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 공포
德田 이응철
캄캄한 흙속은 지렁이의 천국이다.
흙속에 유기물질이 들어있는 먹이를 먹어 분해하는 첫번째 먹이 사슬이며, 이것을 먹는
동물이 많으므로,징그럽고 몸이 오싹해져도 생태계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유익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땅속에 용이란 뜻에서 디룡이, 지룡(地龍)이인데 구개음화로 디룡이, 토룡(土龍)이라고 흔히 부른다.
비오고 난 후 찬란한 아침 인도블럭이나 강가 아스팔트길을 산책해 본일이 있는가?
한 두마리도 아닌 많은 지룡이 시체들이 발길에 차일 것이다. 떼죽음?
왜 지룡이는 어디있다가 인도블록 위에서 만인이 보는 장소에서 장렬하게 생을 마칠까?
땅속에서 해충을 잡아먹으며 유기물질을 먹고 분해해 그런 덕분에 지룡이가 살고 있는 토양은 아직 오염이 되지 않았다.
오염에는 공기, 수질, 토양이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은 토양오염이다. 각종 화학물질을 땅속에 묻으면 모든 박테리아가 다
멸종하기 때문이다.
비 온 다음날 보라
산책하며 발 아래 뒤척이는 지룡이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비가 온다. 갈라진 틈새로 빗물은 스며들 것이다.
인도블럭 아래 토양에 있던 지룡이들은 비가 오면 숨이 막힌다.
갈라진 틈새로 빗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룡이는 숨이 막혀 공간을 비집고 인도블럭 사이로 천신만고 끝에 헤집고 올라온다.
휴--------막힌 숨을 쉴 때까지는 좋았다.푸른 공기도 흠뻑 마신다.
이제 빨리 고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 햇빛은 쨍쨍 내리쪼인다.
미처 땅의 틈새를 열고 올라오긴 했는데 햇빛을 피해야 하는데
워낙 굼뜬 탓에 환형동물 지룡이는 굼뜬 행동이라 인도블럭 위에서 이내 오도가도 못한다.
몸길이는 2-5미터인데 순간 햇살에 습한 물기를 모두 앗아버려 결국 거리에서 숨을 거둔다.
틈새의 공포ㅡ.
토질오염이 안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지룡이들의 삶! 그는 빛을 싫어한다.
전세계에 3100여종이 서식하며 우리나라엔 60여종의 지룡이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먹이사슬 최하위ㅡ. 묵묵히 땅을 일구며 지구의 토양을 유기탄소(soc)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 아닌가!
생태계의 이로운 동물이다. 굴을 파고 먹이활동을 한다. 흙속에 뭉친 흙에 산소와 질소를 넣어 토양을 비옥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비가오면 특히 도심 아스팔트나 인도블럭 아래 살고 있는 지룡이들이 숨이 막힌다. 틈새를 파고 올라온다. 그리고
오도가도 못하고 시체로 딩굴게 된다.
시골에 산이나 들판엔 땅속 하천, 동굴 모든 곳에 물이 스며들어도 숨쉬기에 불편하지 않는데ㅡ.
흙을 싸바른 아스팔트나 인도블럭 아래 사는 지룡이의 경우, 얼마나 답답할까?
엔 비온 뒤 화창한 날씨엔 수많은 시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살아있다면 나뭇가지로 풀숲으로 옮겨 놓자.
씁쓸한 산책로에서 틈새의 공포를 느낀다. 틈바구니로 보이는 다른 세상을 누구나 한번 쯤은 그려보았으리라.
틈새로 보이는 낭만이 얼마나 위험스러운가? 틈새로 보이는 세계를 갈구하는 발 아래 지룡이를 그려본 날이다.(끝)
2024,8.19 최근작
첫댓글 비가 온 다음날 공지천 산책길에도 지렁이가 즐비하게 널려있는것을 보게됩니다.
징그럽기도 하지만 한편 지렁이도 생명인데 안타깝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