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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한 지난 주말 북한산 등반에서 약간의 무리가 있었던 가 보다.
시산제 산행을 앞 두고 일찌거니 잠자리에 누웠지만 목 상태가 영 좋지를 못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아침이 되니
병세가 만만치 않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약을 살 수도 없고 하여 우선 오리역 쪽으로 발걸음 부터 옮겨 본다.
등반에서 무리가 있었다고 하여 북한산을 종주하는 구런 몰상식한 행동을 했었던 건 물론 아니다.
선두에서 눈을 부라리는 회장이란 친구넘 덕분에 사모바위를 지나 쳐서 청수동 암문까지 겨우 오르고선 대남문을 거쳐 하산을 했을
뿐인데 불광동에서 있은 당구 대회가 문제였다.
평소 끊었던 담배를 저녁시간 잠깐 당구를 치면서 마일드 쎄븐 한갑을 죄 피워 버렸던 것이다.
친구들과 당구장엘 가면 아무래도 이성을 잃어 버리는 것 같다.
지금도 옆에서 당구를 함께 치던 친구들의 원성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무슨 놈의 담배를 부엌 강아지 거시기 빨 듯이 빨아 댄다는 것이다.
마침 2호차에 함께 탑승하신 들길님께서 콘택 600과 지르텍을 건네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입에 털어 넣었다.
조신하는 마음으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고 잠을 청해 보지만 이제는 대가리 꺼정 욱신거린다.
이러다가 내가 죽기라도 하면...
요즘 전세난이다 머다 해서 급상승하는 주택 임대 가격이 상당한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 약 20년 전만 해도 남자가 나이 50을 넘기고
아들 딸 고등교육을 마치고 나서 이 삼일 배실거리다가 낙낙한 보험금 남겨 두고 황천으로 떠나시고 나면 그 미망인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 가서 외치는 말이 당신은 역쉬 멋진 넘 이였었는데 작금에 떠 도는 말은, 우선 아내를 떠나 보낸 남편이 화장실에서 아래쪽 똘똘이를
내려다 보면서 하는 말.
얘 똘똘아 넌 좋겠다.
왜요?
이 삼일 후면 새집으로 이사를 들어 갈 수가 있잖니?
구럼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가 화장실에서 하는 말은? 본색을 드러 내서 한결 실리적입니다.
얘 며칠 후면 어떤 얼간이가 새로 이사를 들어 올 텐데 전세를 받을까 아니면 월세를 받을까?
예팬네가 화장실에서 전세 월세 운운하는 장면이 떠 오르기 무섭게 눈까리에 불똥이 튀면서 우선 살아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
내 친구 산적과 함께 이를 악 물고 축령산 정상을 향하여 멀고도 먼 여정의 길을 걷고 또 걸어 본다.
오늘은 아무래도 시산제가 있는 날이여서 시간도 촉박하고 시산제라는 분위기와도 어울릴 것 같아 막걸리를 준비해서 왔다.
정산 목 부근에서 여장을 잠시 풀고 탁배기 한잔을 마시니 아무래도 알콜 기운이려니와 목이 한결 시원해진 듯한 느낌이다.
주차장길을 따라 내려 오니 멀리 느림보 리무진이 보이면서 시산제를 위해서 모여든 많은 느림보님들이 보인다.
우선 느림보 산악회를 대표하여 강 대장님께서 잔을 올리시고 옆에 배석하신 배 고문님께서 경건히 축을 낭독하신다.
이어서 차례를 기다리던 많은 느림보님들이 순서에 따라서 잔을 올리고선 올 한해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재배를 한다.
축령산 정상 못 미쳐 있는 암봉의 이름이 남이 바위인 사유는 남이 장군께서 이곳에 오셔서 주변의 지형을 숙지하고 무술을 연마 운운
하는데 이런한 사실이 과연 얼마나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의문 사항이다.
다만 우리 조상들이 무속 신앙에서 숭배하는 대상이 원이나 한을 많이 품고 돌아 가신 장군신을 많이 모셨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임 경업 장군이나 최 영 장군 그리고 남이 장군을 모시는 무속인들이 유난히 많은데 또 한가지 재미나는 일은 중국의 관우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국내에 여럿 있다는 것이다.
