차렸군요. 그대가 어 떤 일을 나에게 하라고 하든 나는 단번에 응낙하겠으며 눈썹 하나 찡그 리지 않겠소이다. 그대가 나에게 혼례를 올리라고 한다면 물론 응낙하 겠소.] 아가는 말했다. [나는 그대가 나에게 잘 대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후... 이후 나 역시 그대에게 잘 대해 줄 거예요.] 오립신은 말했다. [바로 그렇게 하도록 하지. 소형제, 나에게는 그대에게 시집보낼만한 누이가 없다네. 그리고 딸은 겨우 세 살뿐이니 안 된단 말일세. 이봐! 그대들 가운데 누구든지 자매가 있는 사람은 빨리 와서는 이 소영웅과 혼례를 올리도록 하라구.] 오표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없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소영웅의 의리는 하늘을 찌를 것같군요. 만약 제가 그와 처남매부 지간이 된다면 그야말로 운수대통이겠으나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형제만 있을 뿐 자매가 없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저의 누님은 이미 시집을 가서는 여덟 명의 아이를 낳았답니다. 소영 웅, 그대가 만약 기다릴 수 있다면 나의 매부가 죽은 이후에 우리 누님 으로 하여금 그대에게 개가를 하도록 하겠소이다.] 오립신은 말했다. [기다릴 수 없네. 지금 바로 혼례를 올릴 수 있었야만 하는데 그 아무 도 없는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하나같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여기는 듯 애석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 했다.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여러 친구들, 내가 마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자매가 없지 않 소? 그러니 우리들을 놓아 주시구려.] 오립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되네. 사내대장부가 일언을 내뱉는다면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라 도 뒤쫓아갈 수 없다네. 오늘 반드시 혼례를 올려야 하네. 그렇지 않을 때는 살신태세(煞神大歲)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서 이곳의 모든 사람들 이 하나 같이 비명에 죽음을 당할 것이니 이와 같은 장난을 칠 수가 없 는 것일세. 좋아, 그대는 바로 그녀와 혼례를 올리도록 하게.] 그는 아가를 손가락질했다. 아가와 위소보는 동시에 부르짖었다. [안 돼요. 좋지 않소이다.] 오립신은 노해 부르짖었다. [뭐가 안 된다는 것이며 좋지 않다는 것인가? 소저, 그대는 나의 형제 와 흔례를 올리겠는가, 아니면 이 소영웅과 혼례를 올리겠는가? 그대 스스로 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하시오.] 아가는 아름다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다 싫어요!] 오립신은 노해 부르짖었다. [이제 와서도 여전히 이러쿵저러쿵하며 거절을 하다니. 시간이 다 되었 소. 이와 같은 좋은 시간을 놓치게 된다면 흉신이 강림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 살아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없소이다. 이봐, 아삼, 아구, 이 두 어린 사람들은 혼례를 올리려고 하지 않으니 그들의 코를 모두 잘라 내도록 하게.] 오표와 한 명의 사내가 일제히 대답하고는 강철 칼을 쳐들었다. 그리고는 그 칼등을 아가의 코에 대고 몇 번 문질렀다. 아가는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으나 코를 잘리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지극히 흉칙하게 되는 것이라 그만 놀라 얼굴의 핏기가 싹 가셔지고 말 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사저의 코를 자르지 말고 내 것을 자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오립신은 말했다. [두 사람의 코를 잘라 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는데 그대 것이라면 하나뿐이지 않는가? 이봐, 정가. 그대의 코를 잘라 이 소저의 것을 대 신하도록 하지, 좋은가?] 아가는 눈을 들어 정극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초리에는 애걸하는 빚이 서려 있었다. 정극상은 고개를 돌리고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으나 고개를 가로저 었다. 오립신은 말했다. [그 녀석은 응하지 않는데 그대의 사제는 응하려 하는군. 흐흐, 그대의 사제야말로 그대에 대해서 너무나 잘 대해 주는군. 이런 사람에게 시집 을 가지 않고 누구에게 시집을 가겠단 말인가? 자, 혼례를 올리도록 하 고 풍악을 울려라!] 징소리와 북소리가 이는 가운데 오표가 다가서서는 가짜 신부의 머리 위에 덮힌 붉은 수건을 들어서는 아가의 머리에 덮어 씌우고는 그녀의 묶인 손을 풀어 주었다. 아가는 대뜸 주먹질을 내질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주먹은 오표 의 가슴팍에 적중되었으나 다행히 그녀의 주먹에는 내력이 실려 있지 않아 적중되었다고 하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오표는 재빨리 강철 칼을 들고 그녀의 뒷덜미에 갗다댔다. 오립신은 예를 진행시켰다. [신랑 신부는 하늘에 절을 하시오.] 아가는 뒷덜미의 살갗이 서늘해지면서 약간 아픈 것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위소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바깥쪽을 향해 큰절을 했다. 오립신은 다시 호통을 내질렀다. [신랑 신부는 땅에 큰절을 하시오.] 오표는 그녀의 몸을 돌려서는 안쪽을 향해 꿇어엎드려 절을 하도록 시 켰다. 그리고 부부가 교배(交拜)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엎드린 채 몇 번 큰절을 했다. 오립신은 껄껄 소리내어 크게 웃으며 부르짖었다. [신랑 신부는 중매인에게 사의를 표하시오.] 아가는 극도로 치미는 분노에 별안간 다리를 들어서는 그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이 발길질은 가볍지 않아 오립신은 아, 하는 소리와 더불어 몇 걸음 물 러서더니 연신 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는 웃으며 말했다. [신부가 꽤 흉악하군. 중매인에게도 발길질을 하다니.]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사당 밖에서 잇따라 피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서남북에서 모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사오십 명은 될 것 같았다. 오립신은 즉시 웃음을 거두고 나직이 호통을 내질렀다. [촛불을 꺼라!] 사당 안은 즉시 칠흑과 같은 어둠에 휩싸이게 되었다. 위소보는 아가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나직이 말했다. [밖에 적이 왔소.] 아가는 울화가 치밀고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는.. 그대와 천지신명께 절을 했어요.]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나야말로 원하는 일이었소. 그러나 혼례 치고는 너무 초라했소. 그게 유감이라면 유감이로군.] 아가는 노해 부르짖었다. [진짜로 혼례를 올렸다고 할 수 없어요. 그대는 진짜인 줄 아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어찌 거짓일 리가 있겠소? 이것이야말로 생쌀을 익은 밥으로 끓여 놓 은 것이고 나무는 이미 개로 변한 것이 아니겠소?] 아가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뭐가 나무를 이미 개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나무는 이미 배로 만들어 졌다고 해야 맞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나무는 이미 배로 만들어졌소. 부인의 학문이 훌륭하 니 이후 지아비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도록 하시오.] 아가는 그가 놀랍게도 얼굴 가죽 두껍게 자기를 부인이라 부르고 스스 로를 지아비라 부르자 그만 마음속으로 다급해져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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