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님이 2026년 5월 25일 회칙 「고귀한 인류」 내용을 직접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서는
▶ 기본적으로 사회 교리 문헌으로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 ‘인공지능 시대 인간 인격체의 보호’에 관한 주제가 3장에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 인격체의 보호’에 관한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인류를 지배하는 기술, 단호히 거부
② 인공지능의 위험성
③ 하느님을 닮았지만 그분과는 다른 인간
④ 인간의 한계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자양분
회칙의 부제인 ‘인공지능 시대 인간 인격체의 보호’에 관한 주제를 회칙의 신학적 핵심이 담긴 3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인류를 지배하는 기술, 단호히 거부
•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기술 지배 패러다임의 세계화’ 문제를 생태적 관점(106~114항)에서 지적하셨는데,
• 레오 14세 교황은 「고귀한 인류」 제3장에서 같은 주제를 ‘디지털 파워와 인공지능의 책임 문제’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제기하고 계십니다.
• 회칙 「고귀한 인류」 110항에선 이 회칙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무장해제’(disarming)라는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 개념은 군사적 맥락을 넘어
• “기술의 힘이 자동으로 통치권을 부여한다는 가정에 대한 거부”를 뜻합니다.
• 즉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 그렇게 함으로써
▶ “기술을 독점적 통제에서 해방하고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개방시켜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고,
▶ 인간 문화와 생활방식의 다양성을 향해 재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이는 윤리와 기술 차원을 넘어 오늘날 “가장 깊은 의미의 생태적 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2. 인공지능의 위험성
• 레오 14세 교황님이 ‘무장해제’라는 독특하고도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문제의 기저에 있는
▶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과
▶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의 위험성 때문입니다.(116항)
① 트랜스휴머니즘
• ‘트랜스(Trans)’는 ‘넘어서다’, ‘휴먼(Human)’은 ‘인간’이라는 뜻으로, 현재의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신체와 정신 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고, 질병·노화·죽음까지 극복하려는 철학적·사회적 사상을 말합니다.
• “트랜스휴머니즘은 생체의학, 신체공학, 장치 및 알고리즘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성과와 능력을 증대시킴으로써 인간 존재의 강화를 구상”하는 흐름을 가리킵니다.
• 즉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의 한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② 포스트휴머니즘
•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은 단순히 ‘인간 이후’라는 시간적 의미만이 아니라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다’라는 뜻입니다.
•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며 다른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전통적인 ‘인간 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비판하고,
• 인간·동물·자연·기계(AI와 로봇)를 모두 상호 연결된 존재로 이해하려는 철학적 사상을 말합니다
• 인간 존재와 기계 및 환경의 혼합을 구상하며, 인류가 새로운 진화 단계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단계까지도 추구합니다.
③ 새로운 인간형을 추구하는 위험성
•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은
▶ 유전자 복제와 조작 등으로 새로운 인간형을 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 이는 어떤 의미에서 ‘불사불멸’의 ‘구원’을 지향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은
• “과학적 기술적 발전이 도덕적 사회적 진보와 분리될 때 결국 인류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경고를 상기시키며
• “인간의 한계를 평가절하하고 순전히 기술적 형태의 ‘구원’을 약속하는 전망”(117항)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하셨습니다.
3. 하느님을 닮았지만, 하느님과 다른 인간
• 신학적으로 볼 때,
• 창조주 하느님과 피조물인 인간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하지만
• 항상 그보다 더 큰 ‘비유사성’이 전제된다는 것이 교회의 신앙 교리적 가르침입니다.
• 하지만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Homo)이 곧 신(Deus)처럼 되고자 시도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의미에서 교황님은 바벨 탑(창세 11,1-9)을 언급하십니다.