관우는 죽어서 왕으로 추증이 되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무신으로 추앙을 받기도 하는데 1592 년도에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엄청난 열세를
느낀 조선 조정의 요청으로 명나라 군대가 원병으로 참전을 하게 되는데 이때 관우를 모시는 사상이 들어 오면서 우리나라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안동,남원,성주,강진에 관왕묘라는 사당을 세우게 되었는데 내 고향땅 안동에도 서악사란 절 옆 동쪽 언덕에 관왕묘가 자리 잡고
있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절의 한 부속건물인 줄로만 알았다.
성인이 다 된 어느 날 서울에서 친구가 놀러 와서 함께 서악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관왕묘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동 서로 지어진 요사채
건물의 문이 화다닥 열리면서 사천왕 처럼 생긴 한 젊은 아낙이 어딜 가느냐고 묻는다.
관왕묘 내부를 좀 볼려고 한다고 하니 조건이 있다고 한다.
관우 석상에게 절을 하겠냐는 것이다.
석상에게 절을 하는 찜찜한 마음은 한 순간이지만 새로운 지식은 영원할 것이라는 신념하나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당 내부로 들어 서니
관우 석상 앞에는 관우의 아들을 비롯한 여러 장수들이 칼과 창을 들고 선 무시 무시한 표정으로 시립해 있었다.
관우 또한 삼국 통일을 눈 앞에 두고 그 운명을 다 하였기 때문에 자연히 원이 많았으리란 생각이 드는데 관우가 여몽의 손에 주김을
당하였기 때문에 여씨 성을 가진 사람은 관왕묘 앞에 오면 피로 토하고 죽거나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그 젊은 아낙이
부연 설명을 자세히 해 주는데 나의 주 관심사는 딱 한가지 뿐이다.
이런 한갖진 사당을 지키고 있는 저 젊은 아낙은 도대체 무얼해서 먹고 살며 무슨 돈으로 사당을 유지 보수하냐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돼지 대가리와 시루떡에 고개를 조아리고 절은 하는 건 우상 숭배니 무어니 하신다.
생각에 따라서는 그도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들 음식을 먹기 전에 고수래를 하면서 주위 땅에 음식을 던지고서야 먹는데 중 일연이 쓴 삼국 유사에 보면 전반부에
이 고수래에 대한 말이 나온다.
고수래가 땅의 신 즉 지신을 뜻한다고 하니 미약한 인간이 초자연적인 땅의 힘에 의지함은 어쩌면 당연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적인
상황이 아니였겠나.
우리나라의 건국 설화는 토테미즘으로 곰을 숭배하는 신앙이 있었는데 지금도 일부 식자층에서 구러면 우리가 인간으로 환생한 곰의
자손이냐며 핏대를 올린다.
뒷마당 장독대에서 냉수 한사발 떠 올리고서 소원을 비는 어머님들의 마음이나 돼지 머리에 삼색 과일과 시루떡이라는 정성을 모아서
한 해의 자그만 소망을 빌어 보는 것 또한 그 대상이 무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성을 모으고 소구 소원을 비는 본인의 마음이
중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간에서는 절에 대해서 안티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이유도 모르면서 우상 숭배만 운운하는데 사실 절이란 동작을 유심히 보면 오체 투지라고 하여 네 다리와 대갈통을 땅바닥에
바짝 드리 대면서 엎드리는 것인데 우선 동네에서 돌아 댕기는 개들을 자세히 보면 등치 큰 개를 만나는 작은 개는 복종의 바디 랭귀지로
큰 개의 주둥이 밑에 발라당 드러 누워 이리 저리 뒹 구르면서 목을 드러 내는 동작을 취한다.
나의 급소를 보여 주면서 당신에게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 주는 동작인데 절 또한 마찬가지다.
우선 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에 무기가 없음을 보여 주고 나선 목을 절을 받는 대상을 향해 길게 내 뻗으면서 언제든지 제 목을 치십시요]
하는 퍼포먼스가 바로 절이라는 동작이 말 없이 나타 내는 바디 랭귀지이다.
