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최고 명문 구단을 자처하는 LG 트윈스가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접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나갔던 LG는 지난 27일 부산 롯데전까지 무기력하게 4연패를 당함으로써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3년 만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의 이같은 몰락은 구단 안팎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당초 8개 구단 가운데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기는 했으나 특유의 ‘신바람 야구’가 이토록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6할대 승률로 매직리그 1위를 질주하던 LG에 첫 위기가 찾아온 것은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현대 쌍방울에 5연패를 당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천보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는 팀의 위기를 극복할 연륜이나 리더십이 부족했다. 선수들의 의욕을 자극할 특단의 조치가 없는 ‘믿음의 야구’는 결국 팀의 끝없는 추락을 부채질한 꼴이 됐다.
선수들의 투지 실종 또한 그동안 보여준 ‘신바람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에이스 최향남의 잦은 부상을 비롯, 주축 선수들이 고비 때마다 전력에서 이탈해 팀 분위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지 않아도 스타 의식과 개인주의에 젖어 있던 선수들은 팀의 갑작스런 추락에 목표 의식을 상실한 채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거기에다 프런트의 보신주의적 태도는 오히려 팀 체질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즌 중반 김재현의 트레이드 무산에서도 드러났듯 구단 운영에 코칭스태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시즌 내내 현장과 프런트 간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시즌 개막 직전 터진 서용빈의 구속과 4번타자 심재학의 투수 전향 실패, 김민기의 상무 입대 파문 등 악재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팀 분위기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LG의 참담한 추락은 코칭스태프의 위기 관리 능력 부재와 프런트의 눈치보기, 선수들의 목표 의식 실종, 그리고 고비 때마다 터져나온 악재 등이 어우러진 것으로 내년 시즌 총체적인 팀 정비가 필요함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