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뱀장어>
글쓴이는 카피라이터, 최윤희 선생-
눈, 비 그리고 사람…이 세 가지는 멀리 ‘원경’으로 바라봐야 아름답다.
창을 통해서 바라볼 땐 그지없이 아름다운 눈과 비...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흙탕물로 변하고, 질퍽이고, 처치 곤란일 때도 많다.
사람도 마찬가지...... 자세히 알면 알수록 실망하기 쉽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람들도 많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조영남.
가수로 시작해서 지금은 그림도 그리는 화가요 글도 쓰는 작가니
그야말로 토탈 아티스트인 셈이다.
나는 멀리 바라볼 때 ‘조영남=헐렁헐렁, 대충대충, 여자나 밝히는 사람’
이렇게 잘못 알았다.
어느 잡지사의 부탁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17년 정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사람이 디테일로 가면 갈수록 감동적인 사람이다.
대충대충은 그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일에도 자신의 최선을 100% 다 투사한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도 아주 따뜻한 사람이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세심한 것까지 철저히 배려해주고
힘센 사람들에게는 거침없이 할 말 다한다.
그리고 여자들도 절대 밝히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들이 조영남을 밝힌다.
왜? 어마어마하게 재밌으니까!
조영남은 우리 모임 ‘재수회’의 총대장이다.
그리스 신화로 유명한 소설가 이윤기 선생님도
조영남에게 형,형..하면서
재수회의 2인자로 활동 중이다.
외모로만 얼핏 보면 하얀 머리의 이윤기 선생님이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인다.
그래서 조영남은 이렇게 원칙을 정했다.
야, 누가 봐도 니가 더 나이 들어 보이니까
공식적으로는 니가 형해라.
그리고 우리끼리 있을 때만 비공식적으로 내가 형이다.
우리는 자주 모여서 새벽까지 수다파티를 열곤 하는데
며칠 전에도 오후 5시에 만나서 새벽에 헤어졌다.
그리고 또 바로 그날 아침 10시 비행기로 광주로
함께 떠나게 되었다.
광주 비엔날레에 우리의 총대장 조영남이 초대작가로
작품을 전시하게 된 것이다.
비행기 타기 전부터 조영남은 우리를 웃기기 시작했다.
비행장에 온 사람들만 떠나자구. 안 온 사람은
서울에 그냥 놔두고!
그리고 비행기에 오르면서 스튜디어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광주에 내려야 할 사람들이니까 꼭 광주에 내려줘야 해요.
다른 곳에 내려주면 절대 안됩니다?
스튜디어스들이 옷을 받아 걸려고 하자 그는 정색을 하면서
온몸으로 거부했다.
아니,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옷을 맡기나요?
하하호호^^ 깔깔껄껄^^
그는 인공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는 ‘자연산 웃음’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래서일까......그에게서는 화학약품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허세가 0.1%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나
그냥 생긴 대로 산다.
광주에 내려서 갑자기 그가 소리쳤다.
어이, 뱀장어!
우리들 앞에 개그맨 이상운이 눈에 띄었다.
그의 별명은 메기....그런데 뱀장어라고 부르자
그가 웃으며 항의했다.
형, 나는 뱀장어가 아니라 메기여요. 메기!
야, 뱀장어나 메기나 다 그게 그거 아니냐?
나는 도무지 분간을 못하겠더라,
더덕하고 인삼도 분간 못하는데.... 까짓거 그냥 넘어가자고!
그래서 옆에 있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렇다. 평소에 우리가 웃지도 못하고 항상
절박하게 살아야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뱀장어나 메기같은 건 분간 못해도 좋은 데....
인삼이나 더덕같은 것도 분간 못해도 좋은데.....
그런 자잘구레한, 쓰잘데 없는 것은 얄짤없이 분간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분간 못하고 사는 것 때문이 아닐까?
폼 잡지 말고 거짓 없이 살아야한다는 것.....
자기가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
남을 괴롭히면 언젠가는 자기도 힘들어진다는 것......
이런 걸 아는 것이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뱀장어나 메기는 어김없이 분간하면서
허세를 부려야하는지 거짓으로 살아야하는지는
분간하지 못한다.
조영남이 즐겁게 사는 이유는 바로 그거다.
필요한 것은 얄짤없이 완벽하게 하되 그냥 허뚜루~마뚜루~
넘어가도 좋을 것은 허허^^ 웃고 통과해버리는 것!
그것이 그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인 것이다.
첫댓글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보는 이의 상황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암튼 따끔한 매를 맞는 기분입니다, 나도 조영남씨를 여자나 밝히는 사람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ㅎㅎ 건강하시지요?
*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편견이란 이렇게 무섭습니다./ 나도 여자나 밝히는(?)사람이라 생각했기에/그의 미술 전시회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버렸습니다./아~영남씨에게 너무 미안하다....ㅎ
선배님 모습 반가워 잠시 인사만 여쭙고 갑니다. 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