이런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 않은 절을 많이 하는 곳이 절이란 곳인데 이곳에서 절에 대한 논리의 변 또한 귀를 기울여 볼 만 하다.
인간에게 있어서 깨달음에 가장 저해되는 요소가 바로 내가 최곤데 하는 아만심이란 것인데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절이란 동작을 하면서
흔히들 말하는 하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사고 자체가 아주 간단 명료하다.
절을 하고 나면 막걸리에 시루떡 한점을 먹을 수가 있고 어쩌면 한해 등산도 무사히 잘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넙죽
엎드려 절을 했을 뿐이다.
시산제가 끝나고 바로 장소를 이동하여 오늘의 잔치가 벌어 진 곳은 우리 느림보 산악회의 배 고문님이 재직하고 계시는 회사의 사원
연수원인데 오늘 우리 느림보를 위해서 배 고문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여 시설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다리가 휘어 질 듯이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노라니 우선 마음부터 푸근해 진다.
우리 느림보의 슈퍼 모델이자 지난 번에 산악 대장님으로 승진하면서 본인의 외모와 딱 어울리는 새로운 닉을 얻으신 산미인님께서는
오징어 회 무침을 준비해 오셨고 옆에 계시는 김 대장님의 질투의 눈빛이 무서워서 만부득히 구냥 막내라고만 소개하는 이 분께선
푸짐한 잡채를 준비해 오셨으며 우리가 축령산 산행을 하는 동안엔 연수원 구내 식당에서 청요리 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신
타잔님께서는 두 동상 껏님과 에쉴리 여사님을 진두 지휘하여 양장피를 요리해서 상에 올렸으며 느림보 운영진에선 수육에 된장찌게로
입맛을 돋구웠답니다.
느림보님들! 우리 올 한 해도 지난 해 처럼 서로 만나면 반갑고 헤어 지면 섭섭한 마음으로 알콩 달콩하게 함께 산행을 하면서 보람있는
시간을 가져 보십시다.
좋은 벗을 만날 수 있는 느림보라는 공간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 지는 시산제라는 하루 넘 행복했습니다.
정말 오래고 오랜 만에 아푸다는 핑계(?)로 만 하루를 꼬박 방꾸석에서 누워 있느라 산행기가 쫴꿈 늦어 죄송합니다.
평소 아푼 곳이 없으려니와 느림보를 따라 다니면서는 더욱이 건강했었는데 좌우간 몸살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탄천변에서 한마리 니카온 (아프리카 야생 들개) 돌삐 인사드립니다.
첨언 : 타잔 언니께서 요리하신 양장피는 말 그대로 녹말가루를 만두피처럼 만들어서 두장을 갖다 붙인 요리가 주 재료입니다.
투명한 양장피를 해파리 냉채로 오인하는 분이 가끔 있더군요.
우리 느림보에 양장피를 요리하시는 분이 도미니카님 뿐 만이 아니라 타잔님 꺼정? 히 히. 앞으로 기대 만땅.
제가 두 분 요리를 모두 맛 보았는데 으 으 음 차이점이 무언질 아세염.
도미니카님은 유상이고 타잔님은 무상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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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선 몸살을 심하게 앓으셨다니..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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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로 가시는 일은 없을테니 사모님께서 전세나 월세 걱정은 아니하셔도 되겠그만유..
행인지..불행인지..
너무 심하셨어유..
느림보시산제를 처음 보신 소감은
시산제는 그야말로 자신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행사이니
깊은 의미를 두려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글로 시산제를 기억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기몸살에는 막걸리 한잔이 약이라고 누가 그러시던데..
얼른 털고 나오세요..
맛깔스런 점심 식단에 놀란 사람이 여기 또 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수고하셨구요.
산나리, 타잔, 산미인, 에쉴리, 꽃님, 막내님 등등...
지가 이쁜 얼굴(누이들이 많아서)에는 반한 적이 없지만,
음식 솜씨 앞에서는 맥을 못춥니다. ㅎㅎㅎ