· “그들은 온 땅으로 흩어지게 됨이 두려워 자신들의 안정과 권력을 확보하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이름을 날리고자’ 했습니다. · (⋯) 바벨 탑 이야기는 효율성을 위해 인간 존엄성을 희생시키고 하느님의 강복 없이 하늘에 닿고자 열망하는 모든 노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7항) |
① 인간을 과학이 구원할 수 없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 “생물학적 수명의 연장은 인간의 마음속에 결코 지울 수 없이 새겨진 저 피안의 삶에 대한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사목헌장」, 18항)고 선포한 바 있습니다.
• 베네딕토 16세 교황 역시 2007년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에서
• “현대 사조를 따르는 이들의 오류는 인간이 과학을 통하여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은 것”(25항)이라 지적하시며,
•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랑으로 구원받습니다”(26항) 라고 역설하셨습니다.
• 결국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9년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말한 것처럼
•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 “강력히 제기되는 근본 문제는 인간은 스스로 생겨난 존재인가 아니면 하느님께 속한 존재인가 하는 것”(74항)입니다.
• 우리는 이 시대에 “하느님을 배제한 인도주의는 비인간적 인도주의”(78항)임을 증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② 인간은 한계성을 지닌 존재
•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볼 때
•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는 초월 지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한계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 인간의 인격적 특성은 이러한 ‘역설적 존재’로서 경험하는 통합적 체험에서 드러납니다.
• 즉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 한계성을 없애려 하는 것은 진정한 초월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인간의 초월은 나약한 인간 실존의 한계를 인정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 안에 하느님 자비와 사랑의 은총이 주어질 때 이루어집니다.
• 인간의 인격적 정체성은 결국 하느님과의 관계성에서 드러납니다.
4. 인간의 한계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자양분
•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는 2026년 초에 공식 문헌 「인류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Quo Vadis, Humanitas?)를 발표했습니다.
• 레오 14세 교황은 이 문헌 3항을 「고귀한 인류」에서 직접 인용하셨습니다.
· “종교적 경험,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 사이의 양면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 이를 하느님과의 본래적이며 근본적인 관계 속에서 해석해 살아가도록 인도합니다.”(118항) |
① 인간의 영생은 하느님과의 친교를 통해 이뤄지는 것
•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불사불멸은 내 자신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 내 인간적 한계에도 나를 사랑하시어 구원하시는 하느님과 친교를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 이런 맥락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말씀하십니다.
· “‘한계’로 보이는 모든 것은 주로 교정되어야 할 결함으로서만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를 통해 우리의 인간성이 성숙하고 관계성에 개방되게끔 하는 실재로서 여겨지지 않습니다. · 하지만 우리는 인간성이 그 한계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종종 그 한계들을 ‘통해서’ 번성하게 됨을 기억해야 합니다.”(118항) |
② 종말론적 인격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어야
•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6년 회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에서 “영적인 사람”(56항)에 관해 말하셨습니다.
• 이는 육체와 분리된 영혼만의 인간이 아니라 “영적인 몸”(1코린 15,44)을 부여받은 종말론적 인격을 지향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 성령의 인도를 받는 ‘영적 인간’은 ‘여정 중의 인간(homo viator)’이며 ‘되어가는 인간(human becoming)’입니다.
• 따라서 인간 인격성의 본질은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인간의 자유와 소명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처럼 “인간은 성령 안에서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인간성을 제대로 파악하게”(59항) 됩니다.
• 따라서 ‘영적 인간’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한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성장하며
• 현재의 한계성 속에서도 고양돼 이미 구원의 영광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회칙 「고귀한 인류」에는 전임 교황들로부터 이어지는 그리스도교 신학적 인간학의 핵심 전망이 잘 내포되어 있습니다.
▶ 레오 14세 교황님은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를 인류에게
▶ 회칙 「고귀한 인류」를 통해 가장 아름답고도 안전한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 이러한 가르침이 레오 14세 교황님의 「고귀한 인류」 회칙의 가르침입니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교수,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 ‘가톨릭평화신문 2026.06.17. 특별 기고